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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살려면~

외진 산골에 살려면 하루에 몇가지 정도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농사철에야 바쁘니까 소홀하기 쉬운데 농한기나 겨울이 닥치면 심심하고 적막하고 외로워서 미쳐 돌아가실 지경이 될 수도 있거든~ 뭐 달리 일거리가 있다면 다른 문제겠으나 산녀같이 집순이에다가 영역동물인 경우는 매일 고정적으로 하는 일이 있으면 좋다. 시간 보내기 좋고 집중해서 해야하는 일이면 정신 건강에 좋고 두루두루 좋다. 산녀네는 닭을 좀 키운다. 매일 아침저녁 모이와 물을 챙겨야하는데 은근 일거리다. 집을 하루라도 비울시~ 모이랑 물이랑 그득 부어놓고 가야한다. 아니면 이웃 누군가에게 맡기던가~ 하지만 다들 자기네 일 하기도 번거로워 하는지라 남의 일 돌보기는 별로 안 좋아한다.암탉 14마리 장닭 1마리는 큰 닭집에 산..

산골통신 2024.01.08

드뎌 나무꾼이~

드뎌 나무꾼이 나무를 하다!!! 몇년내 기념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사실 할 시간이 없었고 또 건강이 안 좋아 할래야 할 수도 없었지… 어제 엔진톱을 고쳐갖고 오더니만 쓱쓱 자르기 시작~ 우와와! 역쉬 일은 연장이 다한다는게 진리다! 금새 쑥쑥 줄어드는 나뭇단~ 척척 쌓여져가는 장작단~ 밥 안 묵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겨…안쪽엔 굵은놈 앞쪽엔 작은놈~ 켜켜이 층층이 쌓았다. 그간 여기 쌓여져 있던 나무들은 산녀가 다 가져다 땠다. 나무가 참 헤프다. 아궁이가 나무잡아묵는 구신이다~저 엔진톱은 무거워서 산녀는 못 든다. 소리도 무시무시해서 겁난다.나무꾼이 썰고 산녀가 나르고~ 이웃집 한옥 뜯은 고재 트럭으로 다섯대 분량인데 그동안 자잘한 나무들은 산녀가 야곰야곰 미니 전기톱으로 썰어서 땠고..

산골통신 2024.01.07

새로 알게 된 책들…

그동안 산녀의 주 관심사는 역사이야기였다. 고고학 문명이나 문화인류학 뭐 그런 정도. 거기에서 여행이나 견문록 자연이나 문화 역사 다큐 인간냄새 진하게 나는 이야기도 좋아하고… 중구난방으로 찾아읽고 보고 듣고 하다보니 요새들어 관심이 자꾸 다른 쪽으로 꽂히네! 그래 끌리는 대로 찾아가보니… 자연과학이더라… 그러다 누가 추천한 책들에 꽂혀서 일단 온라인책방 장바구니에 잔뜩 담아놨다. 지구표층환경의 진화 - 태고에서 근 미래까지 가와하타 호다까 조상 이야기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리처드 도킨스, 옌 웡 내가 된다는 것 데이터, 사이보그,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식을 탐험하다 아닐 세스 미토콘드리아 박테리아에서 인간으로, 진화의 숨은 지배자 닉 레인 E=mc²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의 일생 데이비드 보더니..

산골통신 2024.01.05

오늘도 내일도~

땔나무를 자르자~ 앞으로 산녀는 나무꾼으로 개명해야할듯~ 겨우내내 자르고 때고 자르고 때고 하다보면 이 겨울도 다 가겄지요~ 암요! 요새 유튜브로 인문학등등 잡동사니 온갖 토론이나 강의를 줄창 듣는다. 이번엔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어쩌고~ 꿈이 어쩌고 등등이다. 좋은 세상이다! 입맛 댕기는대로 파도타듯 흘러가듯 길가듯 이것저것 섭렵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뭐든 그 값을 치러야지.. 좋아요 구독 등등 돈 내는 것 말고는 다 한다. 해가 있는 낮에는 땔나무를 자르고 해가 없는 밤에는 조용조용 다글다글 콩알을 고르고 담고 유튜브로 바깥 세상 구경을 한다. 간간이 오며가며 같이 더불어 사는 동물식구들 밥이랑 물이랑 챙겨준다. 닭집에 모이 부어주고 둥지에서 닭알 꺼내오고 산녀랑 숨바꼭질을 즐기는 마당냥이들과 ..

산골통신 2024.01.04

낮이 조금씩 길어진다.

동지가 지나고 나서 낮이 길어짐을 느낀다. 절기는 참 어지간하다. 날도 그닥 춥지가 않아서 낮시간동안 바깥일 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일을 안 하고 놀고 싶어도 심심해서 안된다. 티비 보는 걸 즐기지 않아서 울집 티비는 그냥 장식용이다. 책은 좋아하지만 다 읽어치워서 읽을거리가 없다. 국립 시립 도립 구립 등등 전국에 널려있는 전자도서관에서 빌려읽는 책들은 실속이 없어 이젠 빌려읽을 거리가 없다. 그리고 온라인 이북은 은근 비싸다. 그러니 밖에서 할 일을 찾아야 하는데 겨울엔 뭐 딱히 없어.. 그저 땔나무나 자르는 수밖에~오늘도 세 수레 그득 잘라서 아궁이 앞에 갖다 쌓아놓았다. 저 작은 전기톱을 한번 충전하면 세 수레 정도 자를 수 있더라고.속에서 끄집어내어 자르기 쉬운 나무들만 자른다. 굵은 애들은..

산골통신 2024.01.02

뭐든 만들어묵자!

