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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놈아!

여그서 잘 살아라~ 물건너 산너머 깊은 계곡에 풀어주었다.몇년전 풀어준 그놈은 문을 연 즉시 뒤도 안 돌아보고 쏜살같이 달아나버렸는데 이놈은 냅다 물가로 뛰어가 물을 허겁지겁 들이마시더라~ 그것도 한참을…실컷 마셨는지 또 달아나지도 않고 그 옆에 풀석 엎어져 좀 있더니 비척비척 걸어가 나무둥치 밑에 쓰러져 있더라… 그것까지만 보고 내려왔다. 그래 이놈아… 니 명줄이 긴거야. 수탉 두 마리 목숨보다 니 목숨이 더 중해서 살려준 건 아냐! 차마 널 죽이질 못해서 그런겨. 딱 하루 덫에 갇혀 굶었는데 눈빛이 흐려지고 기운없이 널브러져 있는 꼴을 보니 참 맘이 그렇더라… 먼젓번 놈은 사흘 굶었어도 쌩쌩하던데 니는 어려 그런가 하룻만에 기진맥진 탈진이냐 그래. 그 동네 꽤 좋을겨~ 민가로 내려오지 말고 정착해서 ..

산골통신 2024.03.23

드뎌 족제비 이놈!!!

어제 초저녁 7시 넘어서 덫을 놓았다. 삼겹살 세 조각을 철사에 꿰어 매달고 문이 잘 닫히는지 점검하고~ 몇년 전에도 그리 잡았으니 이번에도 잡힐겨~ 그때는 사흘만에 잡혔는데 이번엔?! 오늘 아침 닭집에 올라가면서 닭 한 마리가 희생이 되었거나 아니면 족제비가 잡혔거나 둘 중 하나겠다 그리 생각하며 닭집 문을 열었다… 아이쿠!!! 잡혔구나!!!미끼로 걸어둔 삼겹살 조각은 남김없이 다 먹어치운 요넘!!! 새끼네~ 자그마하다… 지놈이 두 마리나 잡아묵은 바로 그 자리에서 잡힌 신세가 되었네… 지놈도 먹고살려고 한 노릇인데… 그래도 남의것을 훔쳤으니 당근 댓가는 치러야겠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다들 먼저번처럼 살려주란다… 나무꾼도 자기가 데려다 먼데 방생하겠노라고… 하이고 이살람들아~ 그러면 그 동네는..

산골통신 2024.03.22

또다시 족제비 사냥~

족제비인듯하다. 어제 아침 닭 사체 발견~ 병아리육아실 문틈에 끼어 죽어있더라. 반쯤 뜯어먹힌채 반은 안에 있는 상태… 이게 쥐 소행일까? 갸웃… 작년에 태어난 다섯마리 병아리 중 세마리가 수탉이고 두 마리가 암탉~ 수탉들이 암탉 두 마리를 놓고 쌈이 붙어 암탉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더라. 그래 암탉들을 큰닭집으로 내보내고 수탉 세마리를 놔뒀는데 그중 서열쌈에서 밀린 놈 하나 구석에 쭈구리되어 살더라구… 서열이 확실히 정해진 모양인데… 그런갑다 하면서 언제 잡아묵나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쭈구리 그놈이 당했어… 그래 두 마리 남은 것끼리 싸우지 말라고 1서열놈을 내보내고 한 마리만 남겨놨었지.. 오늘 아침에 그 한 마리가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더라… 근데 이해할 수 없는게 족제비는 잡아가던가 아니면 다 뜯어..

