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덕이 녀석~
매일 낮시간 이맘때 산책 안 나가면 뒤집어진다.
막 따라댕기며 쳐다보며 뭐라하는데 무시했다간 후환이 두렵다 ㅎ
그랴 니 덕분에 산책이란 걸 나가보자!
사실 이 겨울에 봉덕이의 보챔이 없으면 집밖을 나갈 일이 없다.
오늘은 날도 꾸무리하고 비도 온다하지… 그냥 쭈구리되어서 구들장만 지려고 했는데
봉덕이 등쌀에 오늘도 어김없이 나가야했다.
까망이가 따라붙었는데 복실이네 집 순돌이라는 개도 따라붙더라~
그걸 봉덕이가 못 따라오게 손봐주는 모양…
삼색이도 따라가겠다고 드러누워…
그랴 가자 가~
작은 아이가 이 꼴을 사진으로 보더니만 동물음악대라고…
예전에 산녀가 산길 들길 물길 뚝방길 쏘댕기고 있으면 산골사람들 희한한 동물원 동물 구경하듯 쳐다보고 뭐라하고 그랬는데!!!
이젠 당신네들이 먼저 운동가자 한다!!!
냇가 뚝방길이 걷기가 아주 좋다고~
산녀는 이제 슬금슬금 피해서 산길로 돌아다닌다.
그제도 뚝방길에서 웬 남정네가 이따만한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데…
왜 가던길 돌아서 산녀를 쫓아오냐고오~
부지런히 걸어서 산길로 휙~ 숨어버렸는디
어제는 피할 곳도 없는 길 한 가운데 딱 서 있네?! 개하고?! 뭐여?!
산녀하고 썸타자는겨?!
일없슈!!! 봉덕이도 관심없는지 신청도 안 하더라~
안 보는 틈을 봐서 바로 돌아서 피해버렸다!!!
요샌 농로가 천지사방으로 뚫려있어서 걷기는 참 좋다.
냇가 상류쪽도 사람 다닐 수 있게 다듬어준단다.
지난 여름 폭우에 냇가 양쪽 논밭이 막 쓸려나가서 피해가 많았거든~
논바닥에 모래와 돌덩이가 그득햐!!!
둑을 복구하는 김에 산책로겸 농로를 만들 모양이다.
아이구 그럼 좋지~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두 물길이 합쳐지는 지점에 벼랑이랑 폭포가 있어서 경치가 볼만하거든~
봉덕이는 상당 숲에서 놀라고 풀어주고 산녀는 큰 톱 하나 들고 소나무 하나 자르고 다듬었다.
이 소나무도 지난 여름 폭우에 가지가 뚝꺾여 쓰러진 거다.
다행히 한쪽 가지만 꺾여서 오늘 작정하고 그 가지를 잘라냈다.
자르는 김에 무게 중심 고려해서 자잘한 가지들도 쳐줬다.
땀 한 바가지 흘렸구만!!! 이 겨울에~
잘라낸 가지들은 너무 무거워 좀 마르걸랑 옮겨야겠다.
아니면 엔진톱 쓰는 방법을 배워서 산녀가 직접 자르던가…
목마른 사람이 샘파야지 뭐…
저리 잘라줬으니 이제 똑바로 무게잡고 위로 자라겠지.
처음에 가지가 두개로 쭉 올라갈때 한 가지를 눈 딱감고 잘라줬어야 했었어…
그걸 그냥 보기좋다고 냅뒀더니 그예 한 가지가 웃자라고 남은 가지가 쳐져서 무게를 못 이기고 쓰러지는 구만…
요놈이 누구냐?!
복실이네 아저씨가 이뻐라 하는 들냥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놈이 울집 아기냥이 삼남매가 커서 낳은 새끼들 7마리 중 한 마리인 거 같아…
독립해서 살아라 하고 산녀가 모질게 맘먹고 내쫓았는데 다 어디가서 사나 했더니만 복실이네 개밥 같이 먹다가 아저씨 눈에 들어서 그예 목걸이까지 얻어 걸고 사네~
가만보니 다들 그 근처에서 얼쩡거리면서 그 아저씨가 주는 밥먹고 살더라구…
복실이네 아저씨는 개라면 사족을 못 쓰고 고양이도 엄청 이뻐한다.
이웃집 개가 못얻어먹고 살까봐 그거까지 노심초사 걱정이 되어 오며가며 챙기는 그런 사람이다.
두유제조기를 하나 샀다.
우유를 마시면 꼭 탈이 나는지라 두유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너무 달고해서 직접 만들어 마시려고…
콩도 많고 만들기도 쉽고해서리…
콩 한 자루 갖고와서 아랫목에 앉아 콩 고르고 있다.
생콩 한 줌 물 두어 컵 넣고 딱 누르면 40분 정도?! 뜨끈뜨끈 두유가 되어 나오더라~
하도 신통방통해서 이뻐죽겠다!
울집에 콩이란 콩은 종류별로 다 있는데 모조리 두유만들어 먹어야겠다…
산골에서 살려면 외로움하고 친구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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