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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콩나물키우기~

이젠 하다하다 별짓을 다한다. 생전 엄니가 쓰시던 콩나물시루에 콩을 앉혀 대여섯번 키워먹었다. 근데 말이지… 시시때때로 물주기가 겨울철엔 가능했는데 날이 풀리고 방안보다 마당이나 들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니 물 주는 걸 까묵을 때가 많아!!!그래서 물을 덜 주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유튜브에 찾아보니 아이구야~ 세상에나!!! 다들 나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으셨구만구랴~소쿠리에 냄비에 들통에 주전자에 화분에 음식물 쓰레기통에 별의별 것들을 다 동원해서 키우고들 계셨구만요!!! 존경합네다!!!산녀는 그중 들통과 주전자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도시에 사는 혈육들이 틈만나면 부엌 살림살이들을 모조리 이 산골로 갖다 유배시키는 바람에 주전자랑 들통은 막 굴러댕기는 지경이거든~이게 참 신박한게~ 아침저녁 하루 ..

산골통신 2024.03.08

봉덕이의 식량창고를 털다~

지놈이 다람쥐도 아니고 이게 뭐꼬?!언제적인가 닭집갔다가 오면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따라댕기며 탐을 내길래 달걀 한개씩 줬었는데 그걸 안 먹고 묻어두고 잊어묵어?!옥잠화 뿌리 파내다가 발견함~이건 또 뭐냐? 사골뼈가 여기저기서 나오넹!이놈이 배가 불렀네! 그래서 이번 사골뼈는 쳐다도 안 봤구만!!! 오늘은 아침부터 기맥히게 파란 하늘이길래 삽들고 미뤄뒀던 옥잠화랑 아이리스 타래붓꽃 비비추 등등을 파옮기려고 시동을 걸었는데 금새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더니 구름 가득일세!!! 삽질하다 더워서 옷 한거풀 벗어던졌더니 도로 껴입어야겠네. 뭐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다 있나 그래… 그래도 안 추우니 일은 할 수 있다. 방티연못 수련 덮어준 비닐도 벗겨주고 물도 보충해줬다. 옥잠화는 너무 덩치가 커서 4동강을 내어 심..

산골통신 2024.03.06

봄비는 추적추적~

많은 비도 아닌 것이 거의 매일 뿌리니 따사로운 봄햇살도 그립고 먼지 풀풀 황사바람도 그립더라~ 그제는 눈도 펑펑 내렸다나… 춘설이라 낯선 건 아니지만 이젠 좀 봄다워야하는 건 아닐꺼나요… 남녘에선 꽃소식이 들려오는데 여기 골짝에선 봄맞이 나가기도 어수선한 서글픈 날씨라 여엉 기분이가 안 난다요!!! 올해부턴 작심하고 농사일을 줄일 것이며 힘든 일은 덜하기로 맘을 묵었다. 그치만 어디 그리 쉽더냐 사람살이가~ 지난달 덜 패고 둔 장작더미 마저 패서 차곡차곡 쌓아둬야했는데~ 그 일을 한뒤 나무꾼과 산녀는 밤새 그다음날까지 아이고 삭신이야 소리를 달고 살았다네… 그리고 농협에서 나온 패화석비료 34푸대가 우리몫으로 나온걸 영차영차 운반차에 싣고와서 이 밭 저 밭에 흩어 뿌리는 일도 했더니 그만 아이고 소리도..

산골통신 2024.03.05

두번의졸업식과…

2월은 짧고 굵게 빠르게 지나갔다. 설을 준비하고 치르고 졸업식을 두 번이나 치르고 그리고 이런저런 묵은 일 매듭과 새로운 소식… 아주 뜨거운 물은 김이 안 난다던가?! 겉은 무덤덤하니 평온하니 보냈지만 그 속은 용광로같이 들끓었다. 무덤덤하기가 나무와 바위라 표현되는 산녀가 이럴진데 나무꾼은 오죽했을까… 그리고 당사자들은… 아이셋의 교육과정이 드디어 끝났다. 후일 교육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고 여기까지라고 못박을란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구경을 원없이 해봤네~ 남는건 사진 뿐이라고 사진도 원없이 찍고~ 이제 좀 심신이 풀리는지 연사흘째 하루종일 널브러져 살았다. 요 몇달 오랫동안 쥐고 있었던 일 하나를 해치웠다. 마음에 무거운 자책감을 후유증으로 남기고 그래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떠나보내는 일을…..

산골통신 2024.03.01

으그그 지네~

드뎌 지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래된 집이라 별 것들이 다 같이 산다. 자다가 뭔가 불에 데인 것처럼 통증이 확 느껴졌다. 문득 눈을 떠 손가락을 잡아보니 아프기만 할 뿐 원인을 몰라… 잠결에 그냥 그런갑다 하고 화장실 갔다와서 다시 잤지… 한참 자다말고 뭔가가 손등 위로 스르르… 기어가는 느낌? 헉?! 이거 이거 그건데?! 그건데?! 벌떡 일어나 온통 이불을 뒤집고 털고 난리 부르스를 쳤으나 눈에 안 띄네… 응… 아닌가… 하면서 도로 주저앉는 순간~ 눈에 띈 저 놈!!! 새끼 지네다!!! 아이구 이놈아~ 여긴 왜 들어왔냐? 작고 가느다라니 눈에 안 띈겨!!! 얼른 집어서 내다버렸다. 그뒤 잠이 확 달아났네! 새끼 지네라 물었어도 이빨자국이 드러나지 않았고 안 뵈인겨~ 아프기는 오살나게 아프고 말씨!!..

