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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털기

식전에 창을 열어보니 뜰아랫채 지붕이 말갛다. 서리가 내리면 마치 눈 내린 것 처럼 하얀 지붕인데... 밭에 올라가보니 들깻단들이 밤이슬 맞은채로 차분히 있더라. 음... 오늘은 날이 흐리겠군! 일하긴 참 좋은 날씨야! 들깨 털기 최적의 날~ 해가 올라와도 그리 마르진 않으니까 여유있게 해도 되겠구나! 마당에 있는 건 어제 했으니 이제 남은 아쉬람터 밭에 가자. 혹시 몰라서 자루를 두개 갖고 갔는데 채워지려나 ㅎㅎ 들깻단 가운데 자리를 차고 앉아 털기 시작한다. 작대기로 사정 봐주지 말고 후드려패야한다구~ 너른 천막에 널어놓고 도리깨로 후려쳐서 하는 방법이 쉽지마는 전에 한번 해보고 다신 안 한다. 들깨알이 죄 튀어나가더라구~ ㅎㅎㅎ 천막이 더 넓어야혀! 다 털고 난 모습~ 들깻단은 한쪽으로 치워놓고 자..

산골통신 2022.10.21

하루에 일 다 못햐~

찬찬히 하나씩 하나씩 해치우는겨! 산녀 특기가 사부작 사부작~ 조용조용 처리하는 거잖여... 아쉬람터밭 들깨를 배어눞힌지 여러날~ 이웃들 일하는 거 컨닝해가며 그네들이 하면 잽싸게 따라하는데 도가 터부렀다! 어제그제 앞집 아지매 들깨 터시더라고~ 그래 우리도 이밭 저밭에 널부러져있는 들깨들을 주서모아놨지. 들깻단은 이른 아침 찬이슬이 마르기 전에 만져야혀! 안 그러면 다 뛰나가~ 촉촉하게 젖어있을때 만지면 가만히 깨알들이 꼬투리 안에 들앉아있어서 아주 좋아. 큰 천막 두 개를 밭에 펼쳐놓고 낫 하나 들고 밭고랑 사이사이 댕기면서 들깻단을 한아름씩 들고 날랐다. 들깨대궁 절단된 면에 걸리거나 찔리거나 밟으면 아주 낭패여! 엄청 아프다구!!! 그러다 자칫 자빠지기라도 혀봐~ 난리난다구! 해서 아주 조심조심 ..

산골통신 2022.10.20

아까운 가을햇살이라...

아침에 일어나면 뭐든 해야한다. 이 짧게 지나갈 가을 햇살이 참 아까워서... 어차피 긴긴 겨울 구들장 질건데 뭐~ 시험심아 고구마 한고랑 캐봤다. 알이 들었으려나... 반정도는 고라니와 멧돼지가 얌냠 잡수신고로... 남은건 내꺼!! 이번 주말에 도시장정이 와서 캐준단다. 이 동네 고구마 맛없다고 나무꾼이 하도 뭐라해서 내년엔 고구마 안 심을겨! 지난번 만든 수세미 다 말랐다. 씨앗을 다 못 꺼내서 받아서 설거지하면서 씨 빼가며 하라했다. 오늘은 그작저작~ 딱히 할 일도 안 보이고 일도 손에 안 잡혀서 그냥 돌아댕기다가 지난 여름 털어둔 참깨가 생각나 그거 씻어 건지느라 하루 다 보냈네~ 들깨도 한푸대 턴게 있어서 그것도 씻어 건져 말리고~ 가을햇살 좋으니 금새 마르더라~ 주말에 일손들 오면 방앗간에 가..

산골통신 2022.10.19

뻑적지근하다!

