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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무리한 날~

이런 날이면 생전 엄니 말씀하시길... “게글뱅이 낮잠자기 좋고 부지런한 사람 일 쳐내기 좋다!” 하늘이 낮게 깔린다. 그 밑에 같이 납작 엎드려있다. 산골 동네서 제일 부지런한 선태아빠가 어제도 오늘도 어정어정거리며 동네 한 바퀴 돌고 있다. 그렇다는 건 할 일이 없다는 거다. 요새 무슨 일 하세요? 물으니 오미자밭에 거름 냈단다. 그러고보니 오덕이네도 거름내더라~ 소값이 떨어져서 재미가 없다하고 새벽에 송아지가 태어났는데 큰 소한테 밟혔는지 아침에 보니 죽어있더라고... 그래서 묻어줬단다. 모처럼 나무꾼이 다니러와서 거름 한차 실어다 줬다. 그러곤 후딱 일터로 가버렸다. 참 보기 힘든 사람이다. 마치 손님같다. 밥 먹는 사이에도 전화가 불나게 오더라~ 그걸 다 상대해주자니 참 힘들기도 하겠다싶네.....

산골통신 2023.02.13

연장이 일을 한다!

옛말에 일 못하는 사람이 연장 탓 한다고 했다!!! 요즘은 그 말 안 먹힌다! 일은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 연장이 한다! 연장빨이다~ 오늘 면에 나간 김에 전동톱을 하나 샀다. 얼마를 벼르고 벼르다가 샀는지 모른다. 전동가위하고 전동톱 두 개를 살까 하고 갔는데 전동톱은 16만냥~ 전동가위는 30만냥... 허거걱~ 놀래서 그냥 전동톱만 사갖고 왔다. 와서 써보니 전동가위도 사올걸~ 후회가 났다!!! 겨우내 자르지 못하고 놔둔 통나무들 모조리 싹뚝싹뚝 자르고 있는 중이다. 더 자를 거 없나 하고 뒤지고 있다~ 병들어 다 죽어가는 개복상나무 하나 자르고 꽃사과나무 한 그루 가지치기 하고 죽나무 여러 그루 팍팍 자르고~ 막 신나서 돌아댕겼다! 그래도 얘가 힘이 좋더라! 전동가위도 각오하고 눈 질끈 감고 사야겠다..

산골통신 2023.02.11

조금씩 조금씩~

대여섯 시간 삐그덕거리는 몸을 움직인 여파로 한나절을 아랫채 툇마루에 껌딱지모양 늘어붙어 있었다. 봄은 고단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구~ 해마다 봄이면 느끼는 거지만 해가 갈수록 더 고단함의 강도가 커지고 길어진다... 따스한 햇살을 이불 삼아 한나절을 쉬고나니 다시금 기운이 나네~ 거름 한 푸대 마저 여기저기 뿌리고 시든 삭정이들 잘라내고 뭐 그런 일만 했다. 그런데도 몸을 움직여 일하니 점차 개운해지더라. 그래 하루에 조금씩만 하자~ 그래도 매일매일 하다보면 뭐가 되도 되겠지. 아직 본격적인 농사철 아니니까... 봉덕이와 뚠뚠이는 사이가 참 좋다. 가끔 저 은근 무게가 나가는 뚠뚠이 목덜미를 물고 다니는 봉덕이를 보고 있노라면 아마도 쟈가 뚠뚠이를 자기 새끼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거 아닌지 모르겠더..

산골통신 2023.02.08

밭설거지

첨엔 하기싫더라고... 몸이 아우성을 치네! 맘은 급한데 몸은 굼뜨고~ 겨우내 틀어박혀 구들장지느라 몸을 안 굴렸더니 녹이 슬었나벼! 꾸무럭 꾸무럭 하다가 말다가~ 먼산 쳐다보고 섰다가 한참을 그러다가 하긴 다 했다. 닭집 올라가는 길목 언덕밭이 기역자로 생겼는데 반은 산나물밭이고 반은 뭐 이것저것 심어먹는 밭이여. 거기에 이런저런 덤불들이 겨우내 삭아져서 엉망으로 뒤덮혀 있더라구~ 오이덩굴 수세미덩굴 칡도 언제 쳐들어왔는지 좀 보이고... 취나물 대궁이랑 눈개승마 대궁도 얼기설기 자빠져있고 콩대랑 들깻대도 뿌리채 그냥 있고... 부지깽이나물 대궁도 어지럽다! 낫이랑 양손가위를 들고 가서 시작은 했는데 왜이리 진도가 안 나가냐그래... 햇살은 눈이 부시고 그것좀 움직였다고 땀도 나고~ 천천히 하자구! 누..

산골통신 2023.02.08

땅 속 사정~

땅 위 인간들이 아무리 춥다 난리를 치고 살아도~ 땅 속에선 벌써 저만치 봄을 밀어내고 있더라!!! 히야신스와 수선화 촉이 부지런히 돋아나고 있다. 언제나 인간보다 훨 더 부지런히 빠르게 봄을 느끼고 살아내고 있더라구~ 작년 김장할 때 속이 안 찬 어린 애들 그냥 냅뒀던 저리 파릇파릇~ 비닐하우스 안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물 반찬으로 국거리로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는지 모른다. 올해 가을에도 느지막히 씨를 뿌려서 속이 안 찬 채로 월동시켜야겠다. 대파 남은 것들을 묻어뒀더니 온 겨우내 잘 뽑아먹고도 남는다. 한줌씩 다듬어 갖고 온다. 따스한 햇살 아래 바람은 좀 불지마는~ 마당에선 봉덕이와 마당냥이들이 잘 논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다 놀러가고 두어 마리만 햇볕 쬐며 놀더라. 작년말쯤 만든 아랫채 ..

