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조금씩 조금씩~

산골통신 2023. 2. 8. 18:14

대여섯 시간 삐그덕거리는 몸을 움직인 여파로 한나절을 아랫채 툇마루에 껌딱지모양 늘어붙어 있었다.
봄은 고단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구~
해마다 봄이면 느끼는 거지만 해가 갈수록 더 고단함의 강도가 커지고 길어진다...

따스한 햇살을 이불 삼아 한나절을 쉬고나니 다시금 기운이 나네~
거름 한 푸대 마저 여기저기 뿌리고 시든 삭정이들 잘라내고 뭐 그런 일만 했다.
그런데도 몸을 움직여 일하니 점차 개운해지더라.

그래 하루에 조금씩만 하자~
그래도 매일매일 하다보면 뭐가 되도 되겠지.
아직 본격적인 농사철 아니니까...

봉덕이와 뚠뚠이는 사이가 참 좋다.
가끔 저 은근 무게가 나가는 뚠뚠이 목덜미를 물고 다니는 봉덕이를 보고 있노라면
아마도 쟈가 뚠뚠이를 자기 새끼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거 아닌지 모르겠더라구...
뚠뚠이 엄마 삼숙이가 새끼 열한 마리를 낳고 키울때 봉덕이가 고양이 새끼들을 데려다가 물고 빨고 한참 그래 같이 키웠거든!
한번 빨아놓으면 봉덕이 침으로 아주 칠갑을 해놓아서 새끼냥이들이 마치 물에 빠진 생쥐처럼 되어서 웃기지도 않았었지.

지금도 봉덕이와 뚠뚠이는 같이 논다. 뚠뚠이도 마냥 싫지는 않은지 거친 봉덕이 장난질을 받아주곤한다.

다른 마당냥이들은 제각기 자기 터를 찾아 떠나 살면서 가끔 집에 와서 밥이나 먹고 물 마시고 놀다가곤 하는데
저 뚠뚠이만 안 떠나고 툇마루 밑에서 산다.

논으로 밭으로 산으로 들로 내로 쏘댕기다보면 울집에서 태어나 자란 냥이들을 만난다.
까만애 두 마리는 뒷골밭 언저리에서 살고 노랭이와 막둥이는 집 근처에서 놀고 고등어와 삼색이는 근처 야산에서 놀더라~
그리고 흰코는 마을 가운데 폐가 툇마루 밑에서 봤다.

똘망이는 노랭이가 제 영역을 한사코 사수하는지라 마당에 못 들어온다.
뭐 그래도 갸는 아쉬운 거 없이 온동네 집집이 다니면서 맛난밥 얻어먹으며 살더라~

아기냥이 세 마리는 언제 독립하려나... 잘 모르겠네.
똘망이가 여기 살거라 하고 해준 뒤로 안 떠나고 산다. 그리고 다른 큰 고양이들도 새끼라고 봐주는지 아직까지는 문제없이 살고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었네.
마당 석등 불 밝히고 앉아 서산 노을 바라보고 앉아있다.
내일은 또 내일이고~ 내일 생각합세!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꾸무리한 날~  (16) 2023.02.13
연장이 일을 한다!  (12) 2023.02.11
밭설거지  (14) 2023.02.08
땅 속 사정~  (8) 2023.02.07
입춘병아리 그리고~  (8) 2023.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