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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수십여 년간 감기를 모르고 살아왔다. 걸렸다고 해도 잠깐 컨디션 안 좋은 정도에서 하루 지나면 바로 회복되곤 했다. 최근 코로나도 무증상으로 곱게 지나갔고... 뭐 하여간 어릴적 빼고는 감기하곤 안 친했는데~ 최근들어 감기가 자꾸 친하자고 들이댄다... 아랫채 공사때부터 계속 밖에서 얼쩡거렸더니 그 여파였는지... 오늘 콧물 재채기에 머리 지끈~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닌 그냥 컨디션 쪼끔 안 좋은 그런 정도... 귀에선 이명이 쉴새없이 울리고 코안이 다 헐었고 뭐 하여간 좀 그렇다! 떡국 한그릇 푸짐하게 끓여묵고 닭집이랑 마당식구들 밥이랑 물 챙겨주고 후딱 들어와 늘어져누웠다. 추위를 안 탔었는데 방안에 우풍이 있다고 해도 시원하다며 되려 좋아했었는데 희한하게 등이며 어깨며 팔 다리가 시려서..

산골통신 2023.01.05

놀이터~

뜰아랫채 앞 처마밑을 샤시로 막아버렸다. 언제고 하고싶었는데 이제사 하게 되었네... 덤앤더머 같은 업자를 만나 골머리를 썪고 포기하고 감수해야한 부분이 좀 있었는데 이 추운 겨울에 고생하며 일하는 모습에 그만 묻어버렸다... 이 공사가 끝나고 웃채도 썬룸처럼 만들 건이 있었는데 다른 업자를 알아보는 걸로... 굴러온 복을 찬 건 그쪽이여!!! 웃채 썬룸 공사는 3월즈음 태양광 설치와 보일러집 지붕공사할때 같이 하기로 해놨다. 그 공사만 하면 얼추 사람 사는데 큰 불편은 없지싶다... 정면 큰 샤시문과 창문 둘 크기를 업자가 잘못 만들어온 탓에 맘에 안들지만 어쩌겠나... 나중에 돈 생기면 다시 하는 걸로... 뭐 어쨌든 없는 돈에 이정도 공간이 생긴 것에 족하기로!! 봉덕이가 드나들 개구멍도 잘 만들어..

산골통신 2023.01.03

눈 먹는 진돗개

봉덕이는 눈을 와구와구 잘 먹는다. 참 맛있게 먹는다. 간식 준다고 입을 한껏 벌린 봉덕이~ 어제 새벽 5시경 봉덕이 가출~ 아침 8시경 집에 들어오다. 나가기 전엔 옷을 입고 있었으나 들어왔을땐 맨몸이더라... 이놈! 옷 어따 벗어던지고 왔니?! 오늘까지 옷을 못 찾고 있다... 그거 작은애가 비싸게 주고 산 송아지옷이라던데... 개집에 안 들어가고 노상 밖에서 달달 떨면서 잠을 자니 그게 딱해서 사준 거라던데... 내일 날이 밝으면 이놈 옷 찾으러 들로 산으로 헤집고 댕겨야겠네... 3시간 동안 도데체 어딜 갔다 온 걸까?!

산골통신 2023.01.01

지네

이따만한 지네 한 마리~ 바로 읽고 있던 책으로 때려잡다! 더 길었는데 짜부라졌네... 하여간 잊을만하면 스멀스멀 기어나와. 몇년 전에는 자다 일어나서 무심코 손으로 머리칼을 쓱 빗어내리는데 뭐가 우수수 떨어져~ 이게 뭔고 집어보니 지네 새끼들~ 허걱! 모조리 잡아족쳤네! 뭣한다고 내 머리칼 속에서 놀아?! 집이 오래되니 지네가 많다! 쥐는 크기가 있어서 들어올만한 틈을 다 막으니 못 들어오는데 지네하고 풍뎅이 말벌 등등은 도무지 어디로 들어오는지 당췌 몰라~ 무조건 눈에 띄는대로 잡을 수밖에!!! 집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하나~ 아니면 틀만 냅두고 리모델링을 해야 하나~ 또 아니면 그냥그렇게 소소하게 수리해가며 살아야 하나... 몇년을 고민해봐도 답이 안 나와! 사실 돈만 있으면 뭐가 문제여~ 뚝딱 지..

산골통신 2022.12.28

시간은 그래도 흐르고...

날이 좀 풀려서 양달쪽 눈들은 거진 녹았다. 길도 다니기에 위함하지 않고 그럭저럭 내린 눈으로 인한 불편함은 사라졌다. 밤사이 얼어버린 닭집 물통과 마당냥이들 물그릇에 뜨거운 물 주전자 들고 가서 녹여주는 일이 가장 큰 일거리다. 식구가 많이 불어난 닭집 모이 주는 일도 만만찮고... 엄청 많이 먹거든! 서리배 병아리들이 제법 커서 닭꼬라지가 나더라. 내년 봄돠면 알도 낳겠어. 마당식구들 밥그릇 물그릇 챙기는 일 외에 다른 일들이 없다. 무료하고 심심하다. 조금조금 남은 것들을 모조리 넣고 끓여낸 죽 한그릇~ 아침식사다. 요새 시레기죽 김치죽 우거지죽 콩나물죽 죽이 물리면 시레기볶음밥 김치볶음밥 콩나물비빔밥~ 돌아가며 해먹는다. 재료는 쌓여져있으니 물릴 때까지 해먹을밖에~ 손님이 없거나 아이들이 가고난 ..

