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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겨울!

한 일들이 무에던고... 한참을 머릿속을 뒤집어 엎어야 하네. 식전에 늘 하는 일과대로 집안팍 돌고 보살피고 닭집에 모이 챙겨주고 텃밭 비닐하우스 문 열고 등등... 텃밭의 대파를 죄 뽑아서 비닐하우스 안에 땅파고 묻고 철사 골조를 꽂아 비닐을 씌워뒀다. 그러면 온 겨우내 내년 봄까지 파는 걱정없이 먹을 수 있겠지. 쪽파는 한 바구니 뽑아서 다듬으려고 들여놨다. 추워지면 얼어버리고 사그라드니까... 아쉬운대로 두고 먹으려고... 상추는 이제 끝이야. 고갱이를 똑똑 잘라서 가져왔다.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두면 한동안 먹겠지. 대파랑 쪽파를 뽑다가 사이사이 난 냉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좀 캤네~ 날이 연일 푹하니까 냉이들이 꽂까지 피웠더라구 아 글씨~ 이제 찬바람 부는 겨울이라는데 니들도 참... 배추..

산골통신 2022.11.28

요즘 산골 김장

예전과 사뭇 다르다. 김장철이면 온 마을이 들썩거리며 갓 버무린 김장김치가 한 양푼씩 집집마다 맛보라며 돌려지고 오가는 사람들 누구나 들어와서 손 보태고 한켠에서 삶아지고 있는 수육 한덩이 꺼내어 막걸리랑 한상 차려주면 배부르게 얻어먹고 그랬다. 마당 그득 전이 펴지고 남정네들은 무거운 배추며 양념이며 통들이며 나르고 치우고 하며 거들고 아녀자들은 퍼질러앉아 배추 양념 만들고 버무려 담기에 바빴다. 마당 구석엔 한데 아궁이 장작불 가마솥이 걸리고 돼지고기 수육이 김 펄펄~ 갓 버무린 김치 한 접시 새우젓 한종지 상이 차려져 있어 누구나 오가며 알아서 집어먹어가며 일했다.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놀고 한바탕 잔치가 따로 없었지. 요새?! 각집집마다 언제 김장하는지 잘 모른다. 그집 배추밭 배추들이 도려내..

산골통신 2022.11.26

산토끼

오전에 사방에 깔려있던 수십미터짜리 호스들을 싹 정리했다. 언제고 할 일이었는데 날이 푹해서 차일피일 미뤄지던 일거리... 닭집으로 들어가는 호스 빼내어 둘둘 묶어 정리하고 병아리집에 스텐 물통 새로 들여놓고 왜냐하면 플라스틱 물통은 자칫 얼면 깨져버리거든! 텃밭 하우스로 들어가는 물호스도 줄줄이 물 빼고 감아묶어 들여놓고 일오재 호스도 묶어내고 지하수 모터집 안에 헌이불이랑 카시미론솜이랑 덮고 비닐로 푹 싸고 온열전기선을 연결해놨다. 혹시 모를 화재위험을 신경써가며 안전하게 감아놨다. 그리고 내처 상당 연못가 모터 분리해야하는데 그만 몽키스페너를 작은 걸 들고가서 허탕쳤네! 이거면 될줄 알았는데 더 큰놈을 가져가야했으!!! 다시 내려갔다 오긴 글코~ 내일 하지 뭐~ 봉덕이의 영역 순찰하는거 구경하다가 ..

산골통신 2022.11.24

밤새 안녕하십니까! 라는...

오늘 새벽 3시경에 저짝 마을 집에서 불이 났단다. 펑 하는 소리에 깨보니 이미 불은 활활~ 80대 노인 내외분이 허겁지겁 옷가지 챙겨입고 피신... 산녀네는 거리가 좀 있고 한참 자고 있었던 중이라 깜깜무소식!!! 집 주변에서만 알고 난리가 났었더란다. 불난집 바로 옆집에서도 뭔 사람들 소리가 나서 나와본 정도로 불은 조용히 났더라네... 밤새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바람은 없었다. 새벽에 1시 넘었나... 문득 깨어 빗소리 좀 듣다가 들어가 잤는데 그 뒤에 난 모양... 아침에 가보니 집은 뼈대만 남고 속은 홀라당 타버려 처참하더라... 노인네 두분은 마을회관으로 일단 피신해가있다가 자식들이 대처에서 서둘러 와서 모시고 간듯하다. 바람이 없고 비가 온지라 이웃집 축사로 번지지는 않아 천만 다행... 몇..

산골통신 2022.11.23

하루하루가 너무 빠른 요즘~

김장을 다 하고 난 후~ 이젠 추워지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라~ 배째라 하고 드러누웠답니다! 이제 나는 방학이야~ 온봄내 여름내 가으내 일해서 곳간에 쌓아놓은 거 파먹고 놀거야~ 내년 봄에 봅세!!! 그랬답니다~ ㅎㅎ 도시장정들이랑 네집이 어울려 김장을 해왔는데 해마다 꾀가 생겨 몇년 전부터는 배추만 절여갔어요. 근데 올해는 서로 일정이 안 맞아 한 집이 따로 도시에서 하게 되고 또 한 집이 12월로 늦춰지게 되고 한집은 다음주에나 된다하고 결국 산녀네 집만 김장을 하고 다음주에 한 집이 배추만 잘여간다네요~ 뭐 그것도 와야 온거죠! 해서 만약 안 오게 되면 저 배추 남은 거 모조리 우리가 쓱싹! 날이 추워지기 전에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다음번 비 온 뒤에 한파가 들이닥친다는 예보가 있네요! 뭐 그러거나 ..

