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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그냥 여기저기 쑤시고 쏘댕기며 일하다 놀다가 그런 나날들이었다. 생각나는대로 눈에 띄는대로 닥치는대로 일을 한다. 머릿속에 아무리 계획이 서 있다한들 제때 생각이 안 나면 도로아미타불이니 생각나는 즉시 그 일을 해치워야만 했다. 이젠 그런 세월이 왔다.작년에 태어난 병아리가 올해 암탉이 되어 첫 알을 낳기 시작했는데 알둥지는 큰 닭들이 차지하고 안 내줬나… 뒷쪽 구석탱이에 지푸라기와 닭털을 모아놓고 거기다 알을 소복하게 낳아놓았다! 그걸 딱 열하루째 발견했다는 거이지… 알 열한 개~ 초란은 알이 작다. 초란만 구해다 먹는 사람들도 있다더라!작년에 삽목해둔 국화들을 대거 상당 축대 위에 줄줄이 심었다. 나무꾼의 성화에 안 심을 수가 없었다는!!! 타래붓꽃도 도랑 양쪽으로 대거 이사시키고~ 삽들고 땅부터 파..

산골통신 2024.04.23

한바퀴 돌면 얻을 수 있는…

오늘 잊지않고 산에 올랐다. 어제 본 엄나무순이 오늘 지나면 쇠어버릴것 같더라고~ 어제는 좀 어려서 따기를 망설였는데… 엄나무 가지가 너무 높아 결국엔 꺾어야했다. 역시나 원순이 내일이면 쇠어서 안된다. 오늘 오길 잘했네! 원순만 따도 바구니 하나 그득일세~ 곁순은 큰 아이들만 따고 냅뒀다.걷는대로 눈에 띄는 취나물 뜯는 재미에 또 한움큼~야생두릅나무가 많아 거기서도 한움큼~ 금새 가져간 바구니 그득 찼다. 고마운 일이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도랑가에 자라고 있는 아직은 좀 어린 미나리 한움큼 베어서 가져가야지… 그러면 오늘도 풀떼기밥상이 차려진다.넘의살 좀 구어서 미나리랑 쌈싸묵으니 절로 소주 생각이 나더라~참나물 한움큼 베어와서 다듬었더니 한 바구니~ 참나물은 따로 키우지 않고 그냥 천지사방 지들맘..

산골통신 2024.04.17

비 그친 후 땡볕…

어제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가 오고 그쳤는데 오늘 새벽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 깼다. 오늘도 일 못하려나~ 싶었는데 오전에 개이는구만! 그러더니 바로 땡볕이여! 유럽사람들 홀딱 깨벗고 뛰쳐나올 그런 땡볕!!! 참 희한한 날씨로고… 뭐 그러거나 말거나 일거리 있나 두루 살펴보니 감자골 싹이 우후죽순 돋아있구만~ 슬쩍슬쩍 비닐 안에서 싹 올라오는 애들 끄집어내주었다. 비닐을 안 씌우고 심으면 그럴 일이 없는데 풀땜시 비닐멀칭을 하니 감자싹들이 천지분간 못하고 위로위로 돋아나다가 비닐에 막혀 그대로 두면 싹이 녹아버린다. 대충 눈치봐가며 그럴 조짐이 있는 애들을 꺼내줘야한다. 이웃 감자밭은 시푸르둥둥 싹이 너울너울 벌써 좋은데 우리밭은 뭐 파먹은양 여기저기 드문드문 삐죽삐죽 돋아나있어 ㅎㅎ 도시에서 온 이..

