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목마른 사람이 샘 파것지~

산골통신 2023. 12. 26. 13:16

몇년 전에 이웃 옛 기와집을 허물은 고재를 모조리 우리집으로 가져왔었지~

그집 웃대 조상께서 뒷산 소나무를 직접 베어 다듬어서 그 집을 지었더란다.
근 100년남짓 안되었을까?

후세에 집이 좁고 고치고 살아도 좁고 좁아서 싹 허물고 새로 양옥으로 멋지게 지어서 살고 있다.
고재를 가져가겠냐고 묻길래 산녀는 덥석 좋다고 했지!
나무꾼은 질색을 했고…
왜냐면 그거 옮기는게 귀찮고 힘들었거든…
트럭으로 다섯차 분량이었어…
나무꾼 투정과 잔소리를 들어가며 그 많은 나뭇단을 옮겼더랬다.

하이고 이 짓거리 안 할라면 땔나무 잔뜩 해놓던가~ 그것도 아니면서 그러지 맙시다~
산에 나무 많다고 가서 해오면 된다고라…
아이구야~ 사람 말이 쉽지… 뒷산 앞산 옆산~ 사방 천지에 나무 있으면 뭐하노?!
정작 우리집에 없는걸!!! 누가 해오고 누가 장작 패고 하노?!
이젠 나이 들어 몬한다!

이웃집 구옥 뜯은거 수십여 년 바짝 마른 소나무 기둥 서까래 그거 얼마나 좋노!!!
몇년을 땔나무 걱정 안 하고 자알 때고 있다!!!

헛간 두 칸에 쟁여두고 쓰는데 한 칸이 바닥이 나려 한다.
이제 남은건 기둥감들 대들보 큰 덩치들만 남았다.
자잘하고 중간치 나무들은 갖다 때기 수월해서 야금야금 먼저 꺼내 땠지.
남은 저 기둥들은 톱으로 썰던가 도끼질을 해야겠는데…
할 일손이 없다.
있어도 안 하네… 말을 해도 안 하네…

천상 산녀가 팔 걷어부치고 나서야 했다.
작년에 산 조그마한 전기톱을 꺼내놓고 자를만한 나무들을 꺼내놓기 시작~

역쉬 톱보다는 전기톱일세!!!
역쉬 물건일세!!!


조금만 더 컸으면 아주 쓸만했겠네…
사실은 이따만한 엔진톱이 있는데 그건 너무 무겁고 쓰기가 겁나…
그리고 고장났구…  왜 안 고쳐놓냐구우!!!
요 작은 미니 전기톱은 손에 딱 들어오고 그리 힘이 안 들어서 좋네.

바람은 좀 불지만 햇살도 따시고 일할만 하다.
당분간 날이 푹하다 하니 밀린 바깥일 좀 해야겠다.

뜨끈한 아랫목에서 매일밤 등지지고 자니 세상 좋다.
구들방의 장점은 등은 뜨시고 코는 시원한~
딱이여!!!

저 땔나무들을 다 때고나면 내년 겨울에 땔 나무들은 어찌어찌 장만해야한다.
그건 내년에 생각하자!

나무꾼 말마따나 산에 지천인데 뭐!!!
해오것지!!!
뜨끈한 구들방에 아랫목에서 등지지고 자보니까 좋거든~
상당에서 쓰러진 솔가지들 끌고오는 걸 봐서는
눈 앞에 땔나무가 다 떨어져 없으면 해오지 싶어!

그러면 저 남은 것들 아끼지 말고 이 겨울에 다 처때야지!!!
나무꾼이 나무꾼일을 하게끔!!!

허나 목마른 사람이 샘 파는 법…
누가 더 목이 마를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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