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지네

산골통신 2022. 12. 28. 22:05

이따만한 지네 한 마리~
바로 읽고 있던 책으로 때려잡다!

더 길었는데 짜부라졌네...
하여간 잊을만하면 스멀스멀 기어나와.

몇년 전에는 자다 일어나서 무심코 손으로 머리칼을 쓱 빗어내리는데 뭐가 우수수 떨어져~ 이게 뭔고 집어보니 지네 새끼들~
허걱! 모조리 잡아족쳤네! 뭣한다고 내 머리칼 속에서 놀아?!

집이 오래되니 지네가 많다!
쥐는 크기가 있어서 들어올만한 틈을 다 막으니 못 들어오는데 지네하고 풍뎅이 말벌 등등은 도무지 어디로 들어오는지 당췌 몰라~
무조건 눈에 띄는대로 잡을 수밖에!!! 집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하나~
아니면 틀만 냅두고 리모델링을 해야 하나~
또 아니면 그냥그렇게 소소하게 수리해가며 살아야 하나...
몇년을 고민해봐도 답이 안 나와!

사실 돈만 있으면 뭐가 문제여~
뚝딱 지으면 되지!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없으니까 그러는거 아녀!
그리고 이 옛날 집 손대봤자 뭔 미래가 있어... 라는 자조섞인 체념도 있고...
집은 손 댈 수록 돈 들어간다잖여~
그래서 불편한대로 살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문제가 생기네...
추워!!!

같은 집인데 옛날엔 안 추웠고 지금은 왜 춥냐고?!
그게 거시기... 나이가 드니까 몸이 추위를 더 느끼는가벼!!!
작년만 해도 이 산녀~ 이불도 안 덮고 잤다구! 근데 이젠 솜이불 덮고 자도 춥다니께~
이 뭔 일이여... 도무지 이해못할 일이 벌어졌다요! 나무꾼이 찬바람이 술술 들어온다고 모든 문을 첩첩 처닫고 사는 걸
산녀는 당췌 이해를 못해서 같이 못 살겠다고 한소리했었는데...
이제 그 심정 절절이 이해합니다...
어떤 지경이냐면 집안에서 털양말 신고 그것도 모자라서 털실내화를 신고 다녀야 하는 그런 기맥힌 일이...


겨울에도 집안에선 맨발로 다녔는데 이젠 도무지 발 시려워서 살 수가 없고 어깨와 무릎이 시려서 털쉐타하고 무릎담요를 덮어야 하는... ㅠㅠ 옛날집이라 이걸 뼈대만 살리고 최신 난방재로 보수를 하면 된다는데...
그러자면 기왕 하는거 방 하나 없애고 그걸 거실이랑 합치면 작은 집이나마 너르게 쓸 수 있겠다 싶더라고...
문제는 망할 돈이지... 아랫채도 구들장이 내려앉고 있고 굴뚝도 손 봐야하고 일이 첩첩이다.

사람 일손만 있으면 주먹구구로 대충 때울 수 있는 일인데 그 일손도 어데가고 없다!
그래서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이 추운 집부터 어찌해보자고...
방바닥은 발도 못 대게 뜨거운데 공기는 차갑고 또 겨울 난방비가 장난 아니여! 아랫채 처마밑을 유리 샤시로 둘러치고
웃채도 남향쪽을 샤시로 둘러칠 계획이다. 내일 아랫채 공사를 시작할거다. 자재는 다 갖다놨다.

이틀 정도 걸린다는데 그거 하는거 보고 웃채도 이어서 해달라 할거다.
그러면 야외 거실같은거? 썬룸?! 뭐 그런 비슷한 공간이 두 개가 생긴다.
바닥을 데크로 깔면 금상첨화겠지만 일단 주머니 사정 봐가며 하자! 애면글면 모아둔 돈을 다 쳐들이게 생겼지만 이럴때 쓰자고 모았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집을 새로 멋지게 짓는 거는 아이들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내는 이 집 고쳐가며 살란다!
집에 돈 안 들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
나이 먹는게 이렇게 무섭구나! 일단 남향 처마 두 군데 샤시 공사부터 해놓으면 썬룸 효과로 집 보온이 좀 해결되고 욕실이 안 추워져서 좋다!
요새 샤워 한번 할라치면 더덜덜덜 이빨이 따닥딱딱 소리가 난다니께~
그 다음에 외벽을 안에서 난방재로 막고 도배를 새로 하면 얼추 추위는 막을 수 있지싶다!

남향 방 하나 없애면 참 좋겠는데 전문가 불러서 할 수 있나 견적을 내봐야지!
남향방 하나 없애고 큰 창을 내면 이번에 공사할 썬룸?!이랑 연결되니 거실이 넓어지고 따뜻해질거야.
일단 계획은 그러하다...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리 달달 떨면서 살거는 없자나~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인데
수년 전 처음 산 뒤로 세번째 읽고 있다.
정독은 못한다! 술술 대충 넘겨가며 꽂히는 곳만 읽어나간다.
광대무변한 그 우주 티클만도 못한 이 지구에서 그것도 궁벽한 산골짝에 깃들어 살면서 뭔놈의 고민을 이리 억수로 하고 사는고...

부질없고 애쓸 것 없다!!!

지네 겨나오면 읽던 책으로 때려잡고
추우면 둘둘 껴입고
수리가 필요하면 주머니 탈탈 털어서 공사하고~
그러는 거지 뭐!!!

봄이 오면 또 열심히 땅강아지처럼 일해서 먹을거 곳간에 쌓아두고 겨우내 파먹고
애면글면 농산물 팔아서 돈 생기는대로 모아서 편하게 사는데 보태면 되잖여! 그러자고!!! 까이꺼~
일 저질러보자!
그러면 수습이야 뭐 어찌 되것지!!!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이터~  (21) 2023.01.03
눈 먹는 진돗개  (10) 2023.01.01
시간은 그래도 흐르고...  (14) 2022.12.27
오직 할 수 있는 일...  (12) 2022.12.26
온통 눈이다!  (22) 202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