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 들에 나가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
일 마친 뒤 바구니 그득 아침 찬거리 들고

가뭄 끝에 내린 몇 번의 비로 호박 덩굴과 고구마 덤불이 기사회생 무성무성해졌다.
나무꾼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고구마순과 호박잎을 이제는 뜯어먹을 수가 있게 되었네.

고구마 고랑에 들어가 삐죽 올라온 풀 몇 포기 뽑아내다가 고구마 줄기가 굵은 걸 보고 낫으로 몇 가지 잘라갖고 왔다.

그 옆 헛고랑에 열무 한 줄 뿌려둔거 몇 포기 솎아오고 이걸로 상추랑 겉절이해서 밥 묵으면 좋지.
밭 가장자리에 퍼질러앉아 고구마 잎을 뜯어내고 줄기만 갖고 왔다. 달구시키들이 고구마잎을 먹던가?! 은근 닭들이 안 먹는 게 좀 있더라고?! 어쨌든 닭마당에 던져주고 왔다. 갖고 놀라고~

텃밭에서는 토마토들이 붉어가고~ 장마비에 맛은 좀 덜할겨… 그래도 이게 어디여~
오이 두 개 애호박 두 개~ 상추 한 포기~
이제 상추는 대궁을 뚝뚝 잘라 먹어야 한다.
이어서 심은 어린 상추가 자라올라오니까.
부지런히 먹어줘야 한다.
집 뒤안에 머위가 굵게 자랐던데 그거까지 하기엔 먹을 입이 부족하네. 다음주에나 하지 뭐…
연일 뜨겁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장마비에 어리둥절이긴 하지만 비가 참 반갑다.
너무 무지막지하게 오면 힘들지만 지금 비는 적절하다.
고추골에 탄저병이 올까 근심이 좀 되고… 비
덕분에 진딧물은 잡았다.
하나가 좋으면 하나가 덜한… 뭐 그런거지…
소마구에서 나가는 하수구 물이 저 건너 산밑 도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이웃 밭 말종 인간이 중간 파이프를 뚝 잘라내고 자기네 밭을 까서 확장했더라…
그 물이 길로 그대로 흐르니 지딴엔 시멘트로 턱을 만들어 도랑으로 흘러가게끔 했는데 역부족…
어제 무심코 물을 쓰다가 발견했다. 왜 이 물이 이웃 밭 경계에서 흐르지?! 도랑으로 안 빠지고?!
하여간 그 말종 인간은 하등 쓸 데가 없다. 오늘도 보니 노치원에 가더만…
집에 있으면 고관절을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할매를 못 살게 달달볶으니까 자식들이 시내 주간노인보호센터에 보낸 모양이여. 마을 사람들 모다들 잘했다고 이구동성으로 그러더만…
십여 년 전 밭 갈다가 쓰러져 그뒤로는 운신을 잘 못한다. 산녀로선 천만다행이다. 그 인간이 멀쩡했으면 산녀는 이 산골에서 쫓겨나 도시로 뜰 수도 있었을겨…
하필 울 엄니 제삿날 쓰러져서 아마도 울 엄니가 산녀 살릴라고 그놈 냅다 한대 쳐서 혼을 내주신거라고 다들 그러더라…하여간 그 정도다.
어쨌든 그 물길이 이리 발견이 되었으니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대략난감이로세…
일단 물길을 알게 되었으니 됐다. 그동안 궁금했었거든.
나무꾼은 연일 풀 깎느라 바쁘다. 지금도 비가 우선한 틈을 타서 산밭에 올라갔다.
어제는 뒷골밭 이천여 평을 싹 깎았더라.
승용예초기가 효자다! 비록 융자로 해마다 갚을 일이 힘들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낫으로 하다가 예초기 짊어지고 하다가 원판제초기를 밀고 댕기다가 지금은 승용예초기에 타서 운전만 하면 되니까!!!
일 못하는 사람 연장탓 한다고 옛말 있지마는 요새 일은 연장이 다 한다!
장비빨 무시 못한다.
건망증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아까 갖고 들어온 고구마줄기를 껍질을 까서 데쳐야 하는데
왜 먼저 데쳤을까?! 의문이다!
머리가 나날이 멍청해져간다.
해서 시방 데친 고구마줄기를 갖다놓고 일일이 껍질을 까고 있다.
왜 그랬을까?!
이게 건망증인가? 치매초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