산골통신 2022.11.22

숲멍

숲멍하는 봉덕이~ 저러고 한참을 있더라... 저 멀리 보이는 조그만 하얀 머리통이 봉덕이다. 그래 언제까지 저러고 있나 냅둬봤다. 산녀는 지는 석양 멍을 때리고 앉아있고 봉덕이는 숲을 노려보며 뭐 하여간~ 봉덕이는 산책길을 샅샅이 꿰고 있다. 그 한 군데라도 안 들르고 가면 막 잡아끈다. 그리고 다 들렀다 싶으면 언제 집에 가자 해도 아무 소리 없이 고개를 디밀어 목줄을 연결하라 한다. 오늘도 원없이 돌아보고 난 뒤 집에 가는 길... 어련히 이 길로 가지 싶은지 산녀를 이끈다. 그러다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산녀는 그곳에 볼일이 없으므로 지나치는데 봉덕이는 그곳에 뭔 볼일이 있나보더라~ 산녀를 잡아끄는데 그 힘이 보통이 아니다. 막 끌려갔네! 가봤자 뭐 딱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영역 순찰인가..

산골통신 2022.11.16

갑자기 비

아무생각없이 봉덕이와 오르던 산길에서 비를 만났다. 요즘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뒹굴뒹굴~ 구들장만 지고 사니까 봉덕이를 꼬셔서 사방팔방 쏘댕기고 오면 좀 속이 풀리거든... 봉덕이는 새로운 냄새를 맡았는지 킁킁~ 꼬리가 한껏 치솟아! 막 앞장서서 산녀를 끌고간다. 다 올라가서 비를 만났다. 후둑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얼른 후드 모자를 덮어쓰고... 기어이 여기까지 쫒아온 까망이~ 삼색이는 어데갔다가 우리가 나가는 걸 못 본듯! 여기저기 영역 표시 열일 중인 봉덕이! 딱 걸렸어! 저 벤취 위의 컵은 여지껏 그대로 놓여있다. 치울 필요성을 못 느낀듯. 저 벤취에 앉아 하염없이 멍때리고 온다. 오늘은 갑자기 만난 비 때문에 서둘러 내려왔지만... 들녘에 일하시던 이웃들 서둘러 경운기 타고 돌아오더라~ 해가..

산골통신 2022.11.15

군불때려고~

굴뚝으로 연기는 참 잘 빠져나간다. 신문지 박스 자잘한 나부랑이들 죄 모아다가 불쏘시개로 처넣어 때버리고 있다. 그동안 왜 못 버리고 놔둔 건지 모를 책자들도... 이런저런 땔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쳐때고 있는 중! 아... 때다가 문제 발생~ 굴뚝 흡출기가 고장... 연기가 조금씩은 아궁이 앞쪽으로 나온다. 불은 잘 들여지는데 그 조금의 연기가 너구리잡네!!! 옛날엔 흡출기 없어도 잘만 땠다마는 이제 그 편리함을 안뒤론 좀 거시기하넹. 포기하고 불을 고래 안으로 다 들이밀고 나오려는데 머리 위에서 뭔 소리가 자꾸 나~ 잉? 하고 지붕 위를 올려다보니 굴뚝 흡출기 씩씩 돌아가는 소리일세~ 음... 그동안 안 쓰다가 쓰려고하니 굳어있었던가베~ 흠... 잘됐다. 난또 고장이라고 은근 저거 또 어찌 새로 사..

산골통신 2022.11.14

참 쓸쓸한 날씨하고는~

밤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그다지 추워지지 않은채 비는 그치고 기후가 좀 이상해지긴 했다. 원래 이맘때 비 오면 추워지는게 맞거든! 봄에는 비 한 번에 따뜻해지고 가을엔 비 한 번에 겨울로 성큼 발 들이는데... 목련나무 잎이 우수수 수북수북 떨어져 있어 갈퀴로 긁어다가 수국 겨울집 안에 더 넣어줬다. 오늘은 그 일 외엔 한 게 없네그려... 해거름에 뭔가 아쉬워서리~ 봉덕이 데리고 한바퀴 돌까 말까 망설이고 섰는데 이노무 봉덕이 그새 눈치 채고~ 방방 뛰더라. 우예 할 수 있나~ 들킨 게 죄지! 목줄을 하고 나서는데 어김없이 삽작거리에서 기다렸다는듯 따라붙은 삼색이 녀석~ 아웅 아웅 난리를 치며 중간에 전속력으로 쫓아와 합류한 까망이! 노랭이들은 요새 불성실하다! 어데 가고 안 보이네~ 산을 내려..

산골통신 2022.11.13

안개가 끼는 날이면

새벽 안개가 자욱하더라~ 아랫채 지붕이 하얗게 서리로 뒤덮였고 바로 앞만 분간이 되고 집 너머는 잘 안 뵈더라. 이런 날이 가끔 들이닥친다. 이런 날이면 오늘 낮에 따뜻하겠네~ 그러고 만다. 산골 사람들 볏짚 나르느라 분주하다. 논마다 하얀 마시멜로우 닮은 덩어리들이 덩그라니 놓여있다. 옛날 방식으로 볏짚 묶어 짚가리 얹은 논은 하나도 없다. 짚 걷는 기계 있는 집에 부탁해서 마지기당 얼마주고 맡긴다. 저 덩어리 하나에 5만냥이라 뭐 그리 팔린다고 하던데~ 우리 논 볏짚은 해마다 소 많이 키우는 동네 동생네가 가져간다. 단 한 집만이 옛 방식으로 짚단을 묶어 경운기로 나르더라! 그집은 소가 서너 마리 되는데 기계로 묶어봤자 둘데도 없고 또 경비도 만만찮아 그냥 내외가 몇날며칠 묶고 나르고 하더라. 그집 ..

산골통신 202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