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봄비처럼~

산골통신 2024. 2. 19. 11:53

마치 봄비처럼 내리는 비…
밤새 내렸다.
그 빗소리를 들으며 막장드라마 꿈을 꾸고…
아침부터 까마귀떼 우짖는 소리를 들으며~
산골아침 시작하다…

물건너 마을에 까마귀가 떼로 산다. 언제부터인지 그 수가 부쩍 늘었다.
아마 산녀의 가물가물한 기억에 수년 전 뒷산에서 멧돼지 고라니 사냥이 활발할 때 필요 부위만 잘라갖고 오고 그 사체들은 내버려두고 온 그 즈음부터 까마귀들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나름 짐작만 한다.

울 산골동네엔 까치 부부가 살았다.
뒷산엔 매 가족이 살고~
그러던 어느날부터 물건너 까마귀들이 한두 마리씩 건너와서 까치 가족들이랑 한판 밀고 당기기 싸움을 하곤 했었다.
늘 까치들이 이기고 까마귀들이 쫓겨가고 그랬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인가…
까치들이 밀리고 까마귀들이 기세가 등등해졌다.
올봄부터는 아침마다 까치 소리보다는 까마귀 소리를 더 자주 듣게 되는 그런 일이…

싸우는 걸 포기했는지 그냥 사이좋게 살기로 했는지 쫒고 쫒기는 모습을 볼 수가 없더라…

그래 매일 아침 까마귀 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되면서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일본엔 까마귀가 길조래…
전에 일본에 잠깐 살적에 동네 놀이터에 온통 까마귀 수십마리가 진을 치고 살아서 기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까마귀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또 자주 보게 되니 그간 질색하던 마음도 옅어지고 그리 싫은 마음도 덜해지게 되었다나…

밤새 비가 내린 덕에 밭에 나가긴 글렀고 오늘은 방콕이다!
아궁이에 장작 한 그득 처넣어 때고 닭집에 물이랑 모이 챙겨주고~
그동안 모아둔 달걀이랑 반찬 두어가지랑 키운 콩나물이랑 요거트랑 나무꾼 일터로 보내고~
어이쿠~  두유 챙겨주는거 까묵었당!!!

이번에 키운 콩나물은 반이 썪었다.
아마도 고온다습이 원인 아닐까 싶다. 방안에 두지 말고 마루에 뒀어야 했다…
아깝지만 반타작이라도 했으니 다행…
국을 끓여먹으니 맛은 참 좋더만~
나무꾼은 삼시세끼 콩나물국만 줘도 뭐라 안 그런다…

이번엔 콩나물 시루를 바꿔서 앉혀놨다.
큰 스텐주전자에 불린 콩을 담고 하루 네댓번 물을 주고 20여 분 뒀다가 물을 따라버린 후 물구멍을 막고 뚜껑을 덮어놓는다.
유튜브에서 본 방법인데 아주 기발해서 따라해보고 있다.
그리고 큰 찜솥 채반에 콩나물콩을 앉히고 물을 주고 비우는 방법도 같이 쓰고 있다.
하나는 산녀 묵고 하나는 나무꾼 일터로 보내고~
어느 방법이 더 잘 되려는지 두고봐야지!
나무꾼은 콩나물 키우기에 진심이다~
나무꾼 일터 식구들 부식재료로도 일품이지만 워낙 좋아하기도 한다.
나무꾼 일터에는 식구가 많을 때는 열명도 넘는단다!
매번 장을 봐서 해먹기엔 부담이 되고 일손도 딸린단다…
그러니 산녀가 보내주는 반찬이나 재료들이 큰 도움이 된다네…
그럼 됐소! 할 수 있으니까~

두유제조기를 산 뒤로 이것저것 막 갈아먹고 있다.
렌틸콩 병아리콩 퀴노아 귀리 등등
호두 아몬드 땅콩 검정콩 쥐눈이콩 강낭콩 메주콩 검정깨 등등 이것저것 넣을 수 있는거면 모조리 넣어 먹는다.

물을 적게 하면 죽처럼 되고 물을 많이 잡으면 쥬스처럼 마시기 좋게 된다.
호박도 좋고 들깻가루를 넣어해도 좋다.
딱 2~3인분 나오니까 식사대용으로도 꽤 괜찮구만~
그런데 이번 가는 짐에 그 두유가 빠졌넹!!!
검정깨도 넣고해서 맛이 꽤 좋았는디…

어느날 불쑥 연락없이 손님 하나가 찾아들었다.
마음이 심숭생숭해서 떠나왔다는데 하룻밤 자고 갔다.
부랴부랴 있는 걸로만 밥상을 차리는데 온통 풀떼기라… 민망하더만…
그래도 에너지 넘치는 밥상이라고 맛있게 들고 가니 고맙지 뭐~
“이래서 아이들이 매주 엄마 집밥 먹으러 오는구만~ 이런 밥상이면 나라도 매주 오고 싶다고…“
그러더라구…
집밥 별거 있나~
텃밭에서 나는거 대충 이리저리 버무리고 무치고 굽고 하면 되는데…

벌써 땅 속엔 봄이다.
수선화 히야신스들은 꽃대까지 물고 나왔고
국화도 잎이 뾰족뾰족 돋아나있다.
상사화가 일제히 돋아났고 명자나무에 꽃망울이 달렸다.
월동시금치가 파랗게 올라오고 봄동이 제법 자랐다.
양아치 직박구리가 시금치밭 귀퉁이를 죄 뜯어먹어서 볼품없다…

냉이 캐러 다닌다고 들에 산골 아낙네들 간혹 보이더라~
아마 대보름에 먹을 나물 장만 하는 걸겨…

봉덕이의 봄 털갈이가 시작되어서 꾀재재하니 변했다.
봉덕이 털이 마당에 뭉텅이로 떨어지면 작은 새들이 알둥지 짖는다고 물고 가더라~
아주 요긴한 둥지 재료로 쓰이나보더라구!

마당냥이들은 잘 지낸다.
아기냥이삼남매 식구들은 비닐하우스 안에 살면서 몰래몰래 마당냥이들 밥을 먹고 간다.
봉덕이 등쌀에 마구 쫒겨다니면서도 나름 잘 살아가고 있다.


쟈들을 내비두고 있는건 뱀 때문이다.
올해도 뱀 잘 잡아주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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