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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꽃이 피길 기다리며~

아마도 옛날 국민학교 등나무교실에 대한 추억이 있어서 그런가보다.언제고 내 마당이 생기면 등나무를 꼭 심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엔 심는게 아니라네…베베꼬여 자라기 때문에 가족간에 갈등의 소지가 생긴다는 속설이 있대여~그래서 일오재 뒷편 높은 돌축대 아래에 줄줄이 심어버렸다.총 10그루~2년생을 사다가 2년을 더 키웠으니 이젠 꽃을 보여줄만도 한데~화분째로 엎어서 그대로 구덩이 파고 넣었다.물 흠뻑 주고 발로 꾹꾹 밟았지.다행히 삽질하다 돌은 안 나와서 땅파긴 좋았다.얘들이 은근 생명력이 강하네…겨우내 물을 제대로 안 줬는데도 살아남아 화분이 깨질 정도로 뿌리를 내렸더라.화분 두 개를 삽으로 깼다. 안 그러면 뿌리가 엉켜 꺼내질 못할지경~줄줄이 심어놓고 돌축대를 타고 올라가게끔 지지대도 만들어줘야지.가지치..

산골통신 2025.04.09

우리집 명자아가씨~

문득 궁금해져서 솔숲너머 상당 산밭에 올라가봤다.자목련도 활짝 피었을거고 명자아가씨도 피었을거라~ 집마당 아가씨는 벌써 피었으니까.산에는 좀더 추우니까 지금쯤이면…와우! 멋진 아가씨~ 안녕하세요!흰명자꽃은 몽우리만 동글동글하고 아직 안 피었다.이 아가씨가 활짝 피었네!나무꾼이 이 아이를 심으려고 땅 파다가 바윗덩이 몇개 파냈었지 ㅎㅎ심어놓고 가지치기도 안 해주고 냅뒀는데 잘 살아주고 꽃도 이리 멋지게 피어주니 얼마나 이쁘고 고마운겨!!!자목련은 이제 피었네~이쁠때다!!!어쩜 저리 천같은 공단같은 느낌일까 몰러…봉덕이는 며칠만에 온지라 무쟈게 좋다한다.서산에 해 떨어지면 내려가자~오늘 식전엔 삽질했다.고추밭으로 쓸 옛 닭집에 올라가는 길이 하도 험해서 관리기나 운반차가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다듬었다.풀 ..

산골통신 2025.04.08

바쁨과 한가함~

주말에는 북적북적~ 바쁨…평일에는 널널한 한가함…이렇게 된지 오래됐다.여기에 어느날 손주가 합체되면 꼼짝마! 가 된다.애 볼래? 밭맬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슬그머니 나무꾼에게 넘기고 튄다~산녀는 튀는데는 선수다!청명 한식에 제사도 들어있어 더 분주한 주말이었다. 모인김에 저 멀리 바닷가 구경도 다녀오고~ 맛난 음식들도 먹고 벚꽃구경도 제대로 한 주말이었네~ 이젠 아이들이 다 커서 가자는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세월이 왔다.오늘 낮 마지막 남은 한 사람까지 떠나보내고 홀가분하게 일상으로 돌아왔다.고추밭에 밑거름 다 냈다. 이제 봄비 몇번 맞추고 얼추 흙이 마르면 갈아엎어 고랑을 만들면 된다.밭에 올라가는 길이 험해서 아까 해질녘까지 괭이와 삽을 가지고 길을 닦았다. 내일 마저 해야한다. 일하는게 훨..

