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일을 하기 싫어 미적미적 미뤄뒀을때
그 일을 하려면 몸에 발동이 제대로 걸려야 한다.
그러면 며칠 일을 하루만에 해치울 수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식전에 닭집 모이 주고 내려오다가 똘망이를 만났다.
언덕밭에서 아기냥이들하고 같이 산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
수세미가 마른 것이 눈에 띄길래 좀 따왔다.
그냥 절로 절로 저절로 수세미가 되어버렸네?!
이걸 삶아서 쓰는 이유는 저장성과 견고함이려나?!
오늘 이슬 마르기 전에 밭에 올라가서 콩대 마저 꺾었다.
식전에 안개가 자욱하니 끼어서 마을 밖이 안 보이더니만~
해가 올라오니 좀 낫더라.
덜 여문 애들도 좀 있고 여물어서 콩깍지가 터진 애들도 좀 있고...
저리 꺾어 눞혀 놨으니 이번 주말 도시장정들에게 날라다 달라해야지.
일 시킬 거리를 많이 장만해놨다.
내려오다가 만난 산골이웃 웃대 조상산소...
여름에 연보랏빛 무릇꽃이 만발했던 그 산소다. 이젠 풀들이 가을빛으로 물들어 아침햇살 받아서 이쁘길래 한번 찍어봤다.
병아리가 까나왔다.
열세개 넣어줬는데 현재 다섯마리인가?!
암탉이 품고 안 보여줘서 다 세지 못했다.
품다가 알 버리고 도망간 암탉은 여전히 품으려고 둥지 차지를 하고 있는데 아무 둥지나 보이는대로 들앉아있어서 참 골치다.
본능이 시키는 일... 그럼에도 이놈한테는 알을 안 주기로 맘먹은지라... 볼 때마다 꽁지 들어 던져 버린다.
아침저녁 일과 생겼네~
진득하게 품고 있었으면 좋았잖아. 이런 암탉은 언제라도 알이던 병아리던 버리고 가기 때문에 안된다.
식전에 뭘 했다고?!
아 콩대 꺾었지.
그러고 오후엔 비닐하우스 뒷편 방아와 부지깽이나물 대궁들을 다 쳐냈고~ 이제 꽃도 다 졌고 씨앗 받을 일은 없으니까 그대로 다 쳐내 무져버렸다. 겨우내 삭아서 거름되게끔 한쪽으로 착착 밟아서 무졌다.
비닐하우스 뒷편에 풀나지 말라고 심은 거라서 봄에 나물 먹고 가을에 꽃 보려고 냅두는데 다 지고 나면 좀 어전스럽고 보기 그래서 싹 쳐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일 발동이 제대로 걸렸네~
그간 일오재 마당 꽃밭을 그냥 방치해뒀는데 몇달전 손님들이 풀 뽑아주고 간 뒤로 안 쳐다봤거든...
기왕 낫을 든 김에! 날씨도 좋고 몸도 제대로 풀린 느낌이고!
이럴때 미뤄뒀던 일 하는게야! 잘됐다!
오늘은 낫으로 시작해서 낫으로 끝나는구만!
일오재 앞 뒤 옆 꽃밭들을 아주 그대로 평정했다.
뭐 완벽하게가 아니고 그냥 대충 대강 확실~ ㅋ
산녀 사전에 완벽이란 없느니!!! 완벽하게 하려다간 세월 다 간다구!!!
가을 풀은 힘이 없어서 뽑기는 좋다. 조선낫 하나 가지고 종횡무진 휘둘러가며 쳐냈더니 좀 훤하더라...
내년 봄에 뭐를 새로 심더라도 정리가 되면 좋잖아.
뽑아낸 풀들을 척척 둘둘 말아서 몇 무더기 내다 버렸다.
대빗자루로 쓱쓱 쓸어내고나니 한결 깔끔하네!
입동 전에 무를 뽑아야 한단다.
이웃 하나는 벌써 뽑던걸~ 입동 지나면 무에 바람 든다고...
그럼 우리도 이번 주 내에 무 뽑고 시레기 해걸어야겠구나!
머리 속에 딱 입력해둬야지! 입동 전에 무 뽑는다!
전엔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만 뽑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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