산골통신 2022.12.27

오직 할 수 있는 일...

책 읽기다. 다시금 눈을 다독거려서 책을 읽게 만들었다. 사실 그 외엔 시간을 보낼 방법이 딱히 없었고 책 읽기만큼 자신을 온전히 만족시키고 위안을 주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육천년 빵의 역사 드디어 다 읽어냈다. 중간중간 지루해서 미칠 지경인 이해불가의 내용들에 몇번이고 집어던질 뻔했으나 기어코 읽어냈다. 산녀의 책읽는 방식은 속독이다! 그 끝이 궁금해서 도저히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낼 재주는 없다! 허나 한가함이 넘쳐나는 이 겨울에 속독은 낭비다! 허리와 눈이 가장 편하다고 인정하는 각도에 책받침대를 놓아뒀다. 그냥 오며가며 눈길이 머물때 그 곳에 앉아 몇 장이나마 읽어나갔다. 그 뿐이면 된다... 거창하게 책을 읽으려고 애쓸 것도 없이 가장 밝은 창 아래 언제든 책을 펼쳐두고 내킬 때마다 읽으면 될..

산골통신 2022.12.26

온통 눈이다!

아침 밥 묵고 치우자마자 삽들고 수레 끌고 나갔다. 일오재 공사하고 남은 모래 두 푸대 싣고 와서 삽작거리 길가에 훌훌 뿌렸다. 내리막이고 응달이라서 눈이 녹으면서 얼고 그러면 완전 빙판이 되어버리거든~ 요주의 장소여! 오늘 작정하고 완전무장하고 나섰지! 그리 춥진 않은데 바람이 불어서 절로 절로 저절로 흥얼거리기를...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어쩌고... ㅠㅠ 모래가 얼어서 푸대를 찢어야했다. 덩어리진 모래를 발로 밟아 깨고 삽으로 치고해서 일단 급한 곳만 모래를 뿌려놨네! 나머지 안 깨지는 모래덩이는 양지쪽에 두고 아침에 모래 그득 실은 제설차가 마을 한바퀴 돌고 나갔는데 아주 찔끔찔끔~ 저거 저래갖고 빙판이 감당이 되나 좀만 더 뿌리지... 눈 가리고 아웅을 하고 지나갔다!!! 에라이..

산골통신 2022.12.22

오늘도 하루가 갔다...

해도 늦게 뜨고 어둑어둑한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려니 참 굼뜨다. 할 일은 많지~ 안 해도 별 탈 없으니까 안 하는 거지. 하고자들면 하루갖고는 택도 없지~ 허나 굳이 그거 안 해도 되거등... 겨울엔 그러하다! 날이 춥다. 오늘도 봉덕이 등쌀에 한바퀴 돌고 왔다. 이놈 아니면 나가게 되지 않지 맞다!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다 ㅎㅎ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동동거리며 주변을 맴돌면 뭐 어쩌지 못하고 나가게 되느니... 이 집에서 가장 바쁜 봉덕이!!! 집 주변을 오가는 산식구들 단속해야지~ 마당냥이들 다독거려야지~ 삽작거리에서 뭔 소리 나면 냉큼 뛰어가 간섭해야지~ 그리고 상당에 올라가 한바탕 영역 표시하고 순찰해야지! 심심해할 새가 없다! 제딴엔 일 다 했다 싶고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면 아주 늘어지게..

산골통신 2022.12.16

한가한 겨울...

눈이 녹기 시작하고 날이 좀 누그러져서 나가봤다. 온 세상이 꽁꽁~ 그럼에도 봉덕이는 세상 좋다고 방방 뛰고 댕긴다~ 털있는 짐승은 역시 다르구나... 한참 올라가다가 신기한 거 발견~ 사람 다닌 자국과 짐승 다닌 자국이 확연히 구분되어져 있더라고... 좌측 우측 각자 길을 갔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식구들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들고양이들이지만 고라니하고 멧돼지 발자국도 제법 많다. 특히 멧돼지는 그 눈밭을 코로 들쑤시며 다닌 흔적이 많아서 얘들이 어느 길로 다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더 깊이 들어가면 산토끼랑 너구리 오소리 등등 더 볼 수 있지만 굳이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토종 국화인데 아직까지도 저러고 꽃이 생생혀... 설중매도 아니고 설중국..

산골통신 2022.12.15

눈내린 겨울엔~

만두! 드뎌 만두를 만들어묵었다. 확실히 혼자 있으면 안 만들어먹게 되고 또 밀가루음식 안 좋아하는 나무꾼의 존재가 참으로 치명적이라... 큰맘묵고 했다! 이 겨울~ 장기출타한 나무꾼 덕에?!?! 밀가루음식 골고루 자알 해먹고 있다! 하루 한끼는 무조건 밀가루음식!!! 배차적 김치부치개를 시작으로 파스타 국수 라면 만두 우동 냉면 등등~ 그리고 기름끼 있는걸 안 좋아하는 나무꾼 덕에 치킨이랑 피자랑 튀김 종류까지 멀리한지 오래... 나무꾼말에 의하면 소위 불량식품을 원없이 해먹고 있다라는... 해서 이 겨울 다 가고 봄날이 오면 데굴데굴 굴러서 마당에 나갈 것 같다는! 오늘은 드뎌 만두! 그것도 묵은지로 속을 채운 김치만두! 한솥 그득 쪄놓고 하루죙일 왔다갔다하면서 집어먹고 있다는~ 벼르고 벼르다 오늘 ..

산골통신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