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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저녁의 불놀이를 겸한 한 끼…

느닷없이 시작한…처음엔 시레기를 삶을까 말까를 재고 또 재다가 다 늦은 시각에 발동이 걸려서 가마솥을 떼내어 마당에 걸고 불을 때기 시작~마를대로 마른 시레기를 걷어와서 한 솥 그득 넣었다.자꾸만 도시장정들이 가져가는 바람에 우리먹을거 삶고 이역만리 사는 형제에게 두 박스 그득 보내고 나머지는 숨겨뒀다.그러다 다 삶고 난뒤의 저 아까운 숯불 어쩔거야~감자를 구워도 좋겠고 등등 이야기를 하다가 딸아이가 주섬주섬 고기 한봉다리를 꺼내오네~그리 시작한 삼겹살 숯불굽기~옹기종기 모여앉아 한 옆에 모닥불 피워놓고 불멍하다가고기도 굽다가 먹다가 급기야 김치도 꺼내오고~그래도 숯불이 남아 아까운지라 라면까지 끓이게 되었네 그랴…하다보면 늘 이렇게 끝나게 되어있다.공간과 재료는 다 있고 하기만 하면 되니까…저녁을 뭘 ..

산골통신 2025.01.08

마당돌기

추운 겨울에 산책은 쪼까 힘들다.특히 이 산골에선 산길을 가자면 조선낫을 들고 덤불을 헤치며 걸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옛 지겟길은 스러진지 오래인지라 그냥은 갈 엄두를 못 낸다.아이들 어렸을 적만 해도 갈만 했는데 이젠 안된다.임도로 가면 되는데 그런 길도 사람 인적 끊어진지 오래라 잡목과 덤불로 다 막혀있다.해서 주로 농로로 걸어다니고 냇가 둑길로 줄창 걸어댕기는데…아우~ 바람이 세서 제대로 걷기가 힘들고 시선이 흩어져서 걷는데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산길이 아쉽고 아쉽다.해서 아쉬운대로 마당돌기를 시작했다.마당을 하염없이 돌고 또 돈다.마당가를 개나리와 황매화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앞마당에 모과나무와 산수유나무를 심어서 그 사이로 오솔길이 생겼다. 작지만 큰 산길이다.오늘도 하염없이 돌았다.봉덕이는 산녀..

산골통신 2025.01.04

연말연시라네~

음 그렇군…또 한 해가 후딱 가는겨~까이꺼 간다는데 보내고 눈물 쓰윽 닦고 새 해를 씨익 웃으며 맞이해야지!새 달력을 방 마다 걸었다.농협달력 농약방달력은 마당에 연장앵글에 걸어두고시골살이연구소 밥상 농자연달력은 마루랑 주방에 걸어뒀다.이제 하루 남았네!하루하루가 쌓여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되고…겨울이라 밭에 일거리는 없고 물도 땅도 얼어서 마당식구들 닭장식구들 물그릇 얼음 깨주고 뜨신 물 부어주는 일이 전부다.햇살 따신 낮에는 온실방에 들앉아 책이나 뒤적거리고뭘해먹을까 끼니마다 고민씩이나 하고 산다.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은 끊으려고 나름 애를 쓴다.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 절망적으로 되어서 정신건강을 해치기 일쑤다. 감정이입이 되면 몇날며칠 힘들어지거든…그저고저 무사무탈…그저고저..

산골통신 2024.12.31

춥기는 춥다.

