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시간은 그래도 흐르고...

산골통신 2022. 12. 27. 18:04

날이 좀 풀려서 양달쪽 눈들은 거진 녹았다.
길도 다니기에 위함하지 않고 그럭저럭 내린 눈으로 인한 불편함은 사라졌다.

밤사이 얼어버린 닭집 물통과 마당냥이들 물그릇에 뜨거운 물 주전자 들고 가서 녹여주는 일이 가장 큰 일거리다.
식구가 많이 불어난 닭집 모이 주는 일도 만만찮고... 엄청 많이 먹거든!
서리배 병아리들이 제법 커서 닭꼬라지가 나더라. 내년 봄돠면 알도 낳겠어.

마당식구들 밥그릇 물그릇 챙기는 일 외에 다른 일들이 없다.
무료하고 심심하다.

조금조금 남은 것들을 모조리 넣고 끓여낸 죽 한그릇~ 아침식사다.
요새 시레기죽 김치죽 우거지죽 콩나물죽 죽이 물리면 시레기볶음밥 김치볶음밥 콩나물비빔밥~ 돌아가며 해먹는다.
재료는 쌓여져있으니 물릴 때까지 해먹을밖에~
손님이 없거나 아이들이 가고난 다음엔 그냥 남은 재료갖고 내멋대로 해먹는다.
만두는 이제 질렸다! 도토리묵도 질리고~

무 시레기랑 배추 우거지가 많으니 잔뜩 삶아두고 해먹는다. 잘게 쫑쫑 썰어볶아두면 김밥도 해먹을 수 있다.
산골에선 식비가 전혀 안 들어간다. 밭에서 나온 것들로 넘쳐난다. 참 고마운 일이다.

도시 아이들 왈~
전쟁나면 여기로 피신와야겠다고!!! 먹을 걱정은 없겠다고~

마당 눈은 여전히 안 녹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노라면 마치 숲속 산책하는 그런 기분도 난다.
이번 내린 눈으로 눈사람 만들기 참 좋겠더라마는~ 이 산골에는 눈사람 만들고 눈쌈할 만한 아이들이 없다.
그나마 할머니 집에 살던 남매가 있었는데 그중 큰아이가 곧 군대 간다더라...
빈집이 두 곳으로 늘어났고... 편찮으신 두 내외가 요양원으로 가신다고... 집에서 간병하기가 두루 감당이 안 되었던가벼...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간병을 받아야만 할 연세들이다.
언제까지 마을이 유지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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