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연장이 일을 한다!

산골통신 2023. 2. 11. 19:37

옛말에 일 못하는 사람이 연장 탓 한다고 했다!!!
요즘은 그 말 안 먹힌다!

일은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 연장이 한다!
연장빨이다~


오늘 면에 나간 김에 전동톱을 하나 샀다.
얼마를 벼르고 벼르다가 샀는지 모른다.
전동가위하고 전동톱 두 개를 살까 하고 갔는데 전동톱은 16만냥~ 전동가위는 30만냥...
허거걱~ 놀래서 그냥 전동톱만 사갖고 왔다.
와서 써보니 전동가위도 사올걸~ 후회가 났다!!! 겨우내 자르지 못하고 놔둔 통나무들 모조리 싹뚝싹뚝 자르고 있는 중이다.
더 자를 거 없나 하고 뒤지고 있다~
병들어 다 죽어가는 개복상나무 하나 자르고 꽃사과나무 한 그루 가지치기 하고 죽나무 여러 그루 팍팍 자르고~
막 신나서 돌아댕겼다!
그래도 얘가 힘이 좋더라! 전동가위도 각오하고 눈 질끈 감고 사야겠다!!!
그동안엔 톱이랑 전지가위 가지고 힘들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더라구~
내 손모가지 나가고 허리 다리 작살나고~
안 그래도 된다구!
이제 서서 쓱싹~ 갖다 대기만 하면 막 잘라져나간다.
눈이 막 돌아갔다! 신셰계다!!!

아름드리 나무들이야 엔진톱이 있으니 그걸로 하면 되고 자잘한 잡목들은 이걸로 하면 딱이다!
엔진톱은 무겁고 위험해서 내가 못 만진다. 그림의 떡이다!
산녀가 은근 기계치다~

하지만 이 작은 전동톱은 손안에 딱 들어오고 그리 큰 힘도 안 들고 조심조심 쓰면 되거든!
전동가위도 마찬가지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묵는다는데 일단 지르고 보자!
수습은 나무꾼이 해줄거다!

땔나무 걱정 이제 안 해도 된다.
무늬만 나무꾼이라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저 통나무들 다 산녀가 자를거다!
큰 엔진톱 무서워서 그동안 엄두를 못냈었는데 이제 살판났다!

전동가위도 무적이라고 하더라~ 당장 살거다!
디월트 제품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너무 비싸서 눈 돌아가니까 일단 싼 걸로 사야겠다.
우리가 뭐 허구헌날 나무 자르는 것도 아니니까...

오늘 미장원에 갔다왔다. 연례행사다.
미루고 미루다가 도저히 못 견디면 간다.
아예 팍팍 자르고 빠글빠글 볶아달라고 했다. 마이콜이 되던지 말던지 머리칼에 손 안 가게 해달라고 했다.
등 뒤에서 어이 아저씨! 라고 부를 사람도 이 산골짝엔 없다!
속션하게 자르고 볶았더니 이제 개운하다!
슬슬 농사철 일철에 머리칼에 신경쓰이면 일 못한다!
딱 일에만 집중해야 좋다! 그러노라고 오늘 하루 다 갔네~
내일 여기저기 쏘댕기면서 점찍어둔 나무들 자를 생각에 신났다!
매실나무 전지도 수월하게 할 생각을 하니 하나도 귀찮다는 생각이 안 든다.
어여 날이 밝아서 일 했으면 좋겠구만!!! 올해는 어케하면 일 쉽게 하고 놀고 먹을까만 궁리할 거다!!!
산녀도 이젠 좀 그래도 된다!!!
그동안엔 너무 원시적으로 맨땅에 헤딩하며 살았다...
이젠 그 짓거리 그만 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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