아침 아궁이 앞에 앉아 한참 불을 땐다.들냥이들은 밥부터 달라고 아웅아웅거리고~마당냥이들도 삽작거리에서 기웃기웃~식구들이 다 모였나보려고 한나두이 세는데아기냥이 한 마리가 안 보인다.다시 세어봐도 없네…요놈이 제일 먼저 밥 달라고 뛰어오는 아이인데 우짠 일이고~개집 안을 살펴보니 죽어있다. 네 다리 주욱 펴고 죽은 걸 봐서는 얼어죽은건 아니다.어제도 밥 먹는거 봤는데 이 무슨 일이지?!어미가 다섯마리 낳아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키우다가 달랑 두 마리를 데리고 집마당으로 이사를 왔더랬다. 죽은 세 마리중 한 마리는 나중에 뒤뜰에서 발견하여 묻어줬었다.오늘 또 한 마리 묻었네… 이제 저 삼색이 아기냥이 한 마리만 남았다.마당냥이들은 이제 밥 먹으러 잘온다. 겨울 추위에 샤냥이 잘 안되는지 밥때되면 산녀를 ..

카테고리 없음 2024.12.22

이러고 놀거다~

아궁이 불꽃을 향해 두 발 쭈우욱~ 뻗고…솔갈비 아낌없이 처넣고~아궁이 앞에서 밖을 바라본 풍경~냥이들과 봉덕이가 한바탕 눈밭에서 달리기를 하고난 참이다. 다들 발 탈탈 털고 들앉았겠지.아침 창을 여니 저렇더라.눈을 뿌린 구름들이 서둘러 동산 위로 쑥쑥 사라지고~ 해가 날락말락…정구지 씨앗송이를 냅둔 이유는 이 눈꽃을 보려고 한 거지. 뭐 별거 아닌데 딴엔 별거라…소국들도 시든 가지 정리 안 한 이유…자귀나무와 모과나무 가지들이 눈옷을 입고 근사해졌다.온통 봉덕이랑 냥이들 발자욱…눈이 그치자마자 뛰어나온 모냥~큰 쥐 한 마리를 잡아다놓고 안 먹고 있길래 나는 안 묵어도 된다~ 니들 먹어라~ 하고 집어다 밥그릇에 놓아줬더니 먹은듯?! 아님 내다버렸나?! 없네.어제 산책 중 봉덕이가 새앙쥐 한 마리 잡아냈다..

산골통신 2024.12.21

영상만 되어도~

영상 1도만 되어도~아니 영하라 해도 바람만 안 불고 햇살만 있어도 날이 참 따시다.이 겨울 낮 빼고는 영하 날씨라 해지면 무조건 방콕이다. 아침에도 햇살이 마당까지 비춰 들어와야만 꼼지락거린다.이 마을은 완전 서향으로 들앉은 곳이라 아침 햇살이 마당까지 들어오려면 한참 걸린다. 대신 해질 무렵이 되면 아주아주 끝까지 햇살이 비추고 서산으로 스러진다.저기저기 쩌아래 물건너 동향 마을에는 아침 나절되면 햇살이 따스하게 비춰들어 안온하게 보인다. 이 추운 겨울 아침마다 건너다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겨울아침엔 아침햇살 가득한 물건너 마을이 부럽고… 겨울저녁엔 늦게까지 햇살이 머무르는 우리 마을이 좋고여름저녁엔 일찌감치 그늘이 진 물건너 마을이 무쟈게 부럽고…여름아침엔 그나마 늦게 올라오는 햇살이 덜 무섭..

산골통신 2024.12.19

데굴데굴 겨울보내기~

일상은 늘 같다.이른 아침 절로 눈은 떠지는데 딱히 서두를 일이 없으므로 조금 뒹굴거린다.문이 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뛰어올 태세를 갖춘 마당의 냥이들을 커텐 너머로 슬쩍 훔쳐보다가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내려선다.마당에 한 바가지 길건너 엄니집 마당에 한 바가지 밥을 대령해주고 닭집으로 올라간다.오르막길이라 아침부터 운동각이다~요며칠전부터 알을 하나씩 낳기 시작했다. 한놈이 계속 낳는건지 번갈아가며 낳는건지 그건 모른다. 영계암탉이 네 마리니 하루에 한두 개는 낳지 싶다. 알 안 낳는 늙은 암탉 네 마리와 서열싸움에 진 젊은 수탉 두 마리는 조만간 잡아야한다. 어느날이 되었든 산녀 맘 먹는 날이 니들 제삿날이다.하루에 한 번 아궁이 군불을 지핀다.솔갈비 넉넉히 처넣고 때는 재미가 아주 좋다.땔나무는 그닥 ..