요며칠 하루에 한두 가지씩만 일을 했다. 더는 예전처럼 하루종일 이 일 저 일 못하겠네. 오늘은 식전에 톱 하나 들고 집 주변에 지들맘대로 터잡고 살고 있는 뽕나무 세 그루를 베어냈다. 산골 살면 참 재미난게 심지않은 나무들이 마당이고 밭이고 막 자라는 거... 특히 뽕나무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아카시아 소나무다. 참나무도 간간이 눈에 띄고... 아마 그건 다람쥐가 파묻어놓고 까묵은 도토리땜시 그런 것일테고~ 아카시아랑 뽕나무는 사정 안 보고 뽑아내야하고 소나무는 고이고이 모셔다 키워야 한다 ㅎㅎㅎ 저게 한 그루에서 나온 가지들이다. 둘데가 없어 여기저기 빈터에 쌓아두고 잎이 다 떨어지는대로 톱질을 해서 장작터미에 가져다 쌓아야지. 뽕나무는 자라면 고목이 되기 때문에 초장에 잘라버려야한다. 그걸 그냥 ..

카테고리 없음 2022.10.18

잡다구리 일 찾아하기

아침 나절에 회화나무랑 서부해당화 두 그루를 황매화 울타리 앞으로 파옮기고 그 옆에 구와꼬리풀을 밑빠진 항아리에 심어 땅에 묻었다. 언제고 저기를 뭔 나무든지 심어서 휑하니 뚫린 마당 앞을 가렸으면 했었다. 마침 화분정리하다가 회화나무 한 그루가 덜렁 남아있길래 그놈 데리고 어따 심나 집 안팍을 뱅뱅 돌다가 낙점! 원래는 이 일을 하려고 한게 아니라 늘상 하는 일과대로 여기저기 한바퀴 돌다가 며칠전 마당 화분들을 비닐하우스 안으로 대거 옮겨놓고 정리를 안 한게 생각나서 주섬주섬 이것저것 손대다가 일이 커진거지 뭐~ 첨에는 붓꽃화분들을 텃밭 가장자리로 옮겨심다가 이런저런 허브 화분들도 빈자리 찾아 심고 디기탈리스가 몇포기 포트에 자라있길래 그놈들 내다 심고 등등 이제 남은건 어린 묘목들하고 포트에 자라고 ..

산골통신 2022.10.12

단풍콩잎이래...

콩밭에 올라가서 콩잎 한 푸대 따모았다. 언제 하나하나 따노~ 감질나서 막 훑어 땄다. 콩잎 장아찌 좋아하는 식구들 언제 담느냐고 학수고대 중이라... 단풍이 들어야지 노랗게 들어야 딸 수 있어. 콩밭에 가봐도 노랗게 든 애들은 별로 없고 갈색으로 물들어가더만... 노란 애들만 골라서 따자니 양이 얼마 안되고 해서 퍼런 애들도 같이 땄다. 아직 시일이 더 있으니까 가을이 깊어가면 그때 또 따더라도~ 우선 사람 입이 급하니 우선 이거라도 해보자구! 참 옛날분들은 별거 다 드셨네~ 얼마나 먹을게 없었으면 저 억신 콩잎도 장아찌를 담을 생각을 했을꺼나~ 초근목피로 산 세월도 있었으니 콩잎은 고급 재료였나?! 한국인이 못 먹는 건 없다더라. 한국인은 일단 먹어보고 또 독이 있는 것도 먹을 수 있게끔 어떤 수단을..

산골통신 2022.10.11

수세미를 만들자~

수세미로 수세미를 만들자! 올해 수세미 씨앗을 보내주신 님 덕분에 수세미 농사가 대풍! 작은아이가 수세미를 보고 입이 합지막하게 벌어져~ 가을엔 꼭 수세미로 수세미를 만들어야 한다고!!! 늦여름에 맘이 급해서 덜 여문 수세미로 힌번 만들어봤는데 약 2프로 부족한 연한 수세미가 되었더라는~ 해서 꼭 다 익걸랑 다시 해보자 맘 먹고 수세미 익기만을 기다렸네~ 뭐 아직도 완전히 익은 것 같지는 않으니 그래도 해봄직하다 싶어 두 바구니 따갖고 왔다. 와~ 워낙 단단해서 칼로 자르기가 버겁더라! 기술을 써서 요래조래 잘 잘라야 한다는~ 저 씨앗 꺼내는 일이 장난 아니라는~ 잘 데친 다음 조물조물 주물주물 씨앗을 잘 발라내야한다. 안 그러면 설거지하다 씨앗 튀어나오는 사태 발어지겠어! 한데아궁이 불 피우고 물 끓여..

