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봄비는 추적추적~

산골통신 2024. 3. 5. 20:20

많은 비도 아닌 것이 거의 매일 뿌리니 따사로운 봄햇살도 그립고 먼지 풀풀 황사바람도 그립더라~

그제는 눈도 펑펑 내렸다나…
춘설이라 낯선 건 아니지만 이젠 좀 봄다워야하는 건 아닐꺼나요…

남녘에선 꽃소식이 들려오는데 여기 골짝에선 봄맞이 나가기도 어수선한 서글픈 날씨라 여엉 기분이가 안 난다요!!!

올해부턴 작심하고 농사일을 줄일 것이며 힘든 일은 덜하기로 맘을 묵었다.
그치만 어디 그리 쉽더냐 사람살이가~
지난달 덜 패고 둔 장작더미 마저 패서 차곡차곡 쌓아둬야했는데~
그 일을 한뒤 나무꾼과 산녀는 밤새 그다음날까지 아이고 삭신이야 소리를 달고 살았다네…
그리고 농협에서 나온 패화석비료 34푸대가 우리몫으로 나온걸 영차영차 운반차에 싣고와서 이 밭 저 밭에 흩어 뿌리는 일도 했더니 그만 아이고 소리도 안 나오더라…

겨우내 몸쓰는 일을 안 하다가 힘쓰는 일을 각중에 하니 몸이 놀랬나벼~
슬슬 몸풀기 일을 해야겠다.

어제는 날씨가 간만에 좋길래! 여기서 좋다는 건 비가 안 온다는 것!!!
마당 방티연못을 파서 옮기기로 했다.
머리속에선 오래전부터 계획이 있었으나 이게 워낙 힘쓰는 고난도의 일이라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가…
일할 사람은 산녀 혼자이나 고만 일발동이 걸려서 시작은 했네!
하이구… 이거 꼼짝도 안 하는데?! 방티는 다라이의 경상도 말이다.
김장할때 쓰는 큰 방티를 땅파서 묻고 거기에 흙을 담고 물을 채워 수련이랑 큰연을 키웠었다.
그러다 마당이 좁다 느껴져서리 얘들을 저짝 모과나무 밑으로 옮기고 여기다가 모닥불터를 만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었지!

방티 주변 흙을 삽으로 파내고 방티 안에 있는 물을 양동이에 퍼담고 흙이랑 뒤엉켜있는 연뿌리를 파내어 담아내놓고 그러고나니 방티가 쑥 빠지더라!
이걸 들어옮기는 건 천하장사가 해야할 일이고 산녀는 그저 질질 끌고가는 건 할 수 있었다.

일일이 퍼담아 날랐다. 진흙이랑 뿌리가 뒤엉켜 억지로 뜯어내느라 애먹었다.

아마 발견한 도룡뇽이 열댓마리는 넘었지싶다. 몇분간 딱 죽은척 하고 있다가 슬금슬금 꼬물꼬물 흙 속으로 사라지더라.

방티 네 개를 한발 한발 질질 끌어서 모과나무 밑에 날나리 네 개를 놓고 다시 파낸 연뿌리와 흙과 물을 채워넣는데 뭔넘의 도룡뇽이 이리도 많냐?

물 위엔 도룡뇽알이 서리서리 떠있고 흙속엔 도룡뇽들이 꼬물꼬물 들앉아있네!
고이고이 모셔다가 이사한 곳으로 옮겨줬다.

땅을 파고 다시 묻을까 했지만 아이고 일 만들지 말자~ 일오재 연방티들은 겨울에 이불 덮고 이중 비닐씌워주니까 겨울 잘 나더라.

방티들을 다 꺼내고나니 방티 주변에 있던 돌들이 저리 많이 나왔다.
저걸로 모닥불터를 만들까 이리저리 놓아봤는데 여엉 모양새가 안 이쁘네!

일단 저리 해놓고 철수~
돌이 좀 무거워야지?! 젊은아그들 오면 해보라 해야지.
방티를 꺼낸 구덩이엔 텃밭의 밭흙을 파서 메꿨다. 양동이 두 개에 흙을 퍼담아 나르는데 아이구 이것도 일일세~
봉덕이 가출 못하게 막아놓은 문만 아니었으면 구루마가 다닐 수 있는데 저 문이 문제로다.
뭐 그래도 한 스무남짓 양동이 퍼나르니 구덩이는 메꿔졌다.

수련이 자라고 있는 작은 방티 하나는 냅뒀다. 모닥불 쬐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옹달샘 분위기 나라고 ㅋ
참내 별짓거리 다 하고 자빠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ㅎ

정원 가꾸는 재주는 없다. 그저 무식하게 덤비는 것말고는…
되는대로 구해지는대로 심은 나무며 꽃들이 중구난방 살고 있는데
이번에 진달래 여덟그루를 사다 심었다. 아직 애기라 꽃몽우리는 작았는데 몇년 지나면 풍성해질거 같다.
산녀가 꽃중에 진달래를 참 좋아하는데 그간 아무리 사다 심어도 잘 못 살더라구… 수십그루 골로 보냈으…
이번엔 좀 잘 살아봐라…

지지봉이 무덤 둘레에 당조팝나무 두 그루 아스라지 한 그루 빨간명자나무 한 그루 그리고 진달래가 옹기종기 모여살게 되었다.

이번 방티연못을 파내고 난 뒤 그 주변에 살고 있던 애들도 이사시켜야하는데 오늘 비가 오더라구…
그래서 내일로 미뤄졌다. 땅이 질어서리 뭔 일을 하기가 참 서글프더라구~ 이런날엔 그저 구들장 지는게 최고여!
어제 좀 삽질하느라 무리한 것도 있으니까 맘편히 쉬었네!

내일은 옥잠화 비비추 아이리스 타래붓꽃 등등 파옮기는 삽질을 해야한다. 얘들은 모두 덩치가 커서 엥간해선 안될겨.
하루종일 파고 심고 할 작정해야지.

산골이웃들도 밭에 거름 내더라~
우린 언제 마저 하나…
머슴이 필요해! 를 입에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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