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요즘 산골 김장

산골통신 2022. 11. 26. 11:05

예전과 사뭇 다르다.
김장철이면 온 마을이 들썩거리며 갓 버무린 김장김치가 한 양푼씩 집집마다 맛보라며 돌려지고 오가는 사람들 누구나 들어와서 손 보태고 한켠에서 삶아지고 있는 수육 한덩이 꺼내어 막걸리랑 한상 차려주면 배부르게 얻어먹고 그랬다.

마당 그득 전이 펴지고 남정네들은 무거운 배추며 양념이며 통들이며 나르고 치우고 하며 거들고 아녀자들은 퍼질러앉아 배추 양념 만들고 버무려 담기에 바빴다.
마당 구석엔 한데 아궁이 장작불 가마솥이 걸리고 돼지고기 수육이 김 펄펄~
갓 버무린 김치 한 접시 새우젓 한종지 상이 차려져 있어 누구나 오가며 알아서 집어먹어가며 일했다.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놀고 한바탕 잔치가 따로 없었지.

요새?!
각집집마다 언제 김장하는지 잘 모른다.
그집 배추밭 배추들이 도려내어 없으면 아하 저 집 김장했네!
마당에 배추들이 쌓여져 있고 배추 우거지가 걸려있으면 아하 저 집도 김장하는구나~
마당에 차들이 몇 대 들어차 있고 사람들이 오가면 저집 김장하는가보네!

이게 다다!

길가다가 만나면 김장했느냐가 인사가 된 것은 변함이 없는데 김장 거들어 주러 가거나 거들어달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친척이거나 아주 친하거나 하면 몇집이 모여서 한날 하기도 한다.
그 외 집들은 거기에 못 낀다. 민폐다.
희한하게 자기네 무리외 다른 사람들이 끼면 거북해한다.
그들만의 세상이다.

어제 두 집이 김장 하는 것을 보았고 길에서 인사만 하고 지나쳤다. 오늘도 한 집이 김장하더라~ 자식들이 그득 와서 일하더라구~
밖에서 오늘 김장하시느냐고 인사만 큰 소리로 하고 들어오란 말도 안 하고 거들어주겠다는 말도 안 한채
그냥 웃으며 지나쳐 왔다.
이젠 그런 세상이다. 그 속에 끼려하면 그들만의 분위기 깨는 갑분싸 민폐가 된다구!!! 조심해야한다.

요즘은 누가 도와주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들 자기네끼리 알아서 하는 걸 좋아한다.

오늘 우리도 도시장정이 와서 배추만 50포기 절여갈거다.
식전에 쌀방아 찧어서 3말 물에 불려놨다. 3말이면 24키로다. 가래떡 뽑으려고 해마다 한다.
그냥 이렇게 우리끼리 오붓하게 해치운다.
이웃들도 그러길 바라고 그리 한다.
이젠 그렇게 세상이 달라졌다.

그게 좋으냐 싫으냐 이건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세상이 그리 되었음을 알고 그냥 받아들인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괜찮아서 좋은데 다음주가 걱정이다.
다음주 비온 뒤 추워진단다.
다음주말에 또 30포기 절여서 김장나눔모임에 실어보내야하는데 그땐 좀 고생이겠군!
그날 쌀방아도 대대적으로 찧어서 무료급식소로 보내야 하는데 날씨가 안 도와줄 것 같네! 두고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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