산골통신 2025.04.07

봄에는 이걸 먹어야징~

장모가 사위도 안 주고 몰래 먹는다는 봄 정구지~정구지로 할 수 있는 반찬이 참 많다.전골이나 찌개 국에 넣어먹어도 좋고 각종 겉절이에 곁들여도 좋고 샐러드로 그냥 먹어도 좋고 만두해먹어도 좋고~정구지무침이랑 부치개를 해먹어도 좋고 또 뭐시기냐~ 갈아서 전 부쳐도 꽤 괜찮더라~산골에서 텃밭 한 귀퉁이에 조금만 심어두면 평생 베어먹어도 자라고 또 번지는 아이들이다. 베어먹다 지쳐 냅두면 참한 꽃이 또 피어나지… 백번 천번 만번 칭찬해도 모자르다…그리고 그 꽃송이를 조금 냅뒀다가 한겨울 흰눈이 펑펑 내려 쌓이면 그 귀여움이란… 해서 실없이 한귀퉁이 꽃송이들은 냅두고 있다…오늘 한 바구니 그득 베어와서 콩가루정구지찜을 해먹었다.밥대신 먹어도 좋다.살짝 쪄야하는데 조금 무른 느낌…한김 가신 다음 양념해야한다...

산골통신 2025.04.04

밭에서 하루죙일 산다.

봄 햇살이 나날이 따셔지니 밖보다 집안이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비록 새벽 식전에는 겨울옷과 털모자를 쓰고 나가야 하나 점차 하나씩 둘씩 벗어던지다 일 마치고 아침밥 먹으러 들어올 때는 여름옷이더라…작년에 소래풀꽃이라는 아이를 알게되어 씨앗을 사서 모종을 내어 심어봤더니 와우~ 이 아이 괜찮네! 여기저기 잘 번진다하니 더 좋구만~ 그랴 여그 터가 너르니 아주 눌러 살아라!!!수양벚나무 다섯 그루를 심었는데 얘만 작년부터 꽃을 피웠다. 다른 네 그루는 아직~ 내년엔 다같이 꽃필 수도~이뻐서 오며가며 한참 서서 구경하고 간다.아쉬람터 연못에 부레옥잠을 건져내주니 이 아이들이 살판났나보다.크고 작은 아이들을 보니 아마도 햇수로 보아 삼대가 같이 사는갑다. 지들끼리 따로 놀더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이웃들도..

산골통신 2025.04.03

봄이 참 오기 어렵네~

봄이 오기는 오는데 참 그 오는 길이 험난하다.며칠전 영하로 떨어진 그 새벽에 그리도 화사하고 멋지게 피어있던 목련이 밤새 쭈구리가 되어버렸다.밤새 안녕하십니까?!?! 안부를 왜 물어야했는지 우리나라 날씨를 보면 알 수가 있겠구나…그리도 우아하고 멋지던 그 목련나무가 처참하게 무너진 모습에서 그냥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이렇게 피어나던 아이가…하룻밤새 그 잠깐 추위에;이리 되어버렸다.다른 꽃들에 비해 유난히 추위에 약한 아이다.이번 추위는 매화도 이겨내고 진달래도 이겨냈는데…목련은 역부족이었던가보다.뭐 그건 글코 이미 일어난 일~ 그래도 꿋꿋이 꽃송이를 달고 어린 꽃을 피워내려고 열심히 산다. 그저 순응하고 견디는 수밖에 별도리가 있으려나…식전 한바퀴 돌아보고 닭모이주고 밭마다 눈인사만 하고 비닐하우스 ..

산골통신 2025.04.02

봄쑥국

나무 몇 그루 심은 곳에 물 주고~아쉬람터 연못에 아직도 떠있는 부레옥잠 사체들을 마저 건져냈다.아기 물고기들이 엄청 많이 살더라~큰애들은 역시나 눈에 안 띈다.쟈들이라도 잘 살았으면 좋겠네!당분간 은신처되라고 물가 수풀들은 냅뒀다. 곧 부레옥잠 서른포기 띄워줄거니까 기둘려라~연못 주변 잡목들 톱으로 베어내고 삼색버들 웃자란 잔가지 이발 좀 해주고~나무꾼이랑 둘이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시간은 금방 가더라…가지고 간 과자랑 음료랑 대충 새참 입가심하고~지천으로 널려있는 쑥이 눈에 띄어 하나둘 뜯기 시작~그럭저럭 춥도 덥도 않은 봄날~ 퍼질러앉아 쑥뜯기 괜찮지…오후 시내 나갈 일정만 없었으면 해거름까지 쑥만 뜯었을기라~아직 쑥이 보드랍고 어려서 뜯을 맛이 안 나는데 그래도 딱히 다른 일이 없어서 한참 뜯었다...

