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추위 이름값 하는 구나!
창을 열어 바깥 세상을 내다보니 모든 것이 얼음땡! 멈춰있었다.
동산에 아직 해가 안 올라와있고 서산 마루에도 햇살이 비춰지지 않은 걸 보니 해 뜨는 시각이 더 늦춰졌구나.
집 뒤안 텃밭 무 배추 바질 정구지 등등 모조리 얼어서 딱딱해져 있어... 만지면 와사삭 부숴질듯... 사실 이럴때 만지면 와자작 부숴진다.
해가 올라와서 자연스레 녹기를 기다려야 한다.
텃밭에 조금 뿌려둔 무잎사귀가 녹은 뒤 괜찮으려나~ 배추는 얼었다 녹았다해도 어느정도까지는 괜찮은데 무는 한번 얼면 그대로 죽이 된다!
얼어붙어 있는 세상을 내다보고 나갈 엄두를 못 내다가 마당냥이 한 마리가 샘가 물을 마시는 게 아니고 어리둥절 한참 하다가 핥아먹는 걸 보고 아하! 냥이들 물그릇 물이 얼었구나!
저거 냅두면 물그릇 깨질텐데...
닭집 아이들도 은근 걱정이 되어서리 털모자 털목도리 두르고 털옷까지 야무지게 챙겨입은 뒤 봉당에 내려섰다.
닭집...
밤사이 사단이 났었구나...
며칠전 병아리 7마리 깐 암탉이 뭔 일로 철망을 뚫고 나가서 다시 못 들어오는 바람에 갓 까여나온 병아리들이 모조리 얼어죽는 사태가...
왜 나가는 구멍은 잘 찾으면서 왜왜왜 들어오는 구멍은 못 찾는겨!!! 이건 미스테리여!!!
이노무 닭대가리들아~
병아리들이 안 보이길래 언넘이 들어와서 잡아묵었나 싶었는데 빈둥지를 들어 치우다가 그 밑에 옹기종기 모여 죽어있는 병아리들을 봤다.
얼마나 무섭고 추웠으면 그 좁은 둥지 밑을 파고들어 그 안에서...
엄마닭은 그걸 보고 밤새 얼마나 애간장이 녹았을꺼나~
들어온 구멍을 찾아 다시 들어갔으면 될 일을... 참 닭대가리는 모를 일이다... 앞으로 병아리육아실엔 조금의 틈도 용납해선 안되겠다. 비록 병아리잃고 닭집 고치는
격이지만 세상에 거기는 들어갈데가 아니었다구... 망할~
암탉을 밖으로 내보내고 모이통 물통 둥지 다 치워버렸다.
병아리들을 모아다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참 쉽지 않네... 세상 사는게...
그리고 여전히 알을 품으려고 둥지에 들앉아있는 놈을 마구 때려주고 내쫓았다.
이래서 못 품게 하는거야! 이 겨울에 어쩌자고 그러는겨!!!
책임도 못 질 일은 하덜덜 말아라~ 한번 알을 버리고 갔으면 됐지 또 뭘~?
이제 병아리는 진작에 깐 7마리 뿐이다. 아이고 그놈들도 많다~
며칠전엔 까만 병아리 한 마리가 어찌 밖으로 나왔는지 못들어가고 생 난리를 치길래 들여보내려고 애를 쓰다가 포기...
닭대가리는 참 말을 안 듣고 모든 일을 거꾸로 하거나 예상 범위를 벗어난다.
그래 그 한 마리를 포기하고 들어왔는데 담날 보니 어찌 들어갔나벼?! 하이고 니는 어른 암탉들 보다 머리는 쪼매 더 좋구나!!!
나갔던 구멍을 다시 찾아 들어갔으니!
그나저나 그 구멍을 어찌 막지?! 사람 손이 닿는 곳이 아녀...
참 기맥히...
아침부터 못 볼꼴 보고 뒷처리 하고 들어왔다.
온통 들판은 겨울이다!
올 겨울은 건조하고 춥다했나?!
무 뿌리 꼬리가 길면 더 춥다 했나?!
그러고보니 무 뽑을 때 보니 무 꼬리가 가늘고 길긴 길었다...
그제 무 다 뽑고 시레기 다 해널었기에 망정이지...
무 한통 저장해놨고 시레기 한줄 반 걸었다. 매해 다섯줄 걸었는데 올해 무농사는 참 할 말이 없네라~ 무 꼬라지가 참...
고라니가 더 많이 묵었어! 사이좋게 나눠먹는건 쟤들한텐 안 되는가벼...
오늘낼은 마지막 가을걷이를 해야겠다.
콩단 다 들여오고 비닐걷고...
땅이 얼면 비닐 못 걷는다...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해.
그러자면 겨우내 폐비닐 바람에 흩날리는 꼬락서니를 눈뜨고 봐야하지...
안되지 그건!
어제 힘은 좀 들었어도 화분들이랑 마당 아이들 월동채비 해준 건 참 참 참 잘했다싶네!
비록 밤새 허리 찜질을 했어도 말이지 ㅎㅎ
헌데 어제 그리 야무지게 일을 한다고 했어도 놓친 부분이 하나 있었네!
비닐하우스 문을 안 닫았어!
그러면 밖에 둔 거나 뭐 다를 일이 있나?!
그래도 찬서리는 안 맞았으니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
뭐 하나 안 까묵으면 산녀가 아니지... 이건 지극히 정상이여... 됐다 마~
이제 창으로 햇살이 비춰들어온다.
아침 간단히 챙겨묵고 오늘 해야할 일을 해야겠다.
시제 지내러 다들 온다하니~
그 채비를 해야한다.
참 날 잘 잡았네~ 누가 잡았노? 그 좋은 날 다 냅두고!!!
오늘 점심은 한데 아궁이에 솥 걸어 샤브샤브 해묵자들~
모조리 때려박아 끓여묵자!!!
도토리묵도 어젯밤 자다말고 일어나 쑤어놨다구!!!
이 사과 한 바구니는 전에 해마다 흠집난 사과 한 궤짝씩 주는 과수원 이웃이 또 준거다. 부사를 땄다고...
하이고 올해는 사과농사 안 짓는 산녀네 사과풍년이네!
우리는 뭘로 답례를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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