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오직 할 수 있는 일...

산골통신 2022. 12. 26. 14:20

책 읽기다.
다시금 눈을 다독거려서 책을 읽게 만들었다.
사실 그 외엔 시간을 보낼 방법이 딱히 없었고 책 읽기만큼 자신을 온전히 만족시키고 위안을 주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육천년 빵의 역사
드디어 다 읽어냈다. 중간중간 지루해서 미칠 지경인 이해불가의 내용들에 몇번이고 집어던질 뻔했으나 기어코 읽어냈다.

산녀의 책읽는 방식은 속독이다! 그 끝이 궁금해서 도저히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낼 재주는 없다!
허나 한가함이 넘쳐나는 이 겨울에 속독은 낭비다! 허리와 눈이 가장 편하다고 인정하는 각도에 책받침대를 놓아뒀다.
그냥 오며가며 눈길이 머물때 그 곳에 앉아 몇 장이나마 읽어나갔다. 그 뿐이면 된다...

거창하게 책을 읽으려고 애쓸 것도 없이 가장 밝은 창 아래 언제든 책을 펼쳐두고 내킬 때마다 읽으면 될 일~
그렇게해서 그 두꺼운 책을 읽어냈다.

읽기 가볍고 재미난 책은 잠자리 옆에 쌓아두고
무겁고 재미없는 책들만 가져왔다.

창을 통해 쏟아져들어오는 햇살은 눈을 피로하게 하지 않았고 때로 창밖을 바라보며 마당 식구들 노는 것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도 좋았다.

아마도 이 겨울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곳이 여기인가 보다.
늘 그러했듯이...


한땀 한땀 수를 놓고 옷을 꿰매듯...
그렇게 책을 읽는다.

휴대폰은 가끔 자신을 봐달라고 신호를 보낼때만 잠시 집어들어 볼뿐 다시 구석에 던져지고 컴퓨터는 장식이 되어버렸다.

오랜 로망 중 하나가 벽난로가 있는 서재였다.
워낙 집이 오래되고 작아서 벽난로는 가당치도 않았고 서재또한 아이들 공부방과 잠자는 용도 외엔 허락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장을 놓을 수 있는 틈바구니를 마련했고 책들이 들어앉았다.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훌훌 떠나가고... 가끔 옛 둥지를 그리워하며 소란스럽게 다녀갈 뿐인 이 빈둥지에서
또다시 나만의 서재를 꿈꾼다...

허나 언제까지 이런 한가함이 주어지려나...
아직은 없는 손주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나~
아이들은 이 곳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자신이 자랐던 방식으로 자라기를 바라더라!!!
오메~

그러기까지는 부지런히 이 한가함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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