산골통신 2024.04.16

온산에 나물천지~

앞으론 점심도시락 싸들고 상당 숲에 와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식전과 아침나절에 집안팍 살피고 마당 민들레꽃 한바탕 파제끼고~ 야들은 꽃이 피어야 그 존재를 드러내니 노란꽃이 눈에 띌때마다 파내야한다. 최소한 마당에서만은 니들 보지말자구!!! 딴데가서 살어! 엊저녁에 아이가 늦게와서 배고프다하길래 후레시 켜들고 같이 밭에 가서 아스파라거스 한움큼 꺾어왔다.아이가 좋아하는 아스파라거스와 삼겹살구이~ 거기에 달래무침 파김치 정구지무침 명이나물장아찌면 밥상 완료!오전엔 두릅 따러갔다. 두번째인데도 제법 통통하더라.어제 딸걸 하루 미뤘더니 더 커진듯~ 순 따는건 미루면 안된다! 금방 억세지니까!상당에 엄나무순이 생각나서 부랴부랴 바구니랑 긴 괭이들고 출동! 생각났을때 해야혀!!!엄나무 가지가 너무 웃자라 톱으..

산골통신 2024.04.14

봄은 늘 나른한 고양이~

어제는 날씨탓이었나… 오만군데 다 쏘댕기며 이 일 저 일 막 줏어서 했다. 오늘은 날이 맑고 화창해서 그야말로 봄날이더라… 일하긴 좋겠네~ 싶었지만 어제 너무 일이 좀 과했나… 몸이 나른하고 축 처지네… 그래 별일 하지 말고 숴엄쉬엄 놀며 돌아댕겼다. 마당냥이들 중 개집에서 낮잠자는 애들이 두엇 있는데 봉덕이가 절대로 안 들어가는 개집인지라 내다 버릴 수도 없고해서 구석에 처박혀 있는데 냥이들이 애용을 하더라고! 그래서 일오재 뒷편에 버려져 있던 개집 두 개중 하나는 그동네 들냥이들용으로 냅두고 하나만 갖고 와서 그 옆에 나란히 두었다. 작은집에 껴살지 말고 너르게 지내라고~ 남향인데다 목련나무 밑이라 아주 낮잠자긴 그저그만이거든~ 희한하게 봉덕이도 별말 안 하더라고!올해 명자꽃이 역대급이다! 십여 년전..

산골통신 2024.04.12

심고 또 심고~

봄은 심어야 한다. 그래야 봄이다.씨앗을 심어 키운 흰만첩수양복사꽃 두 그루~ 아쉬람터 둑 위에 나란히 서있다. 몇년 지나면 장관이겠네~오늘 먼데서 온 아이리스들을 일오재 앞마당 축대 위에 빙 둘러 심고 옆 마당에도 모아서 심었다. 엄청 많아서 두군데 심고도 울집 마당에도 한 곳 심었다.아이리스랑 같이 온 꽃말발도리 꽃나무도 아이리스옆에 심고 물을 푹 주었다. 다음주 월욜에 비소식이 있긴 해도 지금 많이 주는게 좋다. 가끔 먼데서 이렇게 오는 꽃선물은 하늘이 주는 복 같다. 덕분에 울집 마당이며 일오재며 상당이 해마다 풍성해지고 화려해진다. 꽃들이 피면 그거 구경하느라 일은 뒷전이 되고 꽃들과 노느라고 시간 다 간다.두릅이 벌써 통통해져서 한 푸대 따왔다.가시오가피순은 벌써 패버려 좀 억시지 않을까 싶고..

산골통신 2024.04.11

봄날~

오늘 하루 뭔 일을 했나. 닭집 모이 주기 비닐하우스 모종판 물주기 아궁이 불때기 봉덕이랑 마당냥이들 밥주기~ 이건 매일 하는 일이고… 딸아이가 어제 근대씨앗이랑 토마토모종이랑 청경채 케일 옥수수 모종을 사갖고 와서 그거 심고 뿌리고~ 이쁜 토끼화분이랑 강아지화분에 로즈마리랑 시클라멘 꽃 심고~ 우리집 마당이 은근 이쁘다고 아이가 좋아라한다. 사진을 찍어 동네방네 자랑질 중이다~ 아이가 뭘 자꾸 심으려고 하니 흙이 필요해서 밭둑에서 흙 한 구루마 파갖고 왔다. 황토흙에 상토랑 거름이랑 폐화석가루랑 섞어놓았다. 필요할 때마다 퍼다 쓰기 좋으라고~ 그리고나서 뭔 일을 했는고… 마당에 퍼질러앉아 풀 캤나?! 질경이 냉이 민들레 봄까치풀 바부쟁이 망초 쇠별꽃 등등 아주 난리버거지로 퍼져 자란다. 깔끔하게 캐낼 ..

