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가 자욱하더라~
아랫채 지붕이 하얗게 서리로 뒤덮였고 바로 앞만 분간이 되고 집 너머는 잘 안 뵈더라.
이런 날이 가끔 들이닥친다. 이런 날이면 오늘 낮에 따뜻하겠네~ 그러고 만다.
산골 사람들 볏짚 나르느라 분주하다. 논마다 하얀 마시멜로우 닮은 덩어리들이 덩그라니 놓여있다.
옛날 방식으로 볏짚 묶어 짚가리 얹은 논은 하나도 없다.
짚 걷는 기계 있는 집에 부탁해서 마지기당 얼마주고 맡긴다.
저 덩어리 하나에 5만냥이라 뭐 그리 팔린다고 하던데~
우리 논 볏짚은 해마다 소 많이 키우는 동네 동생네가 가져간다.
단 한 집만이 옛 방식으로 짚단을 묶어 경운기로 나르더라!
그집은 소가 서너 마리 되는데 기계로 묶어봤자 둘데도 없고 또 경비도 만만찮아 그냥 내외가 몇날며칠 묶고 나르고 하더라.
그집 아지매는 태국 사람이다. 어떤 인연으로 이 골짝까지 와서 사는지 벌써 이십년 되어가나?
한국말을 아직까지도 잘 못해서 길가다 산녀하고 마주치면 그냥 인사만 하고 우물우물 웃고 넘어간다.
이제 밭도 비고 논도 휑하니 비어지면 영락없는 겨울일게라~
요즘 낮에는 봄날같이 따뜻해서 계절 분간이 어렵다마는 일교차가 심하니 감기 걸리기 딱 좋은 그런 철이다.
오늘 애들 할머니 제사다.
제물을 이것저것 장만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했다.
내 산 적에 그것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지내고 그 뒤는 안 할거다. 그래도 뉘 뭐라 할 사람 없다. 이제는 그런 세상이다.
제사도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지금껏 지내는 건 내 마음 편하고자 하는 것이고 나무꾼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 뿐이다. 고로 말이 되던 안 되던 일체유심조다!
참 해가 빨리 진다.
늘 글을 칠 때면 해거름에 하루 일 끝내고 밈 편히 앉아 쉴 무렵이다.
오늘은 일찌감치 다 장만해놓고 제관들 오기 기다리고 있다.
아까 동치미용 무 소금에 버무려둔 항아리에 양념 이것저것 만들어 들이부어놨다. 겨우내 군불 땐 아랫목에서 동치미 국물에 고구마 쪄묵어야지.
집안에서 일하느라 사진 찍은 게 없네...
뭐 이런 날도 있는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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