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드뎌 나무꾼이~

산골통신 2024. 1. 7. 18:11

드뎌 나무꾼이 나무를 하다!!!
몇년내 기념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사실 할 시간이 없었고 또 건강이 안 좋아 할래야 할 수도 없었지…

어제 엔진톱을 고쳐갖고 오더니만 쓱쓱 자르기 시작~
우와와! 역쉬 일은 연장이 다한다는게 진리다!
금새 쑥쑥 줄어드는 나뭇단~ 척척 쌓여져가는 장작단~
밥 안 묵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겨…

안쪽엔 굵은놈 앞쪽엔 작은놈~ 켜켜이 층층이 쌓았다.
그간 여기 쌓여져 있던 나무들은 산녀가 다 가져다 땠다. 나무가 참 헤프다. 아궁이가 나무잡아묵는 구신이다~

저 엔진톱은 무거워서 산녀는 못 든다. 소리도 무시무시해서 겁난다.

나무꾼이 썰고 산녀가 나르고~ 

이웃집 한옥 뜯은 고재 트럭으로 다섯대 분량인데 그동안 자잘한 나무들은 산녀가 야곰야곰 미니 전기톱으로 썰어서 땠고 이건 기둥감들이라 손 못 대고 남은 것들이다.
이번에 엔진톱의 위용을 더할나위없이 발휘하였네!!

엔진톱 고쳐갖고 오면서 나무꾼이 산녀용으로 디월트 충전전기톱 16인치를 사갖고 왔다.
그간 산녀가 쓰던건 전지용 4인치 미니톱이었거든~
앞으로 큰 나무는 나무꾼이 엔진톱으로 하고 작은 건 산녀가 하고 역할분담을 하자네!
아뉘~  나무는 다 나무꾼이 다 썰어야 하는거 아녀?! 왜 산녀 손에 톱을 쥐어주는겨?!
이거 좀 거시기햐!!!

한달 가까이 산녀가 쪼매난 미니톱을 갖고 낑낑거리며 땔나무를 장만하는 걸 지켜보다 못해 마누라를 위해  전용 전기톱을 샀다면서 그걸 산녀 손에 쥐어주네?!?! 으잉?! 나보고 저걸 다 하라고라고라?! 이거 뭔가 바뀐거 아녀?!

뭐라 궁시렁 했더니만 나무꾼 좀 보소!
엔진톱 고쳐갖고 온 김에 그 많은 나뭇단을 썰기 시작~ 기름만 안 떨어졌으면 아마 다 썰어제꼈을겨!!!
한번 일을 잡으면 끝을 보는 성격인지라 말리느라 애무따~

뭐 하여튼 땔나무 잔뜩 썰어서 쌓아놨다!
좋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온다! 
 
하지만 안 하던 일을 갑자기 너무나 많이 해치운 탓에 나무꾼 거의 쓰러질 지경되다...
어르고 달래서 일을 그만두게 하고 밥 묵으러 갔다.
이제 우리 나이가 일을 겁내야 할 나이여... 신경 써야 혀~
나머지는 내가 할께~ 
아니란다~ 다음주에 마저 해치울테니 가만 냅두란다.
일 같지도 일이라고 괜찮다고 그러네..
아이구~ 이젠 안된다카이~~~ 몸 사려야 혀!!!
조금씩 즐기면서 여유있게 하자구요!!!
 
사실 나무꾼을 무늬만 나무꾼이라 뭐라뭐라 했지만~
할 시간이 있으면서 안 해주진 않았다... 워낙 건강이 안 좋기도 하고...
그래서 산녀가 미니톱갖고 꼬무락꼬무락 꼼지락꼼지락 했었지...
그게 보기 맘에 안 되었던지 어제오늘 기어이 일을 쳤네그랴...
 
저 땔나무 많아보이지만~ 겨울에서 봄까지 때고나면 바닥이 날꺼다.
올 다가올 겨울에 땔 나무들은 겨울 닥치기 전에 장만해둬야 할거다.
이제 엔진톱 고쳐놨고 산녀전용 충전 전기톱을 새로 장만했으니 걱정없다.
앞으론 산녀가 산으로 지게는 아니고 구루마 끌고 나무하러 갈꺼다.
산에 가면 쓰러진 나무들 엄청 많다.  지게길이나 산길가에 쓰러진 나무들만 갖고 와도 많다.
또 우리산이니 뉘 뭐라할 사람도 없다.
 
뜨끈뜨끈 찜질방 저리가라 할 정도로 지지고 나면 아침이 개운하다.
매일 조금씩 때니 방구들이 식지도 않는다. 처음 한 번 구들장을 달구기가 힘들지 한번 달궈놓으면 불 안 때도 한 사흘 간다.
시골이나 산골에 집하나 장만하거나 지을 요량이면 구들방 하나 정도는 있어야한다.
산골 이웃들도 옛날 집 뜯고 나온 구들장~ 이 동네에선 구들삐라고 부르는데 그걸 집마당 한켠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다.
훗날 여유되면 불때는 구들방 하나 짓는다고 그러더라. 불때는 방 하나 없는게 그리 아쉽다고 그러더라구...
 
마을 어느 집 뒤뜰에 메주방이라고 하나 있는데 몇몇집 아지매들이 모여서 메주 쑤어서 매달고 불때서 수다떨고 노는 방이다.
산녀보고도 놀러오라고 뜨시다고 그러는데~
울집이 더 좋아유~~ 내는 거기서 메주달고 놀겨유~ 그러고 말았다.
 
뭐 하여튼~
어제오늘 일 마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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