산골통신 2024.12.17

이 겨울의 온실?!

집 한켠 보일러실을 보수하면서 좀 넓혀 유리 샤시문을 달아냈다. 그 바람에 남향인 너른 방같은게 생겼고 집에서 안쓰는 헌 소파와 원형 탁자를 갖다놨지.햇살이 너무 잘 들어와서 챙모자를 써야만 앉아있을 수 있을 정도였다.지금도 햇살을 살짝 피해 돌아앉아있다.원형탁자라 그게 가능해서 좋다.올 겨울 읽을 책들을 마구 쌓아놓고 땡기는대로 읽고 있다. 요즘 세계사편력 인도 총리였던 네루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진 책인데 제법 읽을만하다. 열세살남짓한 여자아이에게 쓴 아버지의 편지 형식이라 읽어내기가 쉽다.다만 그당시 인도인의 시각에 비친 세계사라는 걸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내년 봄 아쉬람터 연못에 띄울 부레옥잠을 월동시키는 중이다. 항아리뚜껑 수반 세 군데에서 키우고 있다. 이 온실아닌 온실이 아주 제격..

카테고리 없음 2024.12.11

시래기의 계절~

시래기 한 들통 푹푹 삶고 있다.그 옆에 감자탕용 사등뼈도 한 솥 그득 삶고 있고~원래는 우거지가 제격이긴 한데 시래기가 더 땡겨서리~볼품없는 산골 밥상이지만 배부르게 원없이 먹었다.추운 겨울 시래기 넣은 감자탕은 최고다.시래기 먹다 물리면 묵은지로도 하고 그것도 물리면 잘 말려둔 우거지로 끓이면 된다.옛날에 고기가 귀했을때 정육점에서 돼지잡뼈들을 한 봉다리 구해다 곰솥에 묵은지랑 넣고 푹 끓여내면 그리 맛이 있었더랬다. 살점이 거의 안 붙은 자잘한 잡뼈들이었지만 우러난 맛이 제법 좋았었다. 추운 겨울이 오면 항시 생각이 난다. 그땐 그리 한 솥 끓여두면 몇날며칠 다 떨어질 때까지 먹곤 했었다.아마도 봉덕이의 겨울 식량창고를 털은듯 싶다. 저 캔이 지 먹을 거라는 걸 어찌 알았을까?나무꾼이 봉덕이가 눈에..

산골통신 2024.12.09

땔나무 하는 날~

날은 좀 바람도 불고 추워도 햇살이 좋아서 일하러 나섰다.나무꾼이 작심하고 나무를 하러 가겠단다!뒷산 산밭 상당에 지난 여름 폭우에 쓰러진 나무들이 제법 있거든~그걸 몇 그루 눈여겨 봐뒀다가 이번 겨울에 잘라갖고 올거였다.나무 한 그루당 저만치 나온다. 여기저기 쌓아두고 운반차를 갖고 와서 실어날랐다.나무꾼이 전기톱 갖고 나무를 자르는 동안 산녀는 갈퀴를 갖고 갈비를 긁어댔다.산밭 올라가는 길에 솔갈비들이 엄청 떨어져 있더라구~참나무잎도 장난아니게 떨어져있고~ 왕겨푸대를 여섯장을 갖고 올라갔다. 긁고 긁고 또 긁고~ 하다보니 여섯 장이 그득 차서 더는 못 넣겠더라구…이 길에서만 여섯 푸대가 족히 나왔으니…그냥 대충 긁은 건데도 이정도야!!!돌탑은 아예 긁지도 못했다.다른 날 푸대를 더 갖고 와야한다. 세..

산골통신 202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