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48

봄눈녹듯~

이른 아침 마루 문을 여니 저렇더라.. 밤새 하얗게 덮어버렸네~눈에 파묻혀버린 상사화 새싹~ 야들은 얼음이 어는 겨울에도 뾰족 세상구경을 하러 나오는 아이들이라 이까짓 눈쯤이야~ 할 거다.아이들이 불멍하는 아궁이터~ 솥뚜껑삼겹살 굽는 솥뚜껑은 바로 덮어놨다. 빗물과 눈녹은 물이 고이면 녹이 슬기 쉬우니까~봉덕이만 눈보고 신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마당냥이들한테는 아침에 한번 밥을 주는데 까망이가 미리 와서 대기탄다~ 그 다음에 노랭이 삼색이 고등어 그 다음에야 들냥이들이 이어서 눈치 봐가며 먹고 간다. 지들 나름 차례가 있나벼! 오늘은 봉덕씨 심기가 불편하지 않은지 내버려두네?! 눈을 보고 맘이 몽글몽글해졌냐?!이 자그마한 집과 마당은 참 사연많은 터다. 삼대 위로 거슬러올라가서 이 터에 숨붙이고 사..

산골통신 2024.02.22

어느새 봄~

늘 그러하듯 이맘때면 화들짝 놀랜다… 오직 인간만이 춥다고 웅크리고 들앉아있는 사이 쟈들은 부지런히 봄을 맞이하고 있더라는 거지! 명자나무 꽃몽우리산수유꽃몽우리상사화촉작약 촉겨우내 저러고 겨울을 난 대파소국디기탈리스~ 올해 꽃을 피울거다.노지에서 월동한 봄동양아치 직박구리들이 뜯어먹은 월동시금치밭요런 애들을 저렇게 뜯어먹었다.꽃몽우리를 물고 나온 히아신스수선화~섬초롱꽃범의꼬리수레국화소국 무더기원추리상사화 무더기샤스타데이지산마늘부지깽이 나물멀리서 보거나 무심히 지나치면 아직 겨울이다. 일삼아 구부려 들여다보거나 퍼질러앉아 뒤적거려보면 낙엽더미 속에서 연두빛 새싹들이 열심히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들의 애씀이 눈에 보인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포근해서 간간이 초록이들이 눈에 띄었다. 망초하고 수레..

산골통신 2024.02.20

봄비처럼~

마치 봄비처럼 내리는 비… 밤새 내렸다. 그 빗소리를 들으며 막장드라마 꿈을 꾸고… 아침부터 까마귀떼 우짖는 소리를 들으며~ 산골아침 시작하다… 물건너 마을에 까마귀가 떼로 산다. 언제부터인지 그 수가 부쩍 늘었다. 아마 산녀의 가물가물한 기억에 수년 전 뒷산에서 멧돼지 고라니 사냥이 활발할 때 필요 부위만 잘라갖고 오고 그 사체들은 내버려두고 온 그 즈음부터 까마귀들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나름 짐작만 한다. 울 산골동네엔 까치 부부가 살았다. 뒷산엔 매 가족이 살고~ 그러던 어느날부터 물건너 까마귀들이 한두 마리씩 건너와서 까치 가족들이랑 한판 밀고 당기기 싸움을 하곤 했었다. 늘 까치들이 이기고 까마귀들이 쫓겨가고 그랬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인가… 까치들이 밀리고 까마귀들이 기세가 등등해졌다. 올봄부..

산골통신 2024.02.19

봄봄봄?!

