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땔나무 부우자~

산골통신 2026. 1. 6. 20:38

이웃 구옥 하나 헐었다.
그집에 사시던 아지매가 돌아가시고 딸이 들어와 살았으나
집과 땅주인이 달라 계속 살 수가 없었다. 땅주인은 그 아지매와 주거 계약을 했기 때문에 외지에서 온 딸이 이어서 살 수는 없었던 거…
인정을 베풀면 될 일이라 쉽게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땅 주인은 그 땅을 이용할 계획이 있었고 수십여 년 호의를 베풀어 살게 해준 집이고 사시던 분이 돌아가심으로 계약은 만료된 것이지…
그 딸은 다른 빈집을 알아봤으나 쉽지 않아 작은 농막을 하나 지어 이사를 했다.
그 과정에 뭐라 할 이유는 없지 싶은데 제3자들은 땅주인의 인심을 뭐라 하더라마는…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당신들 입장이었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쫓아낼 사람들이 자기 일 아니라고 뒤에서 떠든다…

어제 포크레인이 와서 집을 허물더라.
그 집을 허물고 난 폐목들을 산녀보고 쓰겠냐 묻기에 갖다 달라했다.
이 산골에 아궁이 불 때고 사는 집은 산녀네밖에 없으니…
그 집은 폐목재 처분해서 좋고 우리는 땔나무 생겨서 좋고~

운반차로 대여섯 번 실어다 부어주고 갔다.
포크레인이 폐목들을 일일이 부숴서 조각냈더라. 외노자 둘이 와서 날라다 줬다.
이 산골짝에도 노가다 잡일은 외노자들이 한다.

워낙 작은 집이라 목재도 얼마 안 나왔다.
그 집은 완전 옛날 오두막이었는데 그 아재내외가 젊었을 적 불쌍하다고 땅 주인이 오두막이라도 짓고 살라고 터를 내줬단다.
두 내외 다 정신지체라 먹고 살기 힘들어서 살 집도 살 방도도 거의 없었다는…
아재가 얼마 못 살고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지매가 아이들을 키우며 사시다가
재작년인가 돌아가셨지…
그 아재가 추석에 세배를 해야한다고 동네를 다니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모자라다 바보다 말들을 하지만 참 천진난만 순하시던 분이었고 아프실때 약으로 쓴다고 울 아부지 꽃밭에 있던 하얀 봉숭아 한 포기를 달라해서 드린 적이 기억난다.
아재 초상때 상여 뒤를 당시 초등학교 다니던 그집 막둥이가 삼베 상복을 입고 지팡이를 들고 허겁지겁 뒤따라 뛰던 모습도 기억나고…
아지매도 정신적 문제가 있었으나 야무지고 생활력이 강했다. 노년에 치매로 주변을 좀 힘들게 하긴 했으나 어쩌지 못해 그냥 두고 봐야만 했다나…
그 집 아이들은 다 외지로 나가 잘 산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들었다.

아지매 사실때 그 집에 불이 나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한 겨울에 아지매가 아궁이에 타고 있던 장작불을 잘 안 보고 다른 일을 하다 불을 냈단다.
그 불로 집을 잃은 아지매네를 불쌍히 여겨 땅주인과 마을사람들이 맘을 모아 다시 집을 보수해서 살게 해줬단다.

오늘 옮기다 보니 대들보 서까래 기둥 등등에 시커멓게 타다 만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아있더라.
불에 타다 만 집 나무 골조를 그대로 두고 보수만 했던 모양이다.
뒷산에서 나무를 베어와 나무모양대로 지은 전형적인 옛날 오두막 구조다.

이 마을 구옥 대여섯 집 헐은 폐목들은 다 산녀가 가져다 불땠네…
이제 남은 구옥은 산녀네 집 포함 세 집 뿐인가?! 다 양옥으로 새로 지었으니…

사연 많은 세월이 켜켜이 서려있는 그 집 잔해를 옮기며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더라…

그나저나 땔나무 부자 됐다.
앞으로 몇년간 땔나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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