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산골에 살려면 하루에 몇가지 정도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농사철에야 바쁘니까 소홀하기 쉬운데 농한기나 겨울이 닥치면 심심하고 적막하고 외로워서 미쳐 돌아가실 지경이 될 수도 있거든~
뭐 달리 일거리가 있다면 다른 문제겠으나 산녀같이 집순이에다가 영역동물인 경우는 매일 고정적으로 하는 일이 있으면 좋다.
시간 보내기 좋고 집중해서 해야하는 일이면 정신 건강에 좋고 두루두루 좋다.
산녀네는 닭을 좀 키운다. 매일 아침저녁 모이와 물을 챙겨야하는데 은근 일거리다.
집을 하루라도 비울시~ 모이랑 물이랑 그득 부어놓고 가야한다. 아니면 이웃 누군가에게 맡기던가~ 하지만 다들 자기네 일 하기도 번거로워 하는지라 남의 일 돌보기는 별로 안 좋아한다.
암탉 14마리 장닭 1마리는 큰 닭집에 산다.
알을 많이 나으면 하루에 9개~
적게 낳으면… 음… 한개도 안 낳는다. 봄여름가을까진 그리 낳고 요즘은 겨울이라 하루에 4개 낳으면 많이 낳는거다!
지들 꼴리는대로 낳는다. 추워도 안 낳고 더워도 안 낳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안 낳고 뭐 지들 맘대로다…
그래서 낳아주는대로 감사히 덥석 갖고 온다.
아래 사진의 병아리는 작년 여름에 태어난 애들인데 엄마닭이 닭알 10개 품어 까서 5마리 살아남았다.
엄마닭은 산녀가 잠깐 문을 덜 닫고 방심한 틈에 도망갔다. 다시 안 오더라~
이곳은 병아리육아실인데 암탉이 알을 품겠다고 둥우리에서 안 나오면 밤에 몰래 둥지채 들어 여기다 넣어준다.
한달여 키워서 내보내는데 지난 여름에 내보냈다가 들냥이들한테 당해서 모조리 잃은 적이 있어서 이번엔 다 클때까지 냅두고 있다.
여기서 꼴을 보아하니 맨앞에 있는 애만 수탉이 되겠고 나머지 4마리는 암탉이 될듯하다.
큰닭집 구석탱이에 장닭 4마리가 산다.
닭들은 성비균형이 맞아야 한다. 안 그러면 암탉 차지하려고 난리난리버거지가 난다.
장닭이고 암탉이고 다 죽을 수가 있다.
서열싸움이 한번 벌어지면 죽기살기로 싸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닭들이 더 많으면 암탉들 등짝털이 남아나질 않고 치여서 그만 죽는다…
그 꼴 안 보려고 해마다 장닭들을 잡아묵었는데 작년에 뭣한다고 못해서 장닭 4마리를 격리시킨 채 그대로 키우고 있다.
쟈들을 어여 잡아묵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마을 사람들이 잡아간다고 해놓고 안 가져간다.
다들 말 뿐이다! 가져간다 했으면 가져가야지~ 나보고 잡아서 지들 집까지 갖다 달라는겨?!
산녀는 언행일치가 안되는 사람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주구장창 키우고는 있는데 봄 오기 전에 장닭 5마리랑 암탉 14마리는 잡기로 결정했다. 날 좀 푹해지면 해야지! 천상 산녀가 팔 걷어부치고 할거다. 냉동고에 넣어두고 두고두고 묵어야지!!!
어린 중닭들인 5마리만 키워도 되겠어!!!
산골 살면 별일을 다 해야한다.
시내 마트에 나가서 사다먹으면 문제 없지만 그리 안 하려면 이렇게 닭 키워서 알 내먹고 닭털뽑아 잡아묵고 해야한다.
그리고 닭모이용으로 이것저것 장만해둬야한다. 파는 사료 사다 먹이려면 돈 억수로 나간다구~
일년내내 밭에서 나오는 부산물들도 주고 겨울에는 배추 우거지들도 모아놨다가 주고 해야한다. 이것도 은근 일거리임. 사람손 안 가면 되는 일이 없다.
도시장정들이랑 도시친구들보고 와서 잡아묵으라고 했더니 다들 도리도리 몸서리를 친다!
당신들 남자 맞아?! 자연인은 못되겠구만~ ㅎ
내일 눈소식이 있어서 다 자르지 못하고 남겨둔 나뭇단을 천막으로 덮어놨다.
나무꾼이 마저 해준다하니 산녀는 할 생각이 없어져버렸다. ㅎㅎ
주문한 책들이 속속 도착한다.
고르고 골라서 샀는데 제법 재미날듯하다.
유튜브에서 해당 책 리뷰도 찾아 보면 이해도가 더 좋지 싶고!!!
이 겨울~ 이래저래 자알 보내보자!
다음달이면 입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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