산골통신 2024.02.23

봄눈녹듯~

이른 아침 마루 문을 여니 저렇더라.. 밤새 하얗게 덮어버렸네~눈에 파묻혀버린 상사화 새싹~ 야들은 얼음이 어는 겨울에도 뾰족 세상구경을 하러 나오는 아이들이라 이까짓 눈쯤이야~ 할 거다.아이들이 불멍하는 아궁이터~ 솥뚜껑삼겹살 굽는 솥뚜껑은 바로 덮어놨다. 빗물과 눈녹은 물이 고이면 녹이 슬기 쉬우니까~봉덕이만 눈보고 신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마당냥이들한테는 아침에 한번 밥을 주는데 까망이가 미리 와서 대기탄다~ 그 다음에 노랭이 삼색이 고등어 그 다음에야 들냥이들이 이어서 눈치 봐가며 먹고 간다. 지들 나름 차례가 있나벼! 오늘은 봉덕씨 심기가 불편하지 않은지 내버려두네?! 눈을 보고 맘이 몽글몽글해졌냐?!이 자그마한 집과 마당은 참 사연많은 터다. 삼대 위로 거슬러올라가서 이 터에 숨붙이고 사..

산골통신 2024.02.22

어느새 봄~

늘 그러하듯 이맘때면 화들짝 놀랜다… 오직 인간만이 춥다고 웅크리고 들앉아있는 사이 쟈들은 부지런히 봄을 맞이하고 있더라는 거지! 명자나무 꽃몽우리산수유꽃몽우리상사화촉작약 촉겨우내 저러고 겨울을 난 대파소국디기탈리스~ 올해 꽃을 피울거다.노지에서 월동한 봄동양아치 직박구리들이 뜯어먹은 월동시금치밭요런 애들을 저렇게 뜯어먹었다.꽃몽우리를 물고 나온 히아신스수선화~섬초롱꽃범의꼬리수레국화소국 무더기원추리상사화 무더기샤스타데이지산마늘부지깽이 나물멀리서 보거나 무심히 지나치면 아직 겨울이다. 일삼아 구부려 들여다보거나 퍼질러앉아 뒤적거려보면 낙엽더미 속에서 연두빛 새싹들이 열심히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들의 애씀이 눈에 보인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포근해서 간간이 초록이들이 눈에 띄었다. 망초하고 수레..

산골통신 2024.02.20

봄비처럼~

마치 봄비처럼 내리는 비… 밤새 내렸다. 그 빗소리를 들으며 막장드라마 꿈을 꾸고… 아침부터 까마귀떼 우짖는 소리를 들으며~ 산골아침 시작하다… 물건너 마을에 까마귀가 떼로 산다. 언제부터인지 그 수가 부쩍 늘었다. 아마 산녀의 가물가물한 기억에 수년 전 뒷산에서 멧돼지 고라니 사냥이 활발할 때 필요 부위만 잘라갖고 오고 그 사체들은 내버려두고 온 그 즈음부터 까마귀들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나름 짐작만 한다. 울 산골동네엔 까치 부부가 살았다. 뒷산엔 매 가족이 살고~ 그러던 어느날부터 물건너 까마귀들이 한두 마리씩 건너와서 까치 가족들이랑 한판 밀고 당기기 싸움을 하곤 했었다. 늘 까치들이 이기고 까마귀들이 쫓겨가고 그랬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인가… 까치들이 밀리고 까마귀들이 기세가 등등해졌다. 올봄부..

산골통신 2024.02.19

봄봄봄?!

히아신스 촉이 돋았다. 문득 보다보니 저리 올라와있더라…그 옆 수선화도~ 어느새?! 맘이 급해 근처 풀 좀 뽑아주고 검부지기들 걷어내주니 저리 많이 보이더라~ 풀이래봤자 지챙이랑 망초랑 광대나물 바부쟁이 뭐 그런 애들이다.매화나무가 옆에 있어서 안 따고 둔 매실들이 떨어져 과육들은 썩어 없어지고 씨앗들만 굴러댕기더라. 저 중에 운 좋은 애들은 싹을 틔워서 나무로 자라던데 두 그루 정도가 구석쟁이에 있던데 희한하게 꽃이 안 피더라!!! 올해도 피나 안 피나 두고 봐야지~많이 번졌네! 올 봄에는 수선화 만발이것어~무스카리다. 얘들 이발 좀 해줘야하려나?! 아니면 구근을 캐서 넑직하게 살라고 옮겨심어줘야하려나?!수레국화~ 겨우내 저러고 난다. 강한 아이다! 독일국화라고 하던데~ 무더기로 피면 참 이쁘다.얘는 ..

산골통신 2024.02.08

새들의 식사~

무슨 새일까?텃밭 월동시금치를 뜯어먹고 있다. 한 며칠 되었다… 저 새들이 날라와 식사를 즐긴지~ 야들아~ 내 먹을 건 남겨둬라~ 큰 잎만 먹고 꼬갱이는 먹지 말어! 그래야 두고두고 돋아나는 거 먹을 수가 있거든!!! 쟈들이 산녀 말을 알아들을꺼나~ 사진찍는 새 포르르 날라가버렸다. 산밭에서 키우는 작물들 중 산식구들하고 나눠먹는게 제법 된다. 옥수수랑 고구마 등은 고라니와 멧돼지가 주로 잡수시러 오고 콩은 산비둘기와 들쥐들이 주로 노린다. 너구리와 오소리도 간혹 와서 밭고랑을 파뒤져놓고 가기도 한다. 산토끼들이 열무와 근대를 좋아한다. 올해는 집가까이 심어야겠다. 산식구들이 안 좋아하는 작물로는 고추와 들깨 무 배추 등인데 가끔 특이식성이 있는 고라니께서 와서 드시고 가기도 한다. 조금이니까 봐주고는 ..

산골통신 202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