산골통신 2023.02.07

입춘병아리 그리고~

어제그제 첫 병아리가 엄마품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하루이틀 사이에 바글바글~ 11개 알을 품어서 2개는 부화 실패~ 1마리는 까나와서 죽고... 총 8마리가 살았다! 죽은 병아리와 안 까인 알은 고이 묻어주고... 병아리육아실로 옮겨놨다. 엄마닭이 난리가 났으나 병아리들을 버리고 갈 순 없고 얌전히 둥지채 이사를 가야헸다. 왜냐하면 지금 알을 품고 있는 장소는 구석진 곳이고 수리가 좀 필요해서리... 그리고 기존 병아리육아실에서 크고있던 7마리 중병아리들을 큰닭들하고 합사를 시켜야 하니까~ 생각난 김에 후딱 내쫓고 이사시키고~ 닭들은 난리가 났지만 뭐 어쩔겨!!! 엄마닭이 있는한 병아리들은 잘 클거다. 엄마의 힘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걸 닭을 키우면서 절절히 깨우친다. 푸른 하늘에 까만 점들~ 육안..

산골통신 2023.02.05

닭싸움

허구헌날 싸운다. 닭들 세계에서 가장 약체는 안 싸운다. 1인자와 2인자가 싸워서 그중 진 놈이 도태된다. 겁도없이 1인자에게 덤비는 놈도 마찬가지! 지난 달에 한놈이 도태되어 골로 갔고 어제부터 한놈이 다시금 1인자에게 쌈을 걸었다! 암탉들은 무심하다! 언넘이 이기던지 무상관~ 저러다 몇놈 잃기 전에 잡았으면 좋겠구만 언제 하노... 병아리육아실에서 자라고 있는 중병아리 7마리는 오늘 저녁에 합사를 시켜야겠다. 그중 암탉이 얼마나 되려는지 모르지만 성비균형을 맞춰야 저노무 장닭들이 덜 싸우지! 닭들 합사시키는 일은 꼭 밤에 해야한다. 왜냐하면 낮에 했다간 피터지게 싸우니께... 아니면 일방적으로 약한놈들이 개터지고... 아주 살벌한 닭들 세계다. 드뎌 올해 첫 병아리가 까나왔다. 어제 한놈이 빼꼼~ 엄..

산골통신 2023.02.04

어느날 산골...

봉덕이와 삼색이의 산책길~ 저 둘은 어떤 교감을 갖고 나누고 저리 하염없이 걷고 있을까... 냉장고 털어먹기! 라면이 급 땡겨서 끓이다가 가래떡 조금 넣고 스팸이 하나 굴러댕기길래 조금 썰어넣고 어묵이 유통기한 달랑거리길래 좀 넣고... 파 송송 계란 탁! 아이들 자취방에서 유통기한 지난 리본파스타~ 에라 말린거니까 괜찮을겨! 푹푹 삶아 건져 올리브유에 파 송송 썰어 넣고 해물모듬 조금 넣고 들들 볶다가 리본건면을 넣어 달달달 볶아서 소금 액젓으로 간하고 바질 후추 훌훌 뿌려서 얌냠... 이거 먹고 배아프면 모조리 닭집에 갖다 부어주기로! 근데 암시랑토 않다! 그렇게 생체실험을 거친 재료들을 재활용하기로~ 묵은지 3년차 한통 꺼내서 오만 잡동사니 듬뿍 넣고 푹푹 한 냄비 끓여놓다. 간만에 다니러온 막둥이..

산골통신 2023.02.03

주거니 받거니~

해질무렵 봉덕이랑 산길 한 바퀴~ 날이 좀 풀려서 운신할 맛이 난다. 그동안엔 잔뜩 웅크리고 살았거든!!! 멀리서 산녀를 발견한 복실이네 아지매~ 뭔가를 들고 부지런히 오시네! 김치 한 포기만 더 달라고~ ㅎㅎ 며칠전 한 포기만 달라고 오신 적이 있었는데 맛이 있었나벼! 보약같은 김치라고 더 달라고~ 집에 오시게 해서 세포기 정도 담아드렸다. 더 드릴래도 마다하셔서~ 나중에 언제라도 가지러 오시라 했네! 그러더니 잠시 후에 금방 부친 굴전이라면서 한접시 갖다 주고 가셨다. 내 이래서 뭘 못 드린다니께요!!! 한 소리했네그랴~ ㅎ 달걀 한판 가고 녹용즙 한박스 오고 김치 한 포기 가고 굴전 한 접시 오고~ 뭐 그러하다. 덕분에 저녁겸 자알 묵었네! 복실이는 그집 진돗개 이름이다. 봉덕이하고 사이는 별로 안..

산골통신 2023.01.30

지구촌 파악하기

이 궁벽한 산골짝에서 지구본을 앞에 두고 팀 마샬의 지리의 힘 1~2권을 읽고 있다. 저자가 기자출신이라 그런가 육하원칙에 의해 따박따박 써내려간지라 읽기는 참 수월했다. 총균쇠 코스모스 사피엔스 제3의침팬지 문명의붕괴 어제까지의세계 메크로폴리스 눈에 보이지않는 지도책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국가로 듣는 세계사 미국을 만든 50개주의 이야기 상상속의 덴마크 이탈리아의 사생활 지극히 사적인 네팔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육천년 빵의 역사 우유의 역사... 지중해 세계사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가이아의 정원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 미움받는 식물들 과일길들이기의 역사 우크라이나 이야기 히든밸리로드 성냥과 버섯구름 식사에 대한 생각 그외 기타등등~ 이 겨울에 읽어치운 책들이다. 다만 정독은 아니다!..

산골통신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