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들냥이들과 지내기~

산골통신 2024. 1. 12. 15:11

여전히 들냥이들은 산녀가 들앉아 책보는 온실 안을 탐낸다.
남향이라 가장 따신 곳 중 하나라 그런지 한낮엔 주로 여기서 머물더라.

맞은편 텃밭 비닐하우스 안에서 잠을 자는 모양인데 이놈들이 드나드는 구멍을 발견했다.
저 구멍을 막을까 말까 고민을 좀 하고 있다.
이 겨울 지나면 그곳에 농사를 지을 거니까 겨울 동안 만이라도 냅둘까…

이젠 산녀의 존재가 익숙한지 쳐다보진 않는다. 지들한테 밥은 안 주지만 위협거리는 안된다 판단한 거겠지.

비닐하우스에 난 개구멍~ 여기로 드나들더라!!!

이걸 막아 말아?!


천천히 책을 읽어나가며 이해가 안되고 어려워 모르는 부분은 애써 알려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해당 리뷰나 강의를 찾아 보충정리를 하면 깔끔하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이기적 유전자다.
구구절절 설명과 예가 늘어져 있어서 지루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과학책 중에선 읽기가 좀 편하다. 40여 년 전에 씌여진 책이고 그 이후 수정된 적이 없고 반론이 없다는 점이 참 놀랍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을 읽고 허무를 느끼고 염세적이 되고 삶의 의미를 잃는다고 하는데 뭔일인지 몰라도 산녀는 이 책을 읽고 희한하게 맘이 편해졌다!
“내 말이 이거야!!! 내 말이~”
라는 중얼거림이 절로 나오게 하는 책이다.
어릴적 언젠가부터 머릿속을 떠도는 정체모를 것들 중 몇이 정리가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내가 희한한 이상한 애가 아니었다는 뭐 그런…

아쉬람터 연못은 얼었다.
부레옥잠들이 뒤덮은채 그대로 얼었다.
물이 유입되는 쪽에 물고기들이 모여 놀더라.
전엔 산녀 발소리가 나면 먹이 주는 줄 알고 우르르 모여들었는데 이젠 죄다 피하더라.
한동안 표면이 얼어서 먹이를 줄 수가 없었거든… 꽤 컸더라!
뭐 하여튼~ 이 추위에도 잘 살고 있으면 됐다!

얼음이 녹고 봄이 오면 저 부레옥잠들을 걷어내줘야겠다.
그리고 새로이 띄워줘야지. 집 온실에서 키우고 있는 애들이면 충분하다. 작년 봄에 딱 서른 포기 띄웠는데 저리 가득찼으니~

수달이나 왜가리가 안 온 건지 그것도 봄이 와서 얼음이 녹아야 알 수 있겠다. 아기물고기들이 얼마나 살아남았으려나…

산골에 살면 혼자 살기 특별한 재주가 없는한 이웃이 가장 중요하다.
복실이네 아저씨는 복실이를 원주인한테 주고 순돌이라는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키운다.
집주변 들냥이들 밥도 주고 이름도 지어주고 목걸이도 해준다.
외로움을 심히 타는데 마을에 어울리지 못하고 자칭타칭 왕따를 당하고 사는데…
유독 산녀네 한테만은 너무 잘해주려고 해서 때론 난감할 지경이다.
어제도 굴 한 양푼 주고 갔다. 전에 매생이 세봉지 주고 갔는데 그걸 굴하고 같이 먹어야 하는데 같이 안줘서 그랬다나 우쨌다나…
며칠전엔 이따만한 티비도 하나 던져주고 갔다. 막 우격다짐으루다…
산녀네는 있는 티비도 안 보는디…
냉장고 세탁기 소파 등등 달라고 하면 다 줄 기세다!
산녀 어디가 맘에 들었는지는 모르나 산골사는 외로움이 그리 만들었지 싶다…

산골 이웃들은 저마다 각자 끼리끼리 산다.
도시나 매한가지다.
시골인심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있네없네 탓하면 안되는 세상이다.
도시던 시골이건 다 하기나름이다.

산녀는 주로 혼자 지낸다.
이웃집이 물리적 거리는 가까우나 심리적 거리는 천리길이다~
허나 아쉽지 않다. 이건 타고난 천성이다!

며칠전 들은 말인데
”너는 더하기 빼기를 안 하잖아!“
이 말을 듣고 한참 생각했다…
그랴 나 더하기빼기 못햐… 산수 못햐… 수포자야.. ㅎㅎ

상대방은 그게 편했던가 보다.
무슨 말을 해도 <가감없이> 받아들여주는 것이…
바위~ 나무 산같다고…
산녀를 지칭해서 한 말들이다.
그리 비치는가보다 나라는 인간이.
이런 인간 재미없지않나?!

들냥이 새끼들은 어찌어찌 잘 살아가는 것 같고…
마당냥이들은 삼숙이 새끼들인데 몰래몰래 산녀가 주는 밥을 먹고 간다.
봉덕이한테 걸리면 줄행랑을 치지만~ 봉덕이를 살살 달래서 좋게 지내라고 타이른다.
삼숙이 새끼들 중 살아남거나 근처에 사는 다섯마리가 와서 밥먹고 간다. 나머지는 죽었거나 멀리 떠났거나 그럴거다.
똘망이는 이제 안 온다. 들냥이새끼들을 낳은 엄마들도 안온다.
영역을 물려주고 떠났다고 그리 생각할란다.

삼숙이 새끼 중 가장 큰놈이다. 새끼일적부터 하도 커서 뚠뚠이라고 부른다.
숫컷인데 하도 순해서 봉덕이가 매일 물고빨고 키웠다. 커서는 봉덕이를 피해 다닌다 ㅎ


맨 마지막 사진 속 비닐하우스 개구멍? 속에서 들냥이 한 마리 갸웃~

내다보네!

너 딱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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