산골통신 2022.10.10

가을비 추적추적~

이 비 그치면 겨울 성큼이겠다! 아침나절 옷 단디 껴입고 일하러 갔다. 빗방울 한두 방울 떨어지는데 그래도 들깨 베기 마무리는 해야하지않나싶어서... 낫을 잘 갈아갖고 들깨 베기 시작~ 아직 푸르딩딩한 애들도 좀 있는데 까이꺼 언제 니들만 냅두고 하냐 다 베자~ 총 10고랑 하나둘 하다보니 그작저작 해치웠네~ 비는 좀더 뿌리는듯하고 옷이 많이 젖을 정도는 아니라 그냥 비맞으며 일했다. 반은 풀을 메주고 반은 구찮아서 냅뒀더니만 풀 속에서 들깨 일병구하기였다나 ㅎㅎㅎ 지난 태풍에 이리저리 자빠져서 그대로 자라는 바람에 베느라 좀 애먹었다. 오가는 길에 로드킬 당한 유혈목이 한 마리~ 죽은지 꽤 되는 모양인데 참 사람들 하고는 좀 치우지... 그 위로 차가 다니면 그거 보기 좋나그래... 낫으로 척 걸어갖고..

산골통신 2022.10.09

예전 칸나 이야기

오래전... 워낙 기억력이 난장판이라 대충 뭐 까이꺼| 칸나를 키울적 이야기다. 달랑 구근 세알을 심었는데 저리 커져버렸다는... 몇년전 겨울에 가버린 칸나가 쟤보다 훨 더 컸다는... 그 아이 사진이 아무리 찾아도 없네그랴... 그때는 폰사정이 안 좋았나~ 디카 시절이었나?! 얘들이 저 위의 칸나 새싹이다. 얘를 지인네 마당에다 심었더니 저래 되었어. 대단했었지~ 예전 도시 살적에 도시집 옥상에다 저리 벌려놨었더랬다. 뭐한다고 저래 화분들을 낑낑거리고 가져다 올리고 흙 올리고... 뭐든 있는대로 키웠던 때였다. 나중에 쟈들을 옮기느라고 개고생했었지... 저리 키웠던 칸나 구근을 여기 산골로 가져오려고 캐는데... 오메~ 잡것~ 죽는줄 알았지! 호미로 대충 가볍게 시작을 했다가 삽을 동원하고 아주 온힘을..

산골통신 2022.10.07

그저 그런날...

비가 오는듯 안 오는듯 딱 일하기 귀찮을 정도로 오더라. 오늘 마저 들깨를 벨까 말까 둘러보는데 아직 푸르딩딩햐... 그래 망설이다 말았는데 그새 산골 이웃들은 싸그리 베었더라고~ 세상에 참 빠르고 부지런하고 참 어지간들하셔... 그집 들깨들은 노래서 벨만했지만 우린 아직 시퍼런데... 내일 들에 나가서 좀 물어봐야겠다. 그래도 베어야 하는지! 얼치기가 어데 할 수 있나~ 모르면 무조건 물어야 하는겨!!! 지금 이 글 치는 동안 동산에 달 떠오는 정경이다. 구름 사이사이 언뜻언뜻 보이는 정도라 그리 환하지는 않는데 저 산 너머에서부터 빛을 비추며 넘어오는 모습은 은근 봐줄만 하다! 마당에 서서 서산에 해떨어지고 동산에 달떠오는 정경을 볼 수 있다니 이건 참 복받은겨! 아침나절 화분에 심겨진 붓꽃들이랑 국..

산골통신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