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벌써 냉이~

산골통신 2024. 2. 2. 12:17

내일 도시애기들이 촌캉스를 오기로 한 날이다.

뭘 멕이고 뭘 놀게 하고 뭘 싸줄까 궁리하다가  쌀방아 찧는거 보여주고 가래떡 뽑아주고 냉이 캐게 하고 아궁이에 군불 좀 때서 군고구마 좀 궈먹게 하고 봉덕이랑 마당냥이들이랑 놀게 하고 산으로 들로 냇가로 한바퀴 돌게 하면 되겠다 싶다…

지들이 마당에서 솥뚜껑삼겹살 궈먹겠다하니 숯이랑 장작이랑 솔갈비랑 꺼내놓았다.
다행히 비는 그 다음날 온다하니 잘 되었다.

그래도 반찬이 좀 있어야 하지않나 싶어서 이것저것 궁리 중이다.
도토리묵 한솥 쑤어놓고 배추나물 한통 해놓고 냉이 좀 캐서 무쳐놓고 묵나물이나 좀 해둘까…

내일 먹고 남는건 싸보내려고 많이 쑤었다.
이걸 본 나무꾼~ 도시 묵 좋아하시는 어느 어르신댁에 보내자고 하네~ 그럼 또 쑤어서 보내야지~ 바로 해서 보내야하니께!!! 이건 애기들 주자구~

이건 솥바닥에 붙은 묵누룽지 긁어낸거다. 이건 산녀몫!!!

어쨌거나~
고기나 해산물같은거는 지들이 갖고 온다하니…
내는 풀떼기만 준비하면 되겠네…

이 산골에서 애기들이 뭐 할게 있어야지… 어른들이야 뭐 쉬러온다하지마는…
한번 오고 다신 안 온다 할 수도 ㅎㅎ

밭에 나가봤다가 냉이가 드문드문 눈에 띄어 좀 캐갖고 왔다.

마당 샘가에서 대충 흙만 씻어내어 갖고 들어왔다. 다시 촘촘이 물로 씻어내야한다. 잔뿌리가 흙을 많이 품고 있어서리~

아직 땅이 얼어서 많이 못 캤다. 정월대보름은 지나야 캘 맛이 나겠더라…
양지쪽 냉이들은 꽃망울도 피우고 있더만~ 참 강한 애들이다.
냉이도 있는 밭에만 있다. 약을 많이 치고 자꾸 갈아엎는 밭에는 없다.
우리는 그냥 호미로 괭이로만 갈작거리는 수준의 밭이라 냉이가 좀 산다.
그래서 산골 아지매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밭이다.

벌써 2월이네… 설 지내고 나면 금새 봄 어쩌고 하겠는걸~
아직 나무 전지도 안 했는데 거름은 언제 내고 밭장만은 언제 할꺼나~
씨감자 잘 있나 들여다봐야하고 각종 씨앗들 구근들 눈에 잘 뵈이게 꺼내놔야겠구나.
하도 잘 놔둬서 정작 필요할때는 어디 놔뒀는지 찾다가 볼일 못 본다니까~

겨우내 처땐 아궁이 재가 한가득이더라~
긴 자루 괭이를 고래 깊이 넣어 득득 긁어내어 마당으로 꺼내놨다.
거름에 섞어서 밭으로 내가야지.

요며칠 날이 푹해지니 산골 들에 사람들이 좀 보인다.
긴긴 겨울이 가는 소리…

콩나물 시루에 물 주는 걸로 하루가 시작된다.
그새 많이 커서 뽑아먹을 정도가 되었다.
도시애기들한테 물 주기도 시켜야겠군~ 가는 차에 콩나물 한 봉지 담아주고~

만하루째~

이틀과 사흘 사이~

나흘째~

오늘 아침 모습~

일요일에 뽑으면 딱이여!

콩나물 시루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아득한 어린 시절~
머리맡에 놓인 콩나물 시루에 엄니가 물 주고나면 그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이른 아침 잠 깨던…
딱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콩나물을 일삼아 키우는 이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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