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에 볼일이 있어 모처럼 산길을 걸어내려갔다왔다.
자그마한 면이지만 그래도 있을건 다 있어서 참 다행이다.
마을사람들은 새로 난 큰 길로 다리로 차로 씽씽 다니지만 산녀는 늘 옛 산길을 고집한다.
그래서 산골사람들한테 희한하다는 시선을 받고 살지~
오늘도 논에서 볏짚 걷는 동네 오래비한테 왜 걸어댕기느냐고 한 소리 들었네!
냇가 다리가 없었을 시절엔 바지 둥둥 걷어부치고 냇물을 건너댕기던가 징검다리 펄쩍펄쩍 뛰댕기던가 아니면 중간참에 보뚝을 기어올라가 뛰어넘어 다녀야 했었다.
세상 좋아졌지!
산길을 이젠 아무도 오가지 않는가보다... 낙엽이 수북수북 쌓여있다.
이제 집집마다 차 없는 이가 없고 또 차가 없으면 오토바이라도 있으니 걸어댕기는 이는 없다고 봐야한다.
또 산길은 마주오는 차를 만나면 비켜갈 수가 없으니 다니는 사람이 없는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베낭 하나 울러매고 훌훌~ 걸어갔다왔다. 미장원에 들러 머리를 화악 밀어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애써 참았고 ㅎㅎ
오늘은 소소한 마트 장보기!
우체국에 뭐 부칠 것도 있고 농협에 면세유 신고도 해야하고 농자재상에도 들릴 일이 있고 등등
방앗간에는 나중에 고추랑 들깨 참깨 등등 갖고 나와야하니 패스하고~
이런저런 볼일 다 마치고 베낭에 다 처넣어 울러매고 다시금 공갈다리 건너 산길로 접어들어 걷는다.
이제 그 길 주변 논밭들이 전부 묵어져서 참나무 아카시 등등 잡목들이 우거져서 그곳이 밭이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만 안다.
한참 가다가 하이고... 여기도 묵어졌네~ 하는 곳들이 몇 군데 늘었더라...
관리를 이젠 하지 않아 길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 어두컴컴 터널처럼 변한 곳도 있고...
수북하게 쌓여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한참 걸었다.
어제 꺼내 삶아 울궈낸 단풍콩잎~
양념 끼얹어 만들어봤다. 하나하나 간추리기 귀찮아서 좀 하다가 나머지는 그냥 버물버물 무쳐버렸네.
산녀 성질머리가 그리 차분하지 않아서 이런건 못햐!
그냥 파마늘고추가루 멸치액젖 매실액 들기름 등등 갖은 양념 했지 뭐~
사진을 본 아이들 난리났네! 이거면 밥 한공기 뚝딱이라고...
밭에 월동시금치가 제법 자랐다. 자라긴 했는데 들쑥날쑥 큰 애들은 엄청 크고 작은 애들은 지지부진이고...
어차피 내년 봄에 올라온 애들 먹을거니까~
큰 애들만 솎아왔다. 나물 귀한 요즘 좋지~
고수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자라네.
이건 좋아하는 이가 나무꾼뿐이라 아주 전용이다. 산녀도 먹긴 하는데 그닥~ 찾아먹지는 않으...
올해 단감나무에 까치밥이 하나도 없는데 까치 한 쌍이 날라와 한참 놀다 갔다.
괜시리 반가와 찍어봤네.
저건너 마을엔 까마귀가 진을 치고 살던데...
가끔 마을 대항인지 냇가를 사이에 두고 까마귀랑 까치랑 떼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더라~ 그런 날은 하늘이 시끄럽다!
나물 하는 김에 쪽파도 한움큼 뽑아 다듬어놨다.
뭘 하더라도 다듬어야 뭐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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