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햇살찜질방

산골통신 2024. 1. 24. 11:18

남향집이 좋다는 건 우리나라같은 기후조건에 맞는 말이다.
지금 보일러실겸선룸에 앉아있는데 남으로 난 창 앞 햇살을 마주보고 앉지 못한다. 너무 눈부시고 뜨거워서리…
살짝 비켜 앉아있는데 햇살이 닿는 다리 부분이 엄청 따끈따끈하다.
오메 좋은거!!! 햇살찜질이로다!


집안 보일러 센서 온도를 20도로 맞춰놓고 낮에는 선룸에서 산다. 밥도 여기서 먹고 책도 여기서 보고 하루종일 여기서 논다.
딱히 겨울에 논이고 밭이고 들일이 없으니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다.

아침에 집안팍 둘러보며 밤사이 별일없나 살피고
닭집에 아침저녁으로 가서 모이랑 물이랑 보살피고 달걀 꺼내오고
마당냥이들이랑 봉덕이 밥이랑 물이랑 주고
아침에 한번 아궁이 불 한그득 때고~
그러고나면 할 일이 없다.

추운날 마실 나올 어르신들도 없으니 작은 산골마을 조용조용하다.
가끔 무슨 기척을 느끼는지 봉덕이만 컹컹 짖어댈 뿐…

후일 집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할 때는 필히 남으로 창을 많이 내야겠다는 생각이다.
풍수지리상 남향으로 집을 앉히지 못할 경우라도 창을 남으로 내는 건 문제없지않나?!
이 산골은 전형적인 서향마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들이 서향으로 지어져있다.

생전 울엄니 서향 햇볕이 너무 징글징글하다고 진절머리를 내셨더랬다.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짧게 들어오고말고 그래서 서향집인 것을 엄청 원망하셨더랬지.
그노무 풍수 어쩌고 때문에 너무 덥고 춥고 하단다.
냇가 건너 마을은 동향이다. 그동네도 남향집은 없고 모두 풍수지리에 따라 거의 동향집이다.
그래서 우스개말로 겨울 아침햇살이 먼저 들어오는 물건너마을이 부럽고 저녁엔 해가 늦게까지 비추는 울마을을 올려다보며 부럽단다.
여름은 반대로 저녁에 해가 일찍 지는 물건너 마을이 부럽고 아침해가 늦게 올라오는 울마을이 부럽단다.

지금 우리집도 옛날에 풍수 따져가며 지은 집이라 정서향집이다. 서쪽 창은 여름엔 커튼없으면 주금이다!
이제 남으로 큰 창을 내어 앉아보니 그 이유를 알겠네.
겨울엔 햇살이 길게 오래 들어오고 여름엔 짧게 들어오면서 그늘이 오래 진다.
풍수도 좋지만 창을 남으로 많이 크게 내는건 큰 문제없지 않나 그 말이지!!!

작년에 남향 처마밑을 막아 야외거실처럼 만든 두 군데 선룸은 참 잘만들었다 싶다.
난방비도 절약되고 따시고 공간활용면에서도 좋다.


지하수전이 꽁꽁 얼었다.
비어있는 엄니집 수도도 안팍으로 다 얼었고
일오재 수도도 얼었고 양변기물도 얼었더라…
우리 아랫채 물도 얼고
하여간 다 얼었다.
어여 이 추위가 지나가야 한다. 마지막 한파가 될지 그건 모르지만 입춘이 곧이니 기대를 해본다.
해마다 겪는 이 수도 동파는 진절머리가 난다.
올해까지만 어찌 견디고 동파방지 공사를 대대적으로 해야겠다.
겨우내 한파가 올때마다 노심초사하느라 스트레스만땅이다.

요새들어 서양인들이 실내에서 신발신고 다니는 이유중 하나를 알았다. 바닥난방이 안되는 곳에서 맨발로 다니는건 아니지~
선룸 바닥은 난방이 안된다. 햇살이 들어와 따시긴 하지만 발이 시리다.
그래서 털신 신고 댕긴다.

따신 햇살 받으며 자울자울 졸기도 하고 멍때리기도 하고 ~ 전자도서관에서 책 빌려 보기도 하고~ 요즘 그렇게 겨울강을 건너가고 있다.
전자도서관도 잘만 이용하면 꽤 좋다. 원하는 책들이 없기가 태반인데 다 바랄 순 없는 노릇이고 있는 것만 빌려읽고 굳이 보고 싶은건 종이책을 사서본다.
오디오북도 호기심에 들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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