산골통신 2025.03.31

해마다 이맘때면 하는 일~

바로 아쉬람터 연못에서 겨우내 얼어죽어 둥둥 떠있는 부레옥잠 사체들 걷어내는 일이다.부레옥잠이 아메리카에서 동남아로 건너갔을때는 꽃도 이쁘고해서 처음엔 신기하고 좋았겠지. 얘가 어마무시하고도 무지막지하게 번식하는 애인줄은 몰랐을겨!!!악마의 식물이라고 한다는구만~ 족히 이해가 간다.달랑 30포기 부레옥잠을 겨우내 온실에서 월동시켜 이듬해 봄에 띄운게 저 모냥 저 꼴이 되었다면 뉘 믿을꺼나~올해도 한 서른 포기 정도 수반에 띄워 월동시키고 있는데 4월이나 5월 되어야 연못에 띄울 수 있겠다. 얘들이 추위를 억수로 싫어하더만.완전 빽빽하게 뒤덮었다. 동남아와 달리 우리나라는 매서운 겨울 추위가 있어서 얘들이 감히 더이상은 번식을 못하는 것에 감사를 해야할 판이다.시커먼 뿌리가 파뿌리 찜쪄먹을 정도다.바다낚시..

산골통신 2025.03.28

황사인줄 알았는데 연기가 자욱~

의성 안동하고 가까운 문경…놀라고 안타까운 마음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며칠전 한 사흘가량 미친 머시기 널뛰듯 하던 바람이 불었더랬다.거친 욕이 절로 나오는 그런 바람~어제오늘 희뿌연 황사가 온 마을을 덮고 물건너 앞산도 안 보일 지경…그런데 왜 연기 냄새가 나는거지?! 갸웃갸웃~지금 이 시점에 뉘 쓰레기를 태우나? 아녀 이건 은은한 연기냄새인데… 설마…오늘 알게됐다. 의성 안동쪽에서 날아온 연기랴… 다들 마스크 쓰고 댕기고 바깥일 하지 말라고~어쩐지~ 평소보다 다르더라고…무심히 진달래는 피어나고…어느 산골에선 새카만 재로 변했으려나…여기저기에서 안타깝고 눈물나는 사연들이 전해져온다.딱히 종교는 없지만 그저고저 천지신명께 빌고 빈다.오늘낼 온다던 비라도 흠뻑 내려주소서~ 많이 퍼부어도 뭐라 안 할께요…온..

산골통신 2025.03.27

드뎌 풀들과 실갱이 시작이네~

작은 원예용 구루마를 끌고 댕기면서 풀들을 뽑아 담는다.뽑아 모은 풀더미들을 닭장 안에 부어주면 달구시키들이 잘 갖고 논다. 오늘 벌써 두 구루마째 부어줬는데 얼른 붓고 가라고 눈치를 막 주더라~지난 오일장에서 사갖고 온 청계들은 여전히 구석에서 몸사리고 있기는 한데 숫자가 많으니까 큰닭들한테 밀리지는 않는갑더라. 슬금슬금 안쪽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더라고.오늘 아침거리~케일 상추 치커리 봄동 정구지 차이브 등등 눈에 띄는대로 잘라다가~멸치다시마 육수에 듬뿍 넣고 두부 한 모 썰어넣고 내맘대로 해묵었다. 아침엔 주로 맑은국이 땡겨서 된장은 안 풀고했더니 담백하니 좋네.또다시 구루마끌고 풀사냥 시작~이번엔 틈틈이 비닐하우스 안 화분들에 빽빽하게 난 풀들 뽑기!뭐가 살고 있기는 한데 누군지 모른다. 기억이..

산골통신 20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