산골통신 2024.03.21

날씨가 우중충~

한며칠 날이 봄날같다가 하루아침에 기온이 뚝! 우중충한 하늘이 되어버렸다. 어젯밤 하늘에 달무리가 지었던데 오늘 비가 오려나 그리 싶었지만 비는 아닐 것 같고… 저 안쪽 골짝엔 또 모르겠다. 봉덕이는 이런 날씨엔 지 방에 들앉아 꼼짝도 않는다. 들냥이들과 마당냥이들이 물 찾아 먹이 찾아 오간다. 닭집의 닭들은 이제나 저제나 쥔장 모이통 들고 오기만 목빼고 기다리고~ 한바퀴 돌아보고 살펴주고 들어와 아궁이 앞에 앉아 군불 지핀다.아직까지는 장작 댓개씩은 때줘야한다. 따끈한 아랫목이 요긴한 철이다.슬슬 봄나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쪽파가 실하게 올라오고 매주 한 바구니씩 다듬어 반찬을 만든다. 이럴때 쪽파전 구워 막걸리 한잔 걸치면 좋으련만 다들 바쁘다네…부지깽이나물도 도려먹어도 좋겠고 냉이는 이미 쇠어버렸고..

산골통신 2024.03.19

농사일의 댓가 또는~

요즘 연일 날씨가 좋아서 하루 해 뜨면 나가고 해지면 들어오는 일과 반복이다. 농사일이 시작되었다. 진작에~ 밭에 작년 농사일의 잔재 흔적들인 검부지기들을 갈퀴로 긁어 치우고 거름를 고루 뿌려놨다. 올해는 큰 밭들을 모조리 묵히고 자잘한 밭 딱 3군데만 남겨놨다. 사람이 말이야 다 살자고 하는거 아녀?! 저거 큰 밭들 다 농사짓자 덤비다가 내 먼저 죽겠네~ 몇년 전부터 하나씩 둘씩 묵히다가 올봄엔 눈 딱 감았다! 어느날 정형외과엘 찾아갔다. 손가락 발가락 모양이 울퉁불퉁해졌어요! 왼쪽 어깨가 요상하게 아파요! 손발이 저리고 시려요~ 무릎이 가끔가다 시큰거려요… 일 많이 한 날은 허리하고 등도 아프고요. 의사샘이 한숨을 푹푹 쉬시더니만~ 엑스레이 잔뜩 찍어보고는 하시는 말씀! ”농사일 하지 마세요!!!“ ..

산골통신 2024.03.15

별난 콩나물키우기~

이젠 하다하다 별짓을 다한다. 생전 엄니가 쓰시던 콩나물시루에 콩을 앉혀 대여섯번 키워먹었다. 근데 말이지… 시시때때로 물주기가 겨울철엔 가능했는데 날이 풀리고 방안보다 마당이나 들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니 물 주는 걸 까묵을 때가 많아!!!그래서 물을 덜 주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유튜브에 찾아보니 아이구야~ 세상에나!!! 다들 나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으셨구만구랴~소쿠리에 냄비에 들통에 주전자에 화분에 음식물 쓰레기통에 별의별 것들을 다 동원해서 키우고들 계셨구만요!!! 존경합네다!!!산녀는 그중 들통과 주전자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도시에 사는 혈육들이 틈만나면 부엌 살림살이들을 모조리 이 산골로 갖다 유배시키는 바람에 주전자랑 들통은 막 굴러댕기는 지경이거든~이게 참 신박한게~ 아침저녁 하루 ..

산골통신 2024.03.08

봉덕이의 식량창고를 털다~

지놈이 다람쥐도 아니고 이게 뭐꼬?!언제적인가 닭집갔다가 오면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따라댕기며 탐을 내길래 달걀 한개씩 줬었는데 그걸 안 먹고 묻어두고 잊어묵어?!옥잠화 뿌리 파내다가 발견함~이건 또 뭐냐? 사골뼈가 여기저기서 나오넹!이놈이 배가 불렀네! 그래서 이번 사골뼈는 쳐다도 안 봤구만!!! 오늘은 아침부터 기맥히게 파란 하늘이길래 삽들고 미뤄뒀던 옥잠화랑 아이리스 타래붓꽃 비비추 등등을 파옮기려고 시동을 걸었는데 금새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더니 구름 가득일세!!! 삽질하다 더워서 옷 한거풀 벗어던졌더니 도로 껴입어야겠네. 뭐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다 있나 그래… 그래도 안 추우니 일은 할 수 있다. 방티연못 수련 덮어준 비닐도 벗겨주고 물도 보충해줬다. 옥잠화는 너무 덩치가 커서 4동강을 내어 심..

