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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멍~

봉덕이 전용 문이 되시겠다. 문 앞에 태양광 가로등도 있고 말이지~딸아이가 언제적부터 만들어주려고 인터넷쇼핑몰에서 개구멍 자동문을 사다놓고 달지를 못해 그냥 두고 있었는데… 사실 그동안엔 개구멍만 덩그라니 크게 뚫어놓고 겨울엔 비닐로 막고 그랬었다. 이번에 나무꾼이 보고는 이거 30분이면 달 수 있다고 드릴이랑 나사를 갖고 뚝딱 박아줬다. 역쉬 나무꾼은 해결사 맞다! 딸아이가 이거 달고 싶은데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 꺼내자마자 순식간에 문 하나가 멋지게 생겼다. 봉덕이도 옆에서 구경하고~ 온식구가 봉덕이 개구멍 앞에 모여앉아 뚝딱뚝딱 문을 해달았다. 자아~ 봉덕아! 어여 들어가봐! 훈련을 좀 시켜야 하나 어째야 하나 두고보자 했는데 처음엔 얼뚱거리더니 금새 잘 들락거리더라. 앞발로 톡톡 치고 머리로 ..

산골통신 2024.11.16

배차적~

배차적을 꿔먹는 계절이 돌아왔다. 어제 무 뽑아 나르다가 수레바퀴에 치여 그만 배추 한통 뽑혀나가~ 그놈 들고와서 배차적을 꿔먹자 했다.한눈 파는 사이 좀 탔지마는 괘안타!나무꾼은 맑은 이슬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희한하게 작년 가을부터 산녀는 술맛이 없어져버렸다나~ 그래 술은 치우고 점심 대용으로 배차적 네 판 구워 세 판 먹으니 배 부르더라… 배차적은 식어도 맛있다.겉잎이 워낙 커서 한 장 넣으니 팬이 그득찬다. 겨우 두 장 꾸겨박아 구웠다. 올해 배추가 물이 많고 아삭하니 맛나더라.두툼하고 구부러진 부분을 칼등으로 도마 위에서 두들겨 핀 다음 밀가루 묽게 개어 적셔서 팬에 기름 둘러 구우면 된다. 이맘때 해먹으면 참 맛있더라. 이 방법을 도시 아지매 한 분에게 가르쳐드렸더니 그분은 배추 노란 꼬갱이들을..

산골통신 2024.11.15

이십대와 육십대의 체력차이~

음… 산녀도 힘깨나 쓴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게 아닐세~ 이번 주말 비소식이 있어 무를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짱만 보고 있다가 이웃들이 하나둘 무를 뽑아 나르는 걸 보고 에라 우리도 뽑자~ 무는 영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냅둬도 되는데 싶어서 늦장을 부리고 있었거든… 혼자 해도 무리가 안되는 양이긴 한데 무를 뽑라 나르는 그 길들이 참 난감하여라~ 오르막 내리막일세! 시레기는 올라가야하고 무는 내려가야하는구만~ 이거참… 평지면 무슨 문제가 있겠노~ 하지만 여그는 산골이라 평지를 바랄 순 없다네! 무를 뽑아 싣고 비탈길을 올라가자니 아이구야 젖먹던 힘까지 내야겠네. 내 어이 이리되었노!!! 이정도는 쉽게 했었는데 ㅠㅠ할 수 없이 딸아이를 불러 같이 하자 했다. 아이는 지금 중요한 일처리를 하느라 무쟈게 ..