히아신스 촉이 돋았다. 문득 보다보니 저리 올라와있더라…그 옆 수선화도~ 어느새?! 맘이 급해 근처 풀 좀 뽑아주고 검부지기들 걷어내주니 저리 많이 보이더라~ 풀이래봤자 지챙이랑 망초랑 광대나물 바부쟁이 뭐 그런 애들이다.매화나무가 옆에 있어서 안 따고 둔 매실들이 떨어져 과육들은 썩어 없어지고 씨앗들만 굴러댕기더라. 저 중에 운 좋은 애들은 싹을 틔워서 나무로 자라던데 두 그루 정도가 구석쟁이에 있던데 희한하게 꽃이 안 피더라!!! 올해도 피나 안 피나 두고 봐야지~많이 번졌네! 올 봄에는 수선화 만발이것어~무스카리다. 얘들 이발 좀 해줘야하려나?! 아니면 구근을 캐서 넑직하게 살라고 옮겨심어줘야하려나?!수레국화~ 겨우내 저러고 난다. 강한 아이다! 독일국화라고 하던데~ 무더기로 피면 참 이쁘다.얘는 ..

산골통신 2024.02.08

새들의 식사~

무슨 새일까?텃밭 월동시금치를 뜯어먹고 있다. 한 며칠 되었다… 저 새들이 날라와 식사를 즐긴지~ 야들아~ 내 먹을 건 남겨둬라~ 큰 잎만 먹고 꼬갱이는 먹지 말어! 그래야 두고두고 돋아나는 거 먹을 수가 있거든!!! 쟈들이 산녀 말을 알아들을꺼나~ 사진찍는 새 포르르 날라가버렸다. 산밭에서 키우는 작물들 중 산식구들하고 나눠먹는게 제법 된다. 옥수수랑 고구마 등은 고라니와 멧돼지가 주로 잡수시러 오고 콩은 산비둘기와 들쥐들이 주로 노린다. 너구리와 오소리도 간혹 와서 밭고랑을 파뒤져놓고 가기도 한다. 산토끼들이 열무와 근대를 좋아한다. 올해는 집가까이 심어야겠다. 산식구들이 안 좋아하는 작물로는 고추와 들깨 무 배추 등인데 가끔 특이식성이 있는 고라니께서 와서 드시고 가기도 한다. 조금이니까 봐주고는 ..

산골통신 2024.02.07

촌캉스라나~

시골 촌에서 하는 체험 또는 휴가보내기를 촌캉스라고 한다고 말은 한번 듣기는 들었더랬다. 호텔에서 하는 바캉스를 호캉스~ 거기에서 파생된 말인듯… 큰아이를 통해서 도시애기들하고 그 부모들이 어느날 오고싶다고 했었다. 애기들이라해서 진짜 애기인줄 알았는데 나중 알고보니 초딩들이었다는~ 방학이고해서 애들 시골체험도 시키고 부모들은 좀 놀고 쉬고 뭐 그러겠다고 연락이 왔다. 큰아이 지인들인데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할터이니 애쓰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도 밥은 해야지~ 한끼는 산골밥상으로 차려줄게~온 날 저녁에 마당에 불피워서 온갖 것들을 다 궈먹고 놀았다. 미리 산녀가 한데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워놔서 오자마자 불놀이 하느라고 애들이 난리난리~ 꺼내둔 솔갈비 싹 태워 없어졌고 장작도 또 꺼내와야했고 아주 불놀이는 ..

산골통신 2024.02.04

벌써 냉이~

내일 도시애기들이 촌캉스를 오기로 한 날이다. 뭘 멕이고 뭘 놀게 하고 뭘 싸줄까 궁리하다가 쌀방아 찧는거 보여주고 가래떡 뽑아주고 냉이 캐게 하고 아궁이에 군불 좀 때서 군고구마 좀 궈먹게 하고 봉덕이랑 마당냥이들이랑 놀게 하고 산으로 들로 냇가로 한바퀴 돌게 하면 되겠다 싶다… 지들이 마당에서 솥뚜껑삼겹살 궈먹겠다하니 숯이랑 장작이랑 솔갈비랑 꺼내놓았다. 다행히 비는 그 다음날 온다하니 잘 되었다. 그래도 반찬이 좀 있어야 하지않나 싶어서 이것저것 궁리 중이다. 도토리묵 한솥 쑤어놓고 배추나물 한통 해놓고 냉이 좀 캐서 무쳐놓고 묵나물이나 좀 해둘까…내일 먹고 남는건 싸보내려고 많이 쑤었다. 이걸 본 나무꾼~ 도시 묵 좋아하시는 어느 어르신댁에 보내자고 하네~ 그럼 또 쑤어서 보내야지~ 바로 해서 보..

