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꽁꽁 얼어버린 세상~

산골통신 2023. 12. 17. 16:32

하룻밤새 꽁꽁 얼었다!

이틀 봄비처럼 비가 오고 하루 거센 눈보라가 치고
그런 다음날 세상이 꽁꽁 얼었다!

우리집 마당 지하수 물은 당근이고
엄니집 마당 수도 집안 수도도 다 얼었다.
사전 대비를 하긴 했으나 역부족… 미진한 곳을 한번 더 살피고 라지에타 두 대를 주방과 화장실에 가동시켜놨다.

어차피 한 열흘간은 강추위가 대단할테니 버텨야 한다.

우리집은 별탈 없다.
빈집이 된 엄니집이 문제다.
내후년에 도시장정 하나가 귀향한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버텨줘야하는데 걱정이다.
사람 온기가 없으니 집이 해가 갈수록 낡아간다…

눈 딱감고 수도고 난방이고 다 꺼놓으면 살필 일이 없겠지만 나중에 그 수리비며 새로 설치하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최소한도로 유지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닭집 물은 꽁꽁 얼었다.
뜨거운 물 주전자를 매일 아침 가져다 부어줘야 한다.
병아리육아실에 엄마닭이랑 가을에 깐 병아리 다섯마리가 살고 있는데 춥다고 볏짚 한단을 가져다 깔아주려고 들어갔다가 잠시 방심한 틈에 엄마닭이랑 병아리 한 마리가 탈출했다.
아이고!!!

엄마닭은 다른 닭들한테 섞여 들어가 구분이 안되고 병아리는 구석으로 도망가서 잡을 수가 없다.
밤에 어두울 때 와서 몰래 병아리라도 잡아넣으면 되는데 어제 깜박했다.

오늘 아침 밥 주러 갔다가 집나간 엄마닭이랑 병아리가 집 근처에 얼쩡거리길래 문을 열어놓고 유인책을 썼지…
엄마닭은 다른 데로 튀고 병아리가 용케 다시 집으로 들어가줬다.
지들 형제들이 있는게 보이니 안심하고 들어간 모양!!!

밤새 엄마없이 지내다가 집나간 형제 하나 돌아오니 지들도 반가웠던 모양!
니들 엄마는 이제 안 올기다! 니들끼리 살아라…

병아리들을 내놓고 같이 키워도 되는데 족제비나 들냥이들이 침입을 해서 다 잡아먹으니 안된다.
닭집 어딘가가 뚫린 모양이여…

장작을 두 구루마 실어다 쟁여두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배추 한 포기랑 대파도 좀 뽑아다ㅜ놨다.
배추들도 좀 덮어놔야 할텐데 까묵었네…
내일 낮 햇살 좋을때 해야겠다.

햅쌀 방아를 찧었다. 확실히 묵은쌀이랑 맛이 다르네…
가래떡을 뽑을까 하다 나중으로 미뤘다.
너무 춥다구!!!
이번 추위 지나가고 뭐든 합세!!!

하룻밤새 봄에서 겨울로 세상이 바뀌었다.
영상 10도이상에서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는 참 뭔 난리냐…

그래도 겨울 특유의 찬 기온과 따뜻한 햇살이 은근 반갑더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중무장하고 이리저리 한나절 돌아댕기며 이런저런 일을 찾아 했다.
콩 두 자루 꺼내다가 고르려고 들고 오는데 그만 자루가 터져 마당에 우르르 데굴데굴~
아이고! 일쳤네!!!

얼른 새 푸대를 꺼내다가 주섬주섬 주워담아 아랫채 방에 가져다놨다.
겨우내 구들방에 들앉아 콩이나 골라야지!
청국장도 한솥 앉히고~

도시장정이 꽤 많이 가져갔고 또 나무꾼일터에도 보내야하고 이역만리도 보내야하고 또 거시기 우리도 먹어야 하고 등등..
더 해야한다구!!!
콩을 더 묵히면 안되니께!!!

올해 무시레기가 또 반토막이 났다.
작년에 비해 농사가 반토막이 났는데  도시장정 둘이 반을 가져가서 그만 반토막이 났는디…
이번에 와서 또 반을 가져갔다!
나 없는새 가져가서리… ㅠㅠㅠ
이 살람들아~
이건 좀 심하다…
해서 나머지 세 집하고 나눠먹어야 할 무시레기가 모자르게 생겼다!!!
한소리 해야하겠어!!!

요새 아랫채 구들방에서 죽치고 산다.
매일 조금씩 불을 때니 아주 뜨끈하니 좋다.
책도 쌓아놓고 본다.

아랫채 툇마루 앞을 막아 만든 칸막이 썬룸은 최고다!
우리 봉덕이 올 겨울에도 안 춥게 지낼 수 있겠다!
마당냥이 들냥이들은 비닐하우스 안으로 겨들어간 모양…
다들 이 겨울 잘 건너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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