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엔 하기싫더라고...
몸이 아우성을 치네! 맘은 급한데 몸은 굼뜨고~
겨우내 틀어박혀 구들장지느라 몸을 안 굴렸더니 녹이 슬었나벼!
꾸무럭 꾸무럭 하다가 말다가~ 먼산 쳐다보고 섰다가 한참을 그러다가 하긴 다 했다.
닭집 올라가는 길목 언덕밭이 기역자로 생겼는데 반은 산나물밭이고 반은 뭐 이것저것 심어먹는 밭이여.
거기에 이런저런 덤불들이 겨우내 삭아져서 엉망으로 뒤덮혀 있더라구~
오이덩굴 수세미덩굴 칡도 언제 쳐들어왔는지 좀 보이고...
취나물 대궁이랑 눈개승마 대궁도 얼기설기 자빠져있고
콩대랑 들깻대도 뿌리채 그냥 있고...
부지깽이나물 대궁도 어지럽다!
낫이랑 양손가위를 들고 가서 시작은 했는데 왜이리 진도가 안 나가냐그래...
햇살은 눈이 부시고 그것좀 움직였다고 땀도 나고~
천천히 하자구! 누가 빨리 하라고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왜이리 맘이 조급하냐!
꾸역꾸역 한 고랑 한 고랑 대궁들 쳐서 갓쪽으로 쳐무지고 갈퀴로 긁어내서 이런저런 잡풀들이랑 무져놨다.
쪽파밭이랑 삼동추밭에 거름 한푸대 뿌리고~
그러고나니 배꼽시계가 막 뭐라하네!!!
시계를 보니 하이구야~ 시간이 벌써 이래됐노!
밥묵고 하자!
밭 설거지를 마치고나니 이리 속이 후련한걸~
그러는새 몸도 유연해지고 마치 기름칠한 것처럼...
이래서 사람은 일을 해야하나벼!
처음 밭에 갔을땐 죽을맛이더라구~ 삐그덕 삐그덕~
포기하지 않고 하길 잘했지!
이제 밭설거지를 시작으로 올해 농사가 시작됐다!
이 밭 저 밭 뭐를 심을지 궁리를 다 해놔야 하거든.
내일부터 밭에 거름을 뿌려보자! 할 수 있는 만치만 하자!
몸이 허락하는만치!!!
산녀가 밭에서 일하는 동안 아기고양이 세 마리~
근처에서 알짱거리며 논다.
쟈들은 지 어미 잃고 똘망이를 의지하여 엄니집 마당 한켠에서 살던 녀석들이다.
제법 커서 이젠 똘망이하고도 금방봐서는 구분이 안될정도로 컸다.
이름을 안 지어줘서 그냥 저냥 지낸다.
밭설거지를 다 하고나니 이놈들 좀 보소!
지들 화장실 새로 생겼다고 땅 파고 덮고 아주 난리네~
쟈들 하는 소행이 저렇다니께!
내친김에 밥묵고 나와서 닭집앞 밭에도 밭설거지를 했다.
아스파라거스 묵은 덤불 다 쳐내고 당귀 덤불도 쳐내고 등등 치운 다음에 거름을 듬뿍 뿌려줬다.
월동시금치골 차이브골 정구지골에도~
일단은 작물이 있는 곳만 웃거름 택으로 뿌려주고 나머지 빈골은 냅뒀다. 급한 곳만 우선~
오며가며 설거지가 잘 된 밭 두 군데를 보니 괜시리 뭔가 일다운 일을 한 것 같네...
허리가 묵지근해져서 찜질은 해야했지만~
낼모레 비소식이 있어 그런가 요즘 상태가 메롱이다...
밭 사정에 맞춰 일을 하는 것과 일손 사정에 맞춰 일하는 것은 천지차이로 다르다.
타이밍을 제때 맞춰야 작물들도 잘 자라는데 사람 사정 봐가며 일을 하게되면 늘 작물은 허겁지겁 자라게 된다.
금동할매네 막내아들은 냉이캐러 다니더라~ 멀쩡한 길 냅두고 하필 비탈을 타가며 자연인 흉내를 낼 일은 뭐 있누?!
호미도 아니고 약초캐는 작은 괭이를 들고 봉다리 하나 들고 저짝으로 가더라...
산녀는 나물을 나무로 잘못 알아듣고 저걸로 이 언땅에서 뭔 나무를 캐나?! 삽을 들고가도 고생일텐데... 뭐 그랬네~
하여간 이제 일은 시작됐다!
부실한 몸?! 자알 타일러가며 다독여가며 해야지~
씩씩하고 용감하게 천하무적이었던 산녀는 이제 없다!
앞으로 골골하며 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몸사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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