수제 두유에 이어 이번엔 수제 요거트~ 시작은 나무꾼이 원해서리… 워낙 부실하게 타고난 몸 때문에 병원과 약보따리를 달고 사는지라 뭐든 좋다는 건 다 해먹였다. 언제 어느 어르신께서 물으시더라구… 당신 아들이 암인데… 뭘 먹였고 어찌 간병했느냐고 비법 좀 알려달라고… “뭐든 좋다는 건 다 먹였어요!“ 이 말 밖엔… 계획도 뭐도 없이 눈에 띄는대로 생기는대로 원하는대로 있는대로 해먹었다. 그 뿐… 이번엔 수제 요거트~ 몇년 전에 만드는 기구를 사다가 해먹었었는데 그 뒤로 안 했나… 왜 안 했는지 그건 기억에 안 나고… 이번에 다시 먹어보자고 하네! 그럽시다 그럼… 우유 네 팩에 플레인요거트 두 통 사서 지금 보온밥솥에 넣어두었다. 우유팩 그대로 우유를 좀 덜어내고 그 만치 요거트를 채워서 뚜껑 닫아 넣었다..

산골통신 2024.01.01

매일매일 안 하면~

봉덕이 녀석~ 매일 낮시간 이맘때 산책 안 나가면 뒤집어진다. 막 따라댕기며 쳐다보며 뭐라하는데 무시했다간 후환이 두렵다 ㅎ 그랴 니 덕분에 산책이란 걸 나가보자! 사실 이 겨울에 봉덕이의 보챔이 없으면 집밖을 나갈 일이 없다. 오늘은 날도 꾸무리하고 비도 온다하지… 그냥 쭈구리되어서 구들장만 지려고 했는데 봉덕이 등쌀에 오늘도 어김없이 나가야했다.까망이가 따라붙었는데 복실이네 집 순돌이라는 개도 따라붙더라~ 그걸 봉덕이가 못 따라오게 손봐주는 모양…삼색이도 따라가겠다고 드러누워… 그랴 가자 가~작은 아이가 이 꼴을 사진으로 보더니만 동물음악대라고… 예전에 산녀가 산길 들길 물길 뚝방길 쏘댕기고 있으면 산골사람들 희한한 동물원 동물 구경하듯 쳐다보고 뭐라하고 그랬는데!!! 이젠 당신네들이 먼저 운동가자 ..

산골통신 2023.12.30

목마른 사람이 샘 파것지~

몇년 전에 이웃 옛 기와집을 허물은 고재를 모조리 우리집으로 가져왔었지~ 그집 웃대 조상께서 뒷산 소나무를 직접 베어 다듬어서 그 집을 지었더란다. 근 100년남짓 안되었을까? 후세에 집이 좁고 고치고 살아도 좁고 좁아서 싹 허물고 새로 양옥으로 멋지게 지어서 살고 있다. 고재를 가져가겠냐고 묻길래 산녀는 덥석 좋다고 했지! 나무꾼은 질색을 했고… 왜냐면 그거 옮기는게 귀찮고 힘들었거든… 트럭으로 다섯차 분량이었어… 나무꾼 투정과 잔소리를 들어가며 그 많은 나뭇단을 옮겼더랬다. 하이고 이 짓거리 안 할라면 땔나무 잔뜩 해놓던가~ 그것도 아니면서 그러지 맙시다~ 산에 나무 많다고 가서 해오면 된다고라… 아이구야~ 사람 말이 쉽지… 뒷산 앞산 옆산~ 사방 천지에 나무 있으면 뭐하노?! 정작 우리집에 없는걸!..

산골통신 2023.12.26

해마다 고쳐야 할 곳이~

해마다 고쳐야 할 곳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해봤자 기와집 짓고 허물기 식의 계획이지만 나름 머리속에선 계획이란 걸 차곡차곡 세우고는 있다. 산골에 살면 이 집 간수가 참 골치거리인데… 이 집은 근 오십여 년 된 집으로 알고있다. 이 산골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집들 중 하나다. 아니 빈집 빼면 가장 오래된 집이구나… 다들 농촌주택지원사업으로 융자를 받아 집들을 잘 짓고 산다. 옛날식 부뚜막있는 그런 집은 허물어져가는 빈집 말고는 없다. 다들 잘 고치고 새로 짓고 산다. 그 중에 우리집은 지을 당시엔 최신식이었으나 지금으로 보면 가장 후진 집이다. 어찌어찌 고쳐갖고 살고는 있으나 난방문제가 가장 심각한데 브로크로 지은 집이라 열손실이 엄청나다.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 여기는 이렇게 저기는 저렇게 궁리는 열심히 ..

산골통신 2023.12.23

동지라고는 하는데…

올해는 팥죽을 쑬 생각도 안 나고 해달라는 사람도 없고 그닥 먹고픈 생각도 안 나서 그냥 넘어가려는데… 나무꾼 일터에서 팥죽을 한솥 쑤어 불우이웃과 장애우들 등등과 나누는 행사를 한단다. 나무꾼은 어지간하면 해마다 해왔기 때문에 산녀는 듣고서도 별생각없이 지난주에 햅쌀 방아찧은걸 10키로 차에 실어주었더랬다. 팥은 농사 안 지었으니 알아서 조달하라고 했지… 나누는 것도 내가 있어야 나누는 거라고 철칙을 삼았기에 ㅎㅎㅎ 없으면 마는겨!!! 나누는 것도 내가 있어야 하는겨~ 나무꾼은 있거나 없거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지만… 뭐 어쨌든! 팥죽 쑨다고 바쁘다는 이야기를 듣다가 그럼 이따 올적에 내 먹을 팥죽 한 그릇만!!! 외쳤다! 없으면 말고!!! 나무꾼이 당황… 산녀가 이런 적이 없었거든… 뭐 달라는..

산골통신 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