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팥죽을 쑬 생각도 안 나고 해달라는 사람도 없고 그닥 먹고픈 생각도 안 나서 그냥 넘어가려는데…
나무꾼 일터에서 팥죽을 한솥 쑤어 불우이웃과 장애우들 등등과 나누는 행사를 한단다.
나무꾼은 어지간하면 해마다 해왔기 때문에 산녀는 듣고서도 별생각없이 지난주에 햅쌀 방아찧은걸 10키로 차에 실어주었더랬다.
팥은 농사 안 지었으니 알아서 조달하라고 했지…
나누는 것도 내가 있어야 나누는 거라고 철칙을 삼았기에 ㅎㅎㅎ 없으면 마는겨!!!
나누는 것도 내가 있어야 하는겨~
나무꾼은 있거나 없거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지만… 뭐 어쨌든!
팥죽 쑨다고 바쁘다는 이야기를 듣다가 그럼 이따 올적에 내 먹을 팥죽 한 그릇만!!!
외쳤다!
없으면 말고!!!
나무꾼이 당황…
산녀가 이런 적이 없었거든… 뭐 달라는 소리를 안 하는 사람이 그러니 놀랬나벼…
해서 오늘 저녁에 팥죽 한 그릇 갖고 온단다.
독거노인 신세 된지 오래라 누가 챙겨주는 이도 없고 온통 사방에 챙겨야 할 식솔들만 있는지라 내 입에 들어갈 팥죽 한 그릇도 내 안 하면 맛도 못 보는지라…
평생 안 하던 행동을 했네그랴…
지금 이역만리 혈육에게 보낼 짐보따리를 싸고 있다.
고춧가루 10근 고추씨앗 한봉지 고추부각 한봉지 도토리가루 6봉지 토란대 고구마줄기 무시레기 천연수세미 한봉지 등등
자잘한 다른 것들도 꾸역꾸역 쑤셔박아 두 박스 만들어 뱅기 태울거다.
뭐 더 보낼 것이 있었는데 자꾸 생각이 안 난다.
떠오르는대로 챙겨놓고 있다.
오늘 우체국은 못 가고 다음주 화욜에나 가야겠네.
가는데 일주일 걸리니 내년 초에 받아보겠구만! 크리스마스 선물은 안되겠고 새해 선물이유~~~
날이 꽤 춥다.
그래도 오늘낼 지나면 풀린다니 그리 걱정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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