산골통신 2024.03.06

봄비는 추적추적~

많은 비도 아닌 것이 거의 매일 뿌리니 따사로운 봄햇살도 그립고 먼지 풀풀 황사바람도 그립더라~ 그제는 눈도 펑펑 내렸다나… 춘설이라 낯선 건 아니지만 이젠 좀 봄다워야하는 건 아닐꺼나요… 남녘에선 꽃소식이 들려오는데 여기 골짝에선 봄맞이 나가기도 어수선한 서글픈 날씨라 여엉 기분이가 안 난다요!!! 올해부턴 작심하고 농사일을 줄일 것이며 힘든 일은 덜하기로 맘을 묵었다. 그치만 어디 그리 쉽더냐 사람살이가~ 지난달 덜 패고 둔 장작더미 마저 패서 차곡차곡 쌓아둬야했는데~ 그 일을 한뒤 나무꾼과 산녀는 밤새 그다음날까지 아이고 삭신이야 소리를 달고 살았다네… 그리고 농협에서 나온 패화석비료 34푸대가 우리몫으로 나온걸 영차영차 운반차에 싣고와서 이 밭 저 밭에 흩어 뿌리는 일도 했더니 그만 아이고 소리도..

산골통신 2024.03.05

두번의졸업식과…

2월은 짧고 굵게 빠르게 지나갔다. 설을 준비하고 치르고 졸업식을 두 번이나 치르고 그리고 이런저런 묵은 일 매듭과 새로운 소식… 아주 뜨거운 물은 김이 안 난다던가?! 겉은 무덤덤하니 평온하니 보냈지만 그 속은 용광로같이 들끓었다. 무덤덤하기가 나무와 바위라 표현되는 산녀가 이럴진데 나무꾼은 오죽했을까… 그리고 당사자들은… 아이셋의 교육과정이 드디어 끝났다. 후일 교육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고 여기까지라고 못박을란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구경을 원없이 해봤네~ 남는건 사진 뿐이라고 사진도 원없이 찍고~ 이제 좀 심신이 풀리는지 연사흘째 하루종일 널브러져 살았다. 요 몇달 오랫동안 쥐고 있었던 일 하나를 해치웠다. 마음에 무거운 자책감을 후유증으로 남기고 그래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떠나보내는 일을…..

산골통신 2024.03.01

으그그 지네~

드뎌 지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래된 집이라 별 것들이 다 같이 산다. 자다가 뭔가 불에 데인 것처럼 통증이 확 느껴졌다. 문득 눈을 떠 손가락을 잡아보니 아프기만 할 뿐 원인을 몰라… 잠결에 그냥 그런갑다 하고 화장실 갔다와서 다시 잤지… 한참 자다말고 뭔가가 손등 위로 스르르… 기어가는 느낌? 헉?! 이거 이거 그건데?! 그건데?! 벌떡 일어나 온통 이불을 뒤집고 털고 난리 부르스를 쳤으나 눈에 안 띄네… 응… 아닌가… 하면서 도로 주저앉는 순간~ 눈에 띈 저 놈!!! 새끼 지네다!!! 아이구 이놈아~ 여긴 왜 들어왔냐? 작고 가느다라니 눈에 안 띈겨!!! 얼른 집어서 내다버렸다. 그뒤 잠이 확 달아났네! 새끼 지네라 물었어도 이빨자국이 드러나지 않았고 안 뵈인겨~ 아프기는 오살나게 아프고 말씨!!..

산골통신 202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