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새일까?
텃밭 월동시금치를 뜯어먹고 있다.
한 며칠 되었다… 저 새들이 날라와 식사를 즐긴지~
야들아~ 내 먹을 건 남겨둬라~ 큰 잎만 먹고 꼬갱이는 먹지 말어! 그래야 두고두고 돋아나는 거 먹을 수가 있거든!!!
쟈들이 산녀 말을 알아들을꺼나~
사진찍는 새 포르르 날라가버렸다.
산밭에서 키우는 작물들 중 산식구들하고 나눠먹는게 제법 된다.
옥수수랑 고구마 등은 고라니와 멧돼지가 주로 잡수시러 오고
콩은 산비둘기와 들쥐들이 주로 노린다.
너구리와 오소리도 간혹 와서 밭고랑을 파뒤져놓고 가기도 한다.
산토끼들이 열무와 근대를 좋아한다.
올해는 집가까이 심어야겠다.
산식구들이 안 좋아하는 작물로는 고추와 들깨 무 배추 등인데 가끔 특이식성이 있는 고라니께서 와서 드시고 가기도 한다. 조금이니까 봐주고는 있다.
지들이 먹을게 없을 겨울철이나 배고플때는 뭐든 가리지 않고 싹쓰리하기도 한다.
시금치밭 한 귀퉁이가 횅하니 비었다. 저걸 어째야 하나…
이웃들처럼 약을 쳐야하나~
새들은 씨앗이나 곤충들만 잡아먹는 줄 알았다. 별거 다 묵는구나…
두번째 쥐눈이콩으로 기른 콩나물이 다 자랐다.
조금 뽑아내어 우리 먹을것만 냅두고 나무꾼 일터로 싸보냈다. 마트에서 사먹는 콩나물보다 식감이 좋고 더 맛있다고 나무꾼이 좋아한다.
설에 쓸 콩나물콩을 다시 시루에 앉혔다. 이번엔 먹고나눌 사람이 더 늘어날터이니 시루 그득 자랄 수 있게 콩 양을 두배로 늘렸다.
숙주나물도 키워볼까해서 녹두를 구하러 오일장에 나가보니 녹두 한됫박에 2만냥을 달라더라~
오메! 설에 한 번 먹을건데 너무 비싼걸?!
차라리 씨앗을 사서 농사지어 먹는게 낫겠다싶어 안 사고 왔다.
밤새 눈이 조금 왔다.
아침 햇살에 죄 녹아 없어질 그 정도의 눈이다.
먼데 산꼭데기엔 온통 하얗더라~
쨍한 겨울해가 별로 없다.
매일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눈발이 날리는 그렇고 그런 겨울이다.
설을 앞두고 도토리묵을 넉넉히 쑤어서 도시 어르신댁에 올려보냈다.
어제 잘 받아서 맛있게 드셨다고 답장이 왔다.
어릴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묵맛이 생각났노라고… 저녁대신 실컷 드셨다고…
유리로 된 반찬통에 바로 끓인 묵을 부어 굳히면 택배로 보낼 수 있다.
묵의 특성상 깨지고 뭉그러지기 쉬워서 어디 보내기가 어려운데 또 저장성이 없고 금방 굳어서 식감이 퍽퍽해지기 때문에 누구 주기가 참 난감했었다.
이번에 궁리를 해서 유리그릇에 바로 담아 굳혀 통째로 보내니 이런저런 기존의 불편함이 사라져서 다행이었다.
어르신내외분께서 시골스러운 묵 선물을 하찮다 생각않고 고맙다 해주시고 맛있게 드셔주시니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졌더랬다.
2년 3년 묵은지가 조금씩 있는데 나무꾼 일터에 묵은지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분이 계셔서 이번에 묵은지 두 통을 보내드렸다.
집에 불이 나서 다 돌아가시고 혼자 남아 생계를 어렵게 꾸려가시는 분이라 하시는데 김치 필요하면 언제든 갖다드리라 했다.
나무꾼은 집에 있으면 모조리 갖다주는 스타일이고 산녀는 일단 내 먹을 건 냅두고 남은걸 주는 스타일이다. 대책없는 나무꾼하고 살다보니 산녀도 나름 생존전략이 생겨서리~ ㅎㅎ
슬슬 설 준비를 해야하겠구나…
식혜랑 잡채도 준비해야하고 묵나물거리도 종류별로 꺼내놔야지.
설장에 나가서 사올 것들은 과일이랑 해산물들과 육류 뿐이니 그리 장 봐 올 것들은 많이 없다.
자급자족 농사를 지으니 엥간한건 다 있다.
또 있는 것 위주로 장만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