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제 지내고 온 도시장정들~
추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에 몸 좀 녹이라고 샤브샤브 한 냄비 끓였다. 햅쌀밥 해줄테니 방아 좀 찧어오라했다.
금방 방아찧은 햅쌀밥에 마당에 모덕불 피워 고기 굽고~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 추위다.
하룻밤새에 축축 늘어진 작물들과 풀들을 보면서 참 얘들도 한방이구나 싶네.
그리 무서리에도 곧잘 견디더니 된서리 한 방에 그냥 골로 가버렸다.
모처럼 생긴 일손들을 그냥 보낼 순 없잖여~
점심 든든히 맥인 후 물었다.
이후 일정이 바쁘냐고! 안 바쁘면 일 좀 합세~
장갑 하나씩 주고 낫 하나 들려서 콩밭으로 고추밭으로~
콩단 두 차 그득 실어서 마당으로 다 날랐고 고춧대 다 뽑았다.
역쉬 장정들 힘은 달라...
산녀 혼자 했으면 몇날며칠 애먹었을텐데 잠깐 사이에 다 끝났네!
이제 자알 말려서 햇살 좋은 날 콩타작해야지!
고춧대는 끝물고추 발갛게 말라지면 그때 하루 날 잡아 따고 밭설거지 해도 되니까...
이제 남은 일은 아쉬람터 밭고랑 비닐 걷는 일이다.
그 일도 하게 하려했지만 그 정도는 산녀가 할 수 있다.
내일부터 사부작 사부작 하지 뭐...
땅 얼기 전까지만 하면 되니까!
다음주말에 비소식이 좀 있다하니 그 전에만 끝내면 될게야...
오늘은
호박 좀 따러 가자~
큰아이가 다니러왔길래 잘됐다싶어 호박 좀 날라다 달라했다.
호박을 그리 많이 안 심었는데 달리긴 억수로 많이 달려서리...
그리고 잘 늙은 호박이 별로 없고 푸르딩딩 호박만 주렁주렁이여...
닭집 주변으로 빙둘러 심었는데 얼어버린 놈들도 있고 썩어문러진 놈들도 있고...
그런 애들은 냅두고 괜찮은 애들만 싹 따서 내렸다.
풀숲에서 호박따다가 온몸이 고슴도치 됐다.
따라온 봉덕이도 고슴도치~ ㅎ
그거 하나하나 떼어내느라 한동안 풀씨멍! 했네~
불멍 물멍만 멍이냐?! 풀씨멍도 있다 뭐~
따땃한 햇살 아래 앉아 한참을 떼어냈다는...
푸르딩딩 덜익은 호박은 겨우내 닭들이 먹을 간식거리다.
누렇게 늙은 호박들은 호박즙을 내면 좋은데...
건강원에 맡기자니 그것도 돈이 많더라구...
그래 가마솥에 호박 삶아서 물내면 되지않나 싶어서 따로 모아놨다.
또 건강원에 맡기려면 호박 갯수가 저거갖고는 안된다.
닭들한테 호박 몇개 깨주고~
병아리들한테도 한조각 던져줬다.
호박들은 비닐로 1차 덮고 천막으로 2차 덮고 더 추워지면 그 위에 보온덮개를 씌울거다.
햇나락 방아찧은뒤 왕겨가 한푸대 나왔다.
그걸 푸대에 담아 울러매고 내려와서 마당 수국 겨울집 안에다 들어부어줬다.
칸나한테도 부어주고~
마당 목련나무와 모과나무 낙엽이 솔찮게 떨어져있길래 갈퀴로 모조리 긁어다 들이부어주고...
잘됐네~
식물들 겨울보온에 낙엽이 좋다는데... 일삼아 산에 낙엽긁으러 안 가도 되고~
앞으로 더 떨어질 낙엽이 제법 되니 그것들만 긁어서 부어줘도 좋겠다!
좀 쉴 참에 봉덕이가 뱀 한 마리 잡았다.
이 추운 겨울에 겨울잠자러 안 들어가고 거기서 뭐한다냐?!
바로 괭이들고 쫓아가 확인사살~ 던져버렸다.
여긴 내 영역이야! 올해 총 8마리 잡았네...
그 중 한 마리는 산녀가 발견해서 잡았고 나머지 7마리는 마당냥이들과 봉덕이가 잡았다.
닭집의 고집쟁이 암탉은 오늘도 세번이나 산녀한테 꽁지잡혀서 내쫓겼다. 언제까지 그러는지 한번 해보자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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