산골통신 2024.02.02

뭐든 키워보자~

이 겨울강 건너기가 엥간히도 심심하야… 드뎌 콩나물 키우기에 돌입했다. 곧 숙주나물도 키울거다. 콩나물보다 숙주나물이 더 좋다는 부록들이 셋이나 있어서리…쥐눈이콩이다. 밑에 비닐조각 깔고 콩 한 바가지 씻어서 놓은 다음 천으로 덮고 그 위를 또 덮는다. 빛을 차단해야하니께~오며가며 심심하면 물을 끼얹어주면 된다. 대충 한번에 대여섯 그릇의 물양이면 되고 더 주고싶으면 맘대로 해도 된다.이 콩나물 시루는 생전 엄니가 쓰시던 건데 콩나물 키우기에 맞게 바닥이 양쪽으로 경사가 져있고 물 구멍이 양쪽으로 여러개 나 있다.안방이 가장 따시고 접근성이 좋다. 나무꾼이 재미가 있는지 뭘 하다 말고 물 한 번 주고~ 이거 하다가 물 주고 저거 하다가 물 주고~ 오가며 물 주기 바쁘다. 오늘 드뎌 첫 콩나물을 수확?! ..

산골통신 2024.01.29

누구랑 말하고 사냐?

어제 누구랑 통화 중 그러대~ “넌 누구랑 대화하냐? 혼자 떠드냐? 개랑 고양이랑?” “응~ 개도 있고 고양이들도 많고 달구시키들도 있고” 그치만 주로 혼자 떠들지… 일방통행이잖아~ 쟈들이 어디 말을 들어먹어야지~ 봉덕이는 서열상 산녀가 윗길이니까 납작 엎드려살지만 가끔 하극상을 일으킬때도 있다. 산책을 안 나간다던가~ 맛난 밥을 마당냥이들한테만 준다던가~ 그러면 뭐라뭐라 알아들을 순 없지만 이해는 할 수 있는 온갖 말과 행동을 하곤 한다. 마당냥이들은 봉덕이가 만들어놓은 암묵적인 질서 속에서 나름 잘 살아간다. 들냥이들은 틈새를 노려 후다닥~ 먹이를 쟁취하고 사라지고~ 봉덕이는 대장인 동시에 호구다! 산녀는 무늬만 대장이고 자발적인 호구인 셈이고~ 뭐 그런거지 뭐~ 우짜겄어~ 오늘 아침 식전에 아랫채 ..

산골통신 2024.01.27

햇살찜질방

남향집이 좋다는 건 우리나라같은 기후조건에 맞는 말이다. 지금 보일러실겸선룸에 앉아있는데 남으로 난 창 앞 햇살을 마주보고 앉지 못한다. 너무 눈부시고 뜨거워서리… 살짝 비켜 앉아있는데 햇살이 닿는 다리 부분이 엄청 따끈따끈하다. 오메 좋은거!!! 햇살찜질이로다! 집안 보일러 센서 온도를 20도로 맞춰놓고 낮에는 선룸에서 산다. 밥도 여기서 먹고 책도 여기서 보고 하루종일 여기서 논다. 딱히 겨울에 논이고 밭이고 들일이 없으니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다. 아침에 집안팍 둘러보며 밤사이 별일없나 살피고 닭집에 아침저녁으로 가서 모이랑 물이랑 보살피고 달걀 꺼내오고 마당냥이들이랑 봉덕이 밥이랑 물이랑 주고 아침에 한번 아궁이 불 한그득 때고~ 그러고나면 할 일이 없다. 추운날 마실 나올 어르신들도 없으니 작..

산골통신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