산골통신 2024.11.14

닭집 쪼맨한 거이~ 참…

쪼맨한 닭집 하나 짓는 것이 참 오래도 간다. 아직도 완성을 제대로 못했다. 잔잔한 일거리가 많다. 철골조 기초 꽂아놓고 그 위에 비닐 씌우고 보온덮개 씌우고 또 비닐 씌우고 차광망 씌우고 철망을 둘러치고 등등… 그걸 붙들어 매고 고정시키고 하는 일들이 참 잔 손이 많이 가더라. 그냥 못으로 때려박으면 될 일이 아니냐 하겠지만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여… 도시친구들 둘이 와서 거들어도 끝이 안 나… 미완성인채로 다들 돌아갔다. 나머지는 산녀 일거리!!! 사부작 사부작 해치워야지!!! 산녀 특기다! 알타리김치 세통 버무려 담고 쪽파김치 버무리고 정구지 무치고 정구지 베어온 김에 콩가루찜도 하고 등등…도시친구들 찬이 마땅찮아 도토리묵 한솥 쑤어내고 전에 닭 잡아놓은거 두 마리 푹 고아서 찹쌀죽해서 대접했다. ..

산골통신 2024.11.12

슬슬 김장을…

달력을 보니 하매 11월이라… 날씨가 아직은 따뜻?! 하니 김장은 언제 하나~ 해마다 이 산골마을은 두번째 주 아니면 셋째주에 다들 하던데~ 날 따실때 김장 해놓고 쉰다고 다들 그랬는데 올해는 어찌하실려나들~알타리무가 제법 굵길래 두 바구니 그득 뽑아와서 다듬어놨다. 양념도 뭣도 하나 준비가 안되어있는데 일부터 쳐놨네!저 무청 잎사귀는 어찌할꺼나~ 시레기용으로 말릴꺼나 아니면 삶아서 냉동해놓을꺼나~ 아니면 모조리 달구시키들 갖고놀라고 닭집에 던져줄꺼나~1차 대충대강 씻어건져 소금 쳐놨다. 절여서 다시 세심하게 다듬어야한다.알타리무김치는 식구들이 다들 좋아하니 많이 담아둬야한다. 아직 밭에 서너번 더 뽑을 양이 남아있다. 이번에 담은 건 김장 전에 먹을 것이다. 갑장친구가 맥주 한짝을 뇌물로 주고 묵은지 ..

산골통신 2024.11.08

드디어 첫 서리가 내리다.

이른 아침 문을 열어 아랫채 지붕을 보니 하얗게 하얗게… 우와와~ 서리가 내렸다!!! 올해 첫 서리~ 그다음 생각이 든 것은 오늘 낮엔 따시겠네! 서리가 하얗게 뒤덮은 날은 따시더라구… 이른 아침엔 손끝이 시릴 정도로 날이 찼다. 목장갑이라도 끼어야 들일을 할 수 있었네. 문득 뒤통수도 시려워서 털모자를 쓰고 나갈까 싶었다. 오늘은 월동채비 본격적으로~ 지하수 모터 세 군데 솜이불로 덮어싸고 열선을 감아 그 위에 큰 들통을 덮었다. 보일러 난방수 온도를 좀 올려놨다. 이제 본격 겨울이다. 비닐하우스 양쪽 문에 큰 비닐로 이중가림막을 쳐놓고 들냥이들이 뚫어놓은 구멍들 죄다 찾아서 땜빵용 테이프로 쳐발쳐발 붙여놨다. 들냥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비닐하우스 안에서 겨울을 나고 싶어할테니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아야..

산골통신 2024.11.06

아침이슬이 아주 그냥~

축축하다못해 비라도 온 것 같다. 그러다 햇살이 산 뒤에서 떠올라오면 더운 김이 펄펄 대지에서 솟아오른다. 지붕 위에서 풀잎들에서 온 들에서 일제히 올라온다. 한참 그 정경을 바라보고 섰다. 내 몸에서도 올라오나 싶어 둘러보면 그건 또 아니네… 그제 나무꾼과 산녀가 상당에서 비닐하우스골조하고 씨름하고 있을때 갑장친구가 단감나무 감을 네 바구니 따서 한 바구니 일당으로 가져가고 세 바구니를 남겨두고 갔다. 참 순직하고 고진한 사람이다. 몇날며칠 그리 벌어들인 일당?! 감으로 곶감을 깎아 처마에 걸어놓는다. 한 몇접 되지싶네~ 저거 누가 다 묵으려고 그러나?! 상당에 뒀던 비닐하우스 폐골조를 쓸만한 건 집으로 날랐다. 갑장친구가 곶감 깎다말고 우리 사정을 듣고는 선뜻 같이 합세! 하고 따라나서서 그 무거운 ..

