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봄눈녹듯~

산골통신 2024. 2. 22. 10:18

이른 아침 마루 문을 여니 저렇더라..
밤새 하얗게 덮어버렸네~

눈에 파묻혀버린 상사화 새싹~
야들은 얼음이 어는 겨울에도 뾰족 세상구경을 하러 나오는 아이들이라 이까짓 눈쯤이야~ 할 거다.

아이들이 불멍하는 아궁이터~
솥뚜껑삼겹살 굽는 솥뚜껑은 바로 덮어놨다. 빗물과 눈녹은 물이 고이면 녹이 슬기 쉬우니까~

봉덕이만 눈보고 신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마당냥이들한테는 아침에 한번 밥을 주는데 까망이가 미리 와서 대기탄다~
그 다음에 노랭이 삼색이 고등어
그 다음에야 들냥이들이 이어서 눈치 봐가며 먹고 간다.
지들 나름 차례가 있나벼!

오늘은 봉덕씨 심기가 불편하지 않은지 내버려두네?!
눈을 보고 맘이 몽글몽글해졌냐?!

이 자그마한 집과 마당은 참 사연많은 터다.
삼대 위로 거슬러올라가서 이 터에 숨붙이고 사는 이집 가족들을 쫓아내고 이 터를 차지하려고 대를 이어 기승을 부리던 종자들이 세 집 있었다…
울 상할매와 노할매 그리고 울엄니께서 가엾다 여기시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쫓아내려던 걸 막아서서 지켜주셨다나…

이 집에 아이 열한 명을 낳아 아홉이 살았단다.
아이를 낳고 끼니를 이을 것이 없어 산모가 기력없이 누워있더란다… 엄니가 쌀과 미역을 가만히 들여놔주고 오신 적도 많았단다.
그 할매는 산녀 기억에 노상 엄니집에 와서 끼니때가 되어도 집에 가지 않으셨더랬다.
배불리 드시게 하고 집에 남은 식구들 먹을 것까지 들려주어 보내던 적도 많았더란다…
산녀가 부치개라도 부칠 요량이면 어김없이 찾아오셔서 맛나게 드시고 가시곤 하셨다.
어찌 알고 오는 지 모르겠다고 그러시더라…

이 집에서 아홉 자식들이 장성해 다 떠나고 두 어르신들이 남아 아흔이 훨 넘도록 사시다 돌아가신 뒤 그 자손이 집문서를 들고 울엄니를 찾아와 덕분에 잘 살았다면서 이 터를 그냥 드려야 옳으나 받지 않으실터이니 헐한 값만 받고 넘기겠다고 받으시라 했다나…

마침 그때는 희한하게도 다음날 아침에 산녀네 집을 지으려고 터를 닦고 옹벽을 치려고 돌과 일꾼들이 오기로 되어있었더랬다.
그 전날 그 자손이 찾아와 문서를 주고가니…
전격적으로 집공사는 하루전날 취소가 되어버리고
이 집은 산녀네 집이 되었다는…

그뒤 이 집을 쫓아내려고 했던 이웃 셋이 땅을 치며 한탄을 했던가?!
하지만 그 자손이 일갈하길~
“죽어 썩어문드러져도 그 놈들한테는 안 넘긴다!”

그리 삼대에 걸쳐 뺏고자 했으나 그들은 닭쫓던 개가 되어버리고
그뒤 산녀를 이어 괴롭히기 시작했지…
죽쒸서 개준 느낌이라나… 그리 공을 들였는데…

산녀도 쫓아내려고 갖은 방법을 다 쓰던 한 놈이 그예 포기를 안 하고 덤비는 바람에 싸움을 몇번 했던고… 허나 산녀가 누군고?!
보기엔 순둥이여도 다혈질에 무식한 쌈닭이여!!!
그 쌈 끝에 도로 되찾은 땅으로 좁디좁은 마당이 세 번에 걸쳐 넓혀졌다. 다들 사필귀정이라 하더라~

그러나 그 종자 뇌출혈로 쓰러지고 그 아들이 대를 이어 산녀에게 덤볐으나 되려 디지게 혼나고 그 부모에게 퍼붓고 갔다나!!!
산녀에게 못할짓 그만하라고…
그뒤 그놈은 산녀만 보면 다 잊은듯 바보같이 웃고 산다. 뇌출혈이 무섭다…

또 한 종자는 다 잡은 터를 코앞에서 놓쳤다면서 아직도 쌈할 거리가 없나 염탐하며 끙끙 속앓이를 하고 산다나~
나머지 한 종자는 산녀를 손 좀 보고 싶은데 할 방법이 없어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단다…

산녀가 아마도 오래오래 살 모양이다!!! 이리도 사방에서 욕을 배부르게 얻어처먹으며 사니…

눈 내린 이 아침에 아궁이 앞에 부지깽이 들고군불 지피며 별 생각 다 하고 앉아있네…

정상적이고 바른 방법으로 땅을 사려했으면 뉘 뭐라하나…
그냥 알거지로 쫓아내려고 못된짓을 숱하게 했으니…
담도 못 쌓게 하고 마당도 못 넓히게 하고 오만 간섭 다 하고 그랬으니
그리 원한을 사놓고 자기들이 못 차지했다고 그리 속상해하니 그게 어디 사람이냐…
그 세 종자들은 인간으로 취급 안 한지 오래다…
그 집 지켜주려다 울 엄니도 그놈들한테 쫓겨날뻔 했었단다…
그놈들 종자가 안 좋다고 면내 이름이 났을 정도이니 말해무엇하랴…

산녀하고는
한 집은 인사만 겨우 하고 살고 한 집은 안 하고 살고 한 집은 타지로 떠나서 호시탐탐 노리고 산다.
이 터가 그리 좋은 터인가? 알 수 없는 노릇이로다…

그나저나 마당은 싸움싸움끝에 이정도로 넓혔다. 인간승리다!
앞으로도 남은 쌈이 산적해있으나 칼자루는 산녀가 쥐었다! 어디 덤벼봐라~
자자손손 얼굴도 못 들게 해줄터이니!!!
조상 잘못둔 죄라 그리 생각하고 이제라도 조용히 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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