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늘 그러하듯 그냥 그렇게 보낸다.
하도 심심해서 콩나물콩을 한 시루 앉혔다.
오며가며 생각나는대로 물 주는 일이 좀 성가시긴 해도 살짝 동기부여도 되고 소일거리도 되니까~



생전 엄니가 쓰시던 콩나물 시루다.
바닥 가운데에 경사가 져 있고 양쪽에 물 구멍이 여러개 나있다.
한번 키운 다음 햇볕소독을 해서 다시 쓰면 된다.

적당히 키운 콩나물을 봉다리 세 군데에 담아 그냥 나무꾼 차에 실어줬다.
우리 먹을거 한 줌 남기고~ 두어 번 국끓여먹을 정도~
다듬어 줄 여력은 없어서 그냥 줬다. 나무꾼 일터엔 일손들이 많으니까 괜찮다.


무시래기 삶은거 한 봉다리 작년김장양념 두 봉다리 알배추 네 포기 다듬어 넣고

달걀 서른개
검정콩 자반 만든거 한 통 넣었다.

크게 도움은 못 되어도 쏠쏠하게 찬거리는 될거다.
미숙아처럼 태어나 자라는 미숙냥이는 중성화 수술을 했다. 곧 봄이 되면 동네 숫컷들이 가만 안 둘거니까 또 임신을 해서 장애냥이들을 사산하는 건 또 보고 싶지 않거든…
아랫채 방안에 가둬놨는데 수술 부위가 아무는 대로 마당에 내놓아야겠다.
봉덕이가 삐졌다!
날이 추워서 한동안 산책을 못 갔다.
봉덕이 눈 피해댕기느라 바쁘다.
나무꾼이 한동안 몸져누울 정도로 아파서 병원 진료와 검사를 몇 가지 했다.
오늘 나온 1차 검사 결과는 아무 이상 없다는… 그간 아픈 걸로 봐서는 뇌종양 아닐꺼나 싶었지마는 아무 이상 없다니 허탈할 정도…
우짤 수가 있나…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2차 다른 검사가 3월에 있다. 간만에 서울 나드리를 해야한다. 큰아이가 좋은 숙소를 예약해줬다. 이젠 자식이 알아서 해주는대로 해야하는 그런 나이가 됐나보다.
1차 검사도 며느리가 산녀 대신 나무꾼의 보호자가 되어 병원 뒷수발을 해줬다. 참 고마운 아이다.
그리고 설날에 시어머니 일하지 말라고 2박3일 여행 숙소를 예약해줬다. 다같이 바닷가에 가서 좀 쉬다 오자고!
졸지에 대대적인 설 차례상 준비는 물건너가고 성묘만 하고 여행 떠나는 걸로 바뀌었다.
이런 날이 오는 구나…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래도 되나 싶다.
아까 낮에 콩나물을 담아 실어보내고 다시 한 시루 앉혀놨다.
콩나물 키우는 재미가 꽤 괜찮다. 싱크대 개수대 옆에 두고 틈나는대로 물을 준다.
닭집도 별일없이 알 잘 낳고 잘 먹고 잘 논다.
들냥이들도 마당냥이들도 제각기 자기네들 엉역 지키면서 밥 먹으러 다녀간다.
매일 물이 얼어 얼음 깨주고 물을 갈아준다.
아침 일찍 나와보면 혀로 얼음을 핥아먹은 동그란 자국이 남아있다.
이 겨울은 쟈들도 버겁게 넘어가나보다.
차라리 곰이나 다람쥐처럼 겨울잠이라도 잤으면 싶네…
곧 입추… 우수 경칩~
봄은 오겠지…
콩나물 물이나 주러 가자~

산녀의 웃음제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