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고쳐야 할 곳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해봤자 기와집 짓고 허물기 식의 계획이지만 나름 머리속에선 계획이란 걸 차곡차곡 세우고는 있다.
산골에 살면 이 집 간수가 참 골치거리인데…
이 집은 근 오십여 년 된 집으로 알고있다.
이 산골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집들 중 하나다.
아니 빈집 빼면 가장 오래된 집이구나…
다들 농촌주택지원사업으로 융자를 받아 집들을 잘 짓고 산다.
옛날식 부뚜막있는 그런 집은 허물어져가는 빈집 말고는 없다.
다들 잘 고치고 새로 짓고 산다.
그 중에 우리집은 지을 당시엔 최신식이었으나 지금으로 보면 가장 후진 집이다.
어찌어찌 고쳐갖고 살고는 있으나 난방문제가 가장 심각한데 브로크로 지은 집이라 열손실이 엄청나다.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 여기는 이렇게 저기는 저렇게 궁리는 열심히 해놨다.
근데 언제 하지? 뭔 돈으로?!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기술이 좋으면 뚝딱 하겠지만 우리 내외는 약에 쓰려해도 그런 재주는 없네라…
천상 돈지랄을 떨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거지!!!
오래된 지붕 기와가 깨져 물새는 흥부네 집이 되었을적에 빚을 내어 새로 지붕을 씌웠다.
그때 돈이 좀 있었으면 작은방 하나를 없애고 좁아터진 거실을 좀 확장할 수 있었을텐데 기회를 놓쳤다.
이제 지붕은 못 건드린다.
1. 집안 전체 사방벽면에 단열재를 붙여 열손실을 줄여야 한다.
2. 만약 작은방을 없앨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없애고 주방과 통하는 거실을 확장한다. 그러면 진짜 좋겠네…
3. 주방 안쪽 구 보일러실을 확장해서 다용도실겸 화장실을 하나 만들고~
4. 기존 화장실로 가는 문을 따로 내고 복도식으로 새 보일러실겸 선룸으로 바로 가는 통로를 확보해야한다.
5. 보일러실겸 선룸에 데크를 깔아 보일러실과 선룸을 분리해야한다.
6. 천정을 없애고 서까래와 대들보 등등을 노출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7. 아랫채 선룸 바닥에 데크를 깔고 정짓간과 분리시키는 문을 해달아야 하고 정짓간에도 단열재를 사방 붙여 찬바람을 막아야 한다.
8. 봉덕이용 개구멍을 자동으로 열고닫히는 걸로 주문제작해서 달아야한다.
그 개구멍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장난 아니다.
9. 아랫채에 화장실을 하나 설치해야한다.
오폐수하수구는 다 연결해놨다.
10. 또 머시기냐…
아랫채 선룸에 벽난로 하나 설치하면 참 좋겠는데…
모든게 돈이 있어야 꼼짝할 수 있다!
우린 빚은 많은데 돈은 없다.
생각만 억수로 하고 그냥 허허 웃고 만다.
이렇게 써놔봤자~
싹다 허물고 새로 짓는게 낫다라는 생각도 든다!
이 다 낡은 집 보존해야 할 가치가 무에 있노…
아이들 태어나고 자라난 추억?!
고생고생 살아온 지난 세월 되새김질?!
다 필요없기도 하다…
확 그냥 밀어버리고 새로 지었으면 좋겠네~
우리집이랑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공법으로 집을 지은 이웃이 있는데
그 집이 오랫동안 비어있다가 10년 전? 인가 후손 중 하나가 들어와 새로 수리 싹 하고 사는데 그당시 8천만원이 들었단다. 그나마 직접 수리해서 싸게 했다네~
그걸 보고서 아이구 싹 허물고 새로 짓지~ 저 좁아터진 옛집에 저 돈을 들이나 그래…
그리 생각했었다.
그 집은 지금도 해마다 수리 중이다.
우리도 그짝 날까봐 섣불리 집에 손을 못 대고 있기도 하다.
야곰야곰 불편한 곳 고쳐가며 땜빵해가며 살다가 나중에 나중에 애들보고 니들 알아서 해라~ 라고 할꺼나…
참으로 집은 이고지고 살 수도 없고…
고마운 존재이면서 무거운 존재다…
오늘 낮 햇살이 좋아
비닐하우스용 자투리 비닐뭉치를 들고 줄자와 가위를 들고 아궁이칸 바람들어오는 틈새를 막아볼까 이궁리 저궁리를 하다가…
에라~ 몰것다!
봉덕이가 춥단 말 안 하는데 냅두자! 이러고 마루에 던져놓고 걍 들어왔다.
들냥이들은 온데사방으로 흩어져 사냥을 하는지 한 이틀 안 보이더라.
산녀네집 인심 사납다고 저 윗집으로 가서 개밥 훔쳐먹는 모양이더라…
그 덕분인지 삼숙이 새끼들 여섯마리가 슬금슬금 산녀 발뒤꿈치에 묻어들어와 마당에 기웃거리고 있길래…
몰래 밥 한 그릇 줬다.
그랴~
니들은 밥 줄 수 있어!
삼숙이 생각해서라도…
하지만 저 들냥이 삼남매가 낳은 새끼들까지는 감당못햐!!!
한 며칠 추위에 마당냥이들이 고생 좀 했나보더라…
몰래몰래 쟈들만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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