산골통신 2024.11.05

또 가을비~

식전에 밭고랑 잡풀 좀 집어내고 있는데 비가 뿌리네~ 이잉… 이틀 반짝하더니~ 오늘 가을걷이 한 논에 볏짚 좀 가지러 갈라했더만~ 두 수레 실어오면 메주 매달고 닭집 알둥우리에 넣어주고 요모조모 쓸라했더만~ 한 며칠 마르도록 기다려야겠네! 이래서 가을비는 민폐여!!! 닭집에 새로 합사시킨 중병아리들이 큰닭들 유세에 홰에 못 올라가고 알둥우리에 들어가 자는 바람에 알둥우리가 달구똥 천지가 되어버렸다! 이노무 닭대가리들아~ 니들 잠자리에 똥싸는 건 뭔 매너냐?! 알도 안 낳는 알둥우리~ 모두 꺼내어 깨끗이 치운 다음 새로 짚을 깔아줘야겠다. 들판이 하나둘 비어간다. 휑하니 비어간다. 논마다 물이 그득이라 볏짚 걷기가 난항이겠다. 오늘 또 비가 뿌렸으니 마르길 기다려야하겠네. 이러면 볏짚이 깨끗하지가 않다. ..

산골통신 2024.11.01

첫 군불 때는 날~

이른 아침 손끝이 시리면서 찬 기운이 스르르… 진짜 추위는 코끝과 손끝에서 제일 먼저 감지하는구나! 다음주 입동… 영락없이 입동추위가 올거다. 다들 가을이다~ 하고 룰루랄라 즐기다가 화들짝 움추려들겠지. 아침이슬이 축축하게 젖은 마당과 들로 밭으로 한바퀴 돌면서 하루 일을 시작하다. 들어오는 길에 얼가리배추 몇 포기 뽑아들고 마지막 호박잎이네 하면서 몇잎 뜯어쥐고… 들냥이들은 산녀 문 여는 소리에 마당 저끝에서 전력을 다해 달려온다. 새끼들까지 합세해서~ 아마 저 새끼들은 학습이 된게다. 저 털없는 큰고양이한테 잘 보이면 평생 먹을거 걱정은 없을거라는… 봉덕이 밤새 잘잤나 들여다보고 들냥이대가족 밥그릇에 한 바가지 부어주고 졸지에 집밖으로 내쫓긴 마당냥이들 밥그릇에도 부어주고 세상에 동네깡패 노랭이가 밀..

산골통신 2024.10.31

가을이네.

그저 앉아있다. 이 일 저 일 눈 닿는대로 찾아하다가 문득 앉아 멍 때리고 있다.이웃들은 들깨 타작 다해서 마당 햇살 아래 널어 말리고 마늘 양파밭 만들어 부지런히 심고 있다. 아마 품앗이로 하는듯 네 분이 일하고 계시더라. 그러면 이 밭 다 심고 세 집 마저 심으러 가실듯~ 해마다 그리 하시더라. 평균 연세가 75세~ 왕성한 현역들이시다. 80넘으신 어르신들도 들깨 두드리고 키로 까불고 계시던걸~ 아흔 넘으신 어르신은 나물 말리고 다듬고 소 밥 주러 다니시고… 산녀는 뭐하고 있나? 팍 줄어든 농사에 마을 품앗이까지 나가게 되면 내 집 일을 못하니까 품앗이에서 빠진지 오래됐다. 내 집 밭일 한나절 하자고 몇날며칠 마을집집이 돌아가며 일 해줄 순 없거든… 그냥 혼자서 하루해서 안되면 이틀 하고 만다. 이 ..

산골통신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