산골통신 2024.04.09

상사화의 수난사~

이번 상당 축대 보수공사를 하면서 가장 수난을 겪었던 아이는 축대 밑에서 살고 있었던 상사화와 국화였다. 상사화는 흙에 파묻혔어도 이듬해 봄에 돌 틈에서 싹을 틔워 대부분을 살릴 수 있었으나 국화는 그대로 흙무더기에 파묻혀 이듬해 봄에 새싹을 못 올리더라…공사중~ 농막과 아미타부처상 사이 돌축대 밑으로 물이 스며들어 돌과 흙무더기가 쓸려내려앉은 거다. 그걸 다시 돌 한 차 더 실어와서 좋게 쌓았다. 부처상 뒤로 둥글게 해자를 파서 물길을 돌려잡아냈다. 오른편으로 도랑하나가 절로 생겨부렀다네~ 저 아미타부처상도 여기로 오게된 사연이 기막히지… 15년간 비바람 맞으며 버려져 있다가 그냥 갖고 가라는 바람에 덥석 갖고온…다 쌓아진 축대를 보러 갔다가 사흘전 파내놓은 상사화 한 구루마와 꽃댕강 작약 아이리스들을..

산골통신 2024.04.03

봄공사~

초겨울이나 이른봄에는 꼭 파뒤집어 엎는 공사가 있게 마련이다. 상당 산밭 농막 뒷편 돌축대가 작년 여름 징한 폭우에 무너졌다. 그해 11월에 포크레인 예약을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연기 또 바쁘다고 연기~ 이차저차 바쁘다고 못해준다고 올해 3월말에는 꼭 해준다고 약속했는데 돌도 한차 실어다 놓고 포크레인 기사가 그만 연락두절이 되어버렸다. 뭔 일인지 모른다.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안 받고… 이 냥반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혹시 사고나 질병으로 병원에 가셨나… 그래도 그렇지… 5개월동안 연락두절은 아니지 않아?! 돌값도 안 받을 생각인가? 공사는 시급히 해야하고 수소문해서 다른 포크레인 기사를 불러 이틀에 걸쳐 공사는 마무리했다. 소개해준 이의 말에 의하면 전 포크레인기사가 연락을 씹은 것은 이제 배가 ..

산골통신 2024.04.02

봄봄나물~

삼잎국화순쑥머위섬초롱순눈개승마미나리부지깽이명이나물월동시금치정구지달래와 머위쪽파봄바람 살살 맞으며 나가 뜯어온 나물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올라온다. 작은아이는 부지깽이나물과 눈개승마나물 맛에 홀랑 빠져 한끼에 한 접시씩 뚝딱이다. 미나리를 본 큰아이는 일 집어치고 당장 뛰어올 기색이고~ 막둥이는 회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려나… 나무꾼은 오늘 저녁 밥상을 기대하며 봄이 밥상 위에 내려앉았다 하더라~ 모두 간은 약하게 해서 조물조물 무쳐놓았다. 한동안 뭐 먹지?! 라는 고민을 안 해도 되겠다. 곧이어 참나물 곰취 곤달비 곤드레 방풍나물이 뒤이어서 나올거고 엄나무순 가시오가피순 나무두릅이랑 땅두릅이 대기하고 있다. 봄나물을 먹다 먹다 물리면 밭에서 봄배추 열무 각종 쌈채소들을 뜯어먹으면 된다. 겨..

산골통신 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