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두번의졸업식과…

산골통신 2024. 3. 1. 11:14

2월은 짧고 굵게 빠르게 지나갔다.

설을 준비하고 치르고 졸업식을 두 번이나 치르고 그리고 이런저런 묵은 일 매듭과 새로운 소식…

아주 뜨거운 물은 김이 안 난다던가?!
겉은 무덤덤하니 평온하니 보냈지만 그 속은 용광로같이 들끓었다.
무덤덤하기가 나무와 바위라 표현되는 산녀가 이럴진데 나무꾼은 오죽했을까…
그리고 당사자들은…

아이셋의 교육과정이 드디어 끝났다. 후일 교육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고 여기까지라고 못박을란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구경을 원없이 해봤네~ 남는건 사진 뿐이라고 사진도 원없이 찍고~

이제 좀 심신이 풀리는지 연사흘째 하루종일 널브러져 살았다.

요 몇달 오랫동안 쥐고 있었던 일 하나를 해치웠다. 마음에 무거운 자책감을 후유증으로 남기고 그래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떠나보내는 일을…

그러고나니 새로운 소식 하나가 불현듯 쳐들어왔다. 예상했으나 좀 뒷날 일이라고 무심히 넘어갔던 일…

문득 산녀가 그랬다.
참 타이밍 죽이는구만!
아이들 졸업을 다 시키고 묵은 일을 떠나보내고 훌훌 털고나니 바로 새로운 소식이 오는구만!
몇달 사이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이닥치니 그런갑다 하고 받아들이고 치르고 보내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지난 과거는 정리하고 새롭게 미래를 맞이하라는 계시?! 아니었을까?
양손에 뭔가 움켜쥐고서 더 나은 걸 바라는 건 아니지?
좀 내려놓고 정리하고 비워야 새로이 뭔가가 들어설 여지가 생기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합시다!
수년간 그 묵은 일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 그로인한 병치레…
그만 놓아버리니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구만…
아이들의 졸업과 묵은일 정리 그리고 느닷없지만 예상하고 기다리던 새로운 소식!
이제 이렇게 정리합시다…

나무꾼도 참 묘한 일이라고…
산녀는 꿈보다 해몽이유~ 하고 퉁치고…

아침마다 아궁이 앞에 퍼질러앉아 군불을 지핀다.


어제는 좀 적게 넣었더니 방이 덜 뜨시더라…
그리고 날이 축축하고 저기압이라 연기가 굴뚝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고 낮게 깔렸는지 연기냄새가 집 곳곳에 배어있더라.
환기를 한참 시키고서야 괜찮아졌다.
오늘은 나무를 더 넣어야겠어~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거든.

마당 한켠 모과나무 뒤쪽으로 오솔길을 두 갈래 만들었다. 온 겨우내 땅 마를 새가 없었으니 밟고 지나가는대로 젖은 땅이 푹푹 파이고 다져져서 마치 지겟길처럼 밟는대로 길이 생겨졌다.
어제 재미있어서 하나 더 만들었다.
그거 만드느라 그 잠깐 사이에 15,000보 찍었다!


조만한 마당이지만 있을건 다 있다~
매일 저녁 그 오솔길을 걷고 또 걷는다.
남들이 보면 왜 저리 마당을 빙빙 도느냐 하겠지만 이 밤에 산속을 걸을 순 없자나…
낮에 걸으면 되지만 낮엔 또 할 일들이 많고~

쨍하니 파란 겨울 하늘이다.
참 오랜만에 보는 하늘이다.
공기는 무척 찼지만 중무장하고 나서니 괜찮더라.
봉덕이도 오랜만에 마당에서 뛰놀고~
이제 겨울장마 끝 좀 내라!!! 지겹다!

닭집에 물이랑 모이 퍼다주고 들냥이들 얼어버린 물그릇에 뜨거운 물 부어주고
밥 달라고 기다리고 있는 마당냥이들 밥그릇 채워주고~
그전에 질투가 심한 봉덕이 입부터 막고~

이제 다시 일어서자!!!
그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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