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누구랑 말하고 사냐?

산골통신 2024. 1. 27. 11:08

어제 누구랑 통화 중 그러대~
“넌 누구랑 대화하냐? 혼자 떠드냐? 개랑 고양이랑?”
“응~ 개도 있고 고양이들도 많고 달구시키들도 있고”

그치만 주로 혼자 떠들지…
일방통행이잖아~
쟈들이 어디 말을 들어먹어야지~

봉덕이는 서열상 산녀가 윗길이니까 납작 엎드려살지만 가끔 하극상을 일으킬때도 있다.
산책을 안 나간다던가~ 맛난 밥을 마당냥이들한테만 준다던가~
그러면 뭐라뭐라 알아들을 순 없지만 이해는 할 수 있는 온갖 말과 행동을 하곤 한다.

마당냥이들은 봉덕이가 만들어놓은 암묵적인 질서 속에서 나름 잘 살아간다.
들냥이들은 틈새를 노려 후다닥~ 먹이를 쟁취하고 사라지고~
봉덕이는 대장인 동시에 호구다!
산녀는 무늬만 대장이고 자발적인 호구인 셈이고~
뭐 그런거지 뭐~ 우짜겄어~

오늘 아침 식전에 아랫채 지붕에 하얗게 서리가 덮인 걸 보면서 낮에는 따시겠다~ 그러면서
닭집으로 뜨신 물 한 주전자 들고 올라갔다.
가는 길에 오는 길에 꽁꽁 언 물그릇 두 개에 물 부어주고…
밤사이 핥아먹었는지 구멍이 나 있네…

들냥이들이 핥아먹은 자국이다.
이걸 보면 참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이 천지가 꽁꽁 얼어 마실 물 조차 구할 수 없을때… 얼음을 핥아 녹여 먹어야 하는 현실이라니…

그래서 아침마다 닭집에 물 주러 갈 때는 꼭 들러서 뜨거운 물을 부어주고 가곤 한다.

닭들도 우르르 모여들어 모이보다 더 급한 목마름을 해결하고…
가다 돌아보면 들냥이들도 목 축이러 다녀간다.

들냥이들은 텃밭 비닐하우스를 점령했다.
아주 놀이터로 만들었더만!!!
낮에는 따끈따끈 뜨실거고~ 밤에는 안온하니 좋을거다…
지들도 살려고 거기를 기어들어간 모양인데 어차피 쟈들이 드나들면 두더쥐랑 뱀이 맥을 못 출테니 이득이긴 하다.
하지만 니들 봐주는 건 봄까지만이야!!! 밭 갈아서 농사지어야 하니까 봄 되면 방빼!!!

어제부터 날이 좀 풀렸다!
나무 전지도 해야하고 자잘한 일거리들이 있는데 일이 손에 붙을 때만 조금씩 한다.

지난번 추위가 지나가고 풀리면서 엄니집 지하수 모터가 그예 깨졌다.
그만 성질이 나서 모터집 공사를 새로 하기로 맘 먹었다. 기존 모터집은 너무 부실햐!!!
도시장정이 다음달에 와서 손 본단다~
두분 다 돌아가시고 비어있는 엄니집을 십여 년 보수 유지하고는 있는데 의미가 있나 싶다…
내년에 도시장정 하나가 내려온다고는 하는데 어디 사람일이 뜻대로 되나…
수도고 난방이고 다 끊어놨다가 누구라도 사람이 들어와 살때 수리를 싹 해서 쓸까… 아니면 지금처럼 근근이 유지를 해가며 냅둘까…
어느 쪽이 비용이 덜 들까를 궁리 중이다.

사람집에 사람이 안 살면 금방 삭아진다.
그래서 간간이 들락거리면서 사람 온기를 남기려 애쓴다.
빈집냄새처럼 싫은 건 없더라고…

작년에 이 작은 산골마을에 빈집이 세 집이 더 생겼다.
한 집은 돌아가셨고 한 집은 내외가 다 요양병원에 들어가셨고 한 집은 아들네로 가셨다.
그 집도 겨울 난방문제며 수도 동파 문제가 심각할거다… 빈집에 난방 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냅두면 동파 위험이 있을거고…

어쨌거나 겨울마다 일어나는 일이니 무사히 이 모진 겨울강을 잘 건너길 기대한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써 냉이~  (16) 2024.02.02
뭐든 키워보자~  (16) 2024.01.29
햇살찜질방  (16) 2024.01.24
21세기 나무꾼~  (20) 2024.01.21
가득찬 땔나무~  (24) 202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