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겨울 하루 보내기

산골통신 2026. 1. 8. 20:11

겨울은 참 심심하다.
그 심심을 즐긴다.

매일 오후 3시경이면 봉덕이랑 산책을 나선다.
마을을 벗어나 산을 내려가 냇가 둑길을 한바탕 걷다가 산길로 빙돌아 마을로 들어온다.
쉬지않고 빠른 걸음으로 한시간 정도 걸린다.

봉덕이는 간간이 들쥐도 잡고 고라니와 달리기 시합도 하고 영역표시도 열심히 하고 참 부지런히 쏘댕긴다.
목줄을 풀어주면 산으로 들로 내로 정신없이 뒤지고 다니다가 오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들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이 놀랄까 혹시 폐가 될까  뭔 말을 들을까 싶어 자주 풀어주진 못한다.
대신 뒷산 상당 산속에 가면 맘놓고 돌아댕기라고 풀어준다. 그곳엔 사람 기척이 없으니까…

일오재 지하수 모터가 동파되어 깨져있더라.
바로 새걸로 교체할까 하다가 전기 코드만 빼놓고 냅뒀다. 날 좀 풀리거든 모터 집을 보수해서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산골에 살면 겨울철 동파 사고는 일상이다.
지하수 모터를 실내로 들이던가 모터집을 단열을 잘 해놓는 수밖엔 달리 도리가 없다.
지금껏 해온 방식은 원시적이라 최신식으로 해야한다는 거다.

봉덕이는 추위를 그닥 타질 않는데 미숙냥이가 자꾸 집안으로 묻어 들어오려고 해서 실갱이 중이다.
마루 문을 여는 그 순간 발밑에 묻어들어온다.
산녀는 나가고 미숙냥이는 들어가있고~ ㅎ
고양이들은 따뜻한 곳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하지만 지지봉이냥을 보낸 뒤로 집안에 냥이들을 들일 맘이 없는지라 눈 딱 감고 바로 들어서 내보낸다. 그 눈빛을 외면하기가 무척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고양이를 집안에 들이는 걸 나무꾼이 엄청 싫어한다. 그로인한 스트레스는 이루 말을 못한다.
마당에 꼬마비닐하우스로 냥이들 집을 만들어줬고 그 안에 온갖 숨숨집들도 많이 있으니 겨울 지내긴 괜찮다.

요즘 시래기만 먹고 산다.
가마솥 그득 삶아낸 시래기를 소분 냉동해놨다가 요긴하게 쓰고 있다.
아직 몇 솥 더 삶아낼 양이 남아있다.
무 시래기 배추 토란대 고구마줄기는 겨울철 요긴한 반찬이 되어준다.
봄나물 나오기 전까지 부지런히 해먹어야지.

조만간 이역만리 혈육한테 이것저것 뱅기태워 보내야 하는데 눈비오는 날 만지려고 기다리고 있다.
시래기 우거지 등등 묵나물들은 맑은 날 만지면 파사삭 부스러진다.
좀이라도 습한 날 좀 눅눅한 날 만져야 좋다.
아니면 물이라도 축축하게 적신다음 만져야 부스러지지 않는다.

아시아마트나 중국가게나 한인마트에 가면 구할 순 있겠지만 비싸고 품질이 안 좋단다. 특히 고춧가루는 색깔만 고춧가루라나…
해서 요즘 우체국 박스 가장 큰 걸 꺼내놓고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미역 다시마 표고 도토리묵가루 고춧가루 토란대 고구마줄기 무시래기 배추우거지 북어포 멸치 김 날콩가루 검정콩 콩나물콩 등등등
김장김치를 몇 통 보내면 딱 좋겠구마는 운송비가 눈 튀어나올 정도로 비싸서리…
전에 한 통 보냈다가 혼났다. 이거 먹다가 다른 김치 못 먹는다고 입맛 베린다나~ 절대 보내지 말라고 ㅎㅎㅎ

날이 춥다.
겨울은 겨울이다.
햇살 좋은 낮에만 잠깐 쏘댕기고 방안에 들앉아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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