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별난 콩나물키우기~

산골통신 2024. 3. 8. 09:52

이젠 하다하다 별짓을 다한다.
생전 엄니가 쓰시던 콩나물시루에 콩을 앉혀 대여섯번 키워먹었다.
근데 말이지… 시시때때로 물주기가 겨울철엔 가능했는데 날이 풀리고 방안보다 마당이나 들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니
물 주는 걸 까묵을 때가 많아!!!

그래서 물을 덜 주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유튜브에 찾아보니 아이구야~ 세상에나!!!
다들 나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으셨구만구랴~

소쿠리에 냄비에 들통에 주전자에 화분에 음식물 쓰레기통에 별의별 것들을 다 동원해서 키우고들 계셨구만요!!!
존경합네다!!!

산녀는 그중 들통과 주전자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도시에 사는 혈육들이 틈만나면 부엌 살림살이들을 모조리 이 산골로 갖다 유배시키는 바람에 주전자랑 들통은 막 굴러댕기는 지경이거든~

이게 참 신박한게~ 아침저녁 하루 두번 물 주면 끝이야!
바쁘면 까묵고 안 줘도 잘 자라~
신통방통햐!!!

저 주전자 입구를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안 막아도 되드라~
대신 천으로 콩을 덮어주면 된다. 안 덮어도 되긴 하는데 막 삐죽삐죽 들쑥날쑥 자라올라와서 그게 좀 그렇더라구.
물을 잠길 정도로 부어놓고 한 10분?! 뒀다가 물을 조르르 따라 버리면 끝! 잘 다독거려서 덮어두면 됨.

콩나물시루에서 키우면 밑에서 자칫 썩을 수 있고 줄을 자주 안 주게 되면 잔발~ 잔뿌리가 나서 질겨지는데 주전자는 밑에 살짝 물기가 남아있고 뚜껑을 닫으니까 그 수분들이 어데 못 도망가고 안에서 순환이 되니까 공기중의 수분을 콩이 먹고 자라더라구!
그런 점에선 주전자 입구를 막아도 좋겠네. 나는 환기차원에서 안 막았는데.


찜솥으로도 쓰이는 들통을 놓고 가운데 채반위에 콩소쿠리를 놓았다. 그리고 뚜껑 덮고~
위에서 하루 두번정도 물을 뿌려주고 밑에 고이는 물을 하루종일 냅둔다.
그러면 그 물기로도 먹고 자라더라구~
아뉘~ 물 자주 주면 더 잘 자라고 빨리 자라겄쥬! 그치만 그건 하루이틀 차이야!
그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규!

방안은 너무 따뜻하고 환기가 잘 안되니까 마루에다가 뒀고 바닥이 뜨시니까 의자 위에 두었지. 좀 더디 자라더라도 괜찮으니께~ 한 7일 걸리던데. 더 길게 자라길 원하면 더 키워도 되고~
우리는 나무꾼 일터로 매주 반찬거리를 보내야하니까 일주일 간격으로 콩나물콩을 앉히거든. 월요일에 앉히면 그 다음주 월요일 아침에 뽑을 수 있다구.

확실히 집에서 키운 콩나물이 훨 맛있다!
이제 마트에서 콩나물 못 사묵어!!!
나무꾼 일터에서도 귀한 반찬 대우를 받고 있다네~

아쉬람터 연못에서 흘러나오는 도랑이다.
거기에다가 몇년전에 마을 옛 우물가에서 흘러나오는 도랑에서 자라는 미나리를 삽으로 두어 구루마 캐다가 여기저기 던져 놨었지.

이제 제법 어우러져서 잘 자라네!!!
올해 미나리 기대해봐도 좋겠는걸~
개구리알이 여기저기 많이도 낳아놨네~

저 끝에 연못이 있고 이 뒤로도 주욱 도랑이 제법 길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일년내내 졸졸 흘러서 미나리가 자라기엔 아주 좋은 환경이다.
원래도 산도랑 미나리가 자라고 있었던 곳이고~

옛우물가 도랑에서 자라는 미나리도 좋다. 그 옆이 우리 논이어서 찬 우물물이 논에 들어가지 말라고 도랑을 쳐놨는데 거기에 미나리가 주욱 번식을 해서 해마다 미나리 파튀를 한다!
논에 지하수 찬물이 바로 들어가면 어린 모에게 장해를 준다고 하고 큰 벼들한테도 그리 좋지는 않다네.
그래서 빙돌아 들어가라고 도랑을 길게 팠다.

오늘은 해가 났네!
이따 또 먹구름이 몰려올지 그건 모르겠지만 일단 나가보자!
아침엔 방티연못에 얼음이 얼었더라구~
닭집에도 물 한 주전자 갖다 부어주고 들냥이 물그릇 얼음도 깨주고 했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씨가 우중충~  (14) 2024.03.19
농사일의 댓가 또는~  (20) 2024.03.15
봉덕이의 식량창고를 털다~  (14) 2024.03.06
봄비는 추적추적~  (12) 2024.03.05
두번의졸업식과…  (19) 202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