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면 생전 엄니 말씀하시길...
“게글뱅이 낮잠자기 좋고
부지런한 사람 일 쳐내기 좋다!”
하늘이 낮게 깔린다.
그 밑에 같이 납작 엎드려있다. 산골 동네서 제일 부지런한 선태아빠가 어제도 오늘도 어정어정거리며 동네 한 바퀴 돌고 있다.
그렇다는 건 할 일이 없다는 거다. 요새 무슨 일 하세요? 물으니
오미자밭에 거름 냈단다.
그러고보니 오덕이네도 거름내더라~
소값이 떨어져서 재미가 없다하고 새벽에 송아지가 태어났는데 큰 소한테 밟혔는지 아침에 보니 죽어있더라고... 그래서 묻어줬단다.
모처럼 나무꾼이 다니러와서 거름 한차 실어다 줬다.
그러곤 후딱 일터로 가버렸다.
참 보기 힘든 사람이다. 마치 손님같다.
밥 먹는 사이에도 전화가 불나게 오더라~ 그걸 다 상대해주자니 참 힘들기도 하겠다싶네...
진즉에 나라에 바쳤다 마음 내려놓은지라 이젠 뭐 그리 속상하진 않는데... 이젠 산녀도 60고개를 넘고보니 힘든 일은 못 하겠어.
어느 누구는 외노자들을 서넛 고용해서 일한다고 하더라마는 우리 살림에 사람 써가며 할 일은 없지...
그래 거름이나 날라다주면 나머진 산녀가 하겠다고 했더니 잠시 가는 길 늦추고 한차 실어다 부려주고 갔다.
전동톱에 이어 전동가위도 샀다.
힘든 일은 이제 전동 기계들이 도와주고 사람 손이 많이 없어도 되게끔 세상은 변하나...
그래도 소소하게 힘쓸 일이 많아서 나이가 들수록 버겁다. 어제는 소마구 구석을 치웠다.
호박 저장해둔 것들 모조리 닭집으로 갖다 부어주고
썩은 애들은 감나무 밑에 거름되라고 부어주고
이런저런 검부지기들 낙엽들 바람에 날라와 쌓여무져진 것들 삽으로 끌어내어 밭고랑에 부어줬다.
어제 그 일 좀 했다고 그날 저녁에 찜질팩 한 시간 지졌다!!!
이제 뭔 일을 못하겠네!!!
슬슬 밭장만 들어간다.
처음 할 곳은 채마밭하고 감자밭이다.
배추씨앗이랑 상추씨앗을 뿌려야한다.
작년에 씨앗 갈무리해둔 상자를 꺼내놔야겠다.
수세미 덤불을 정리하면서 겨우내 달려있던 수세미 열매 10개를 갖고왔다.
큼지막한 것이 버리기 아까워서 다듬어 수세미를 만들려고 한다.
딸아이가 그 수세미 참 좋다고 많이 만들어서 여기저기 선물로 인심썼다한다.
도시에서는 작은거 1개에 5천냥한다고 다들 받고서 좋아하더란다.
10개를 잘라 한바구니 만들어뒀다. 우리도 쓰고 인심도 쓰려고~
전동톱을 가지고 잠깐 사이에 한구루마 장작을 장만했다.
이웃집 구옥을 뜯어낸 목재들인데 불을 때면 소나무향이 은근하고 좋더라.
오늘 하루종일 날씨가 흐릴 모양이다.
그러면 일을 마저 할까~
읽던 책을 마저 읽을까...
날씨도 꾸무럭~
산녀도 꾸무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