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43

하루에 한가지씩~

겨울 춥다고 가만 들앉아 있으면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낮에 햇살이 좋은 시각에 바깥일 한가지 골라서 한다. 어제는 국화 화분 오십여 개 정도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겨놨다. 원래는 일손 있을때 하려고 미뤄놨는데 하세월~ 그리고 일손이 생기면 다른 일 하느라고 또 까먹고 안 하게 되고… 이차저차 산녀 혼자 하게됐다. 그래도 어제 낮에는 영상으로 기온이 올라가서 일할만 했어. 엄청 큰 화분 다섯개와 자작나무 묘목화분 서른개는 결국 못 옮겼다. 그건 겨우내 냅두던가 진짜로 일손 있을때 해야지. 동해를 입어도 할 수 없다. 비닐하우스 안 배추랑 상추랑 대파랑 시금치랑 등등은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이 겨울을 견디고 있다. 비닐하우스용 보온자재인 카시미론솜이 한뭉치 있는데 그걸로 비닐하우스문을 막으려고 놔둔건데 들..

산골통신 2023.12.20

꽁꽁 얼어버린 세상~

하룻밤새 꽁꽁 얼었다! 이틀 봄비처럼 비가 오고 하루 거센 눈보라가 치고 그런 다음날 세상이 꽁꽁 얼었다! 우리집 마당 지하수 물은 당근이고 엄니집 마당 수도 집안 수도도 다 얼었다. 사전 대비를 하긴 했으나 역부족… 미진한 곳을 한번 더 살피고 라지에타 두 대를 주방과 화장실에 가동시켜놨다. 어차피 한 열흘간은 강추위가 대단할테니 버텨야 한다. 우리집은 별탈 없다. 빈집이 된 엄니집이 문제다. 내후년에 도시장정 하나가 귀향한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버텨줘야하는데 걱정이다. 사람 온기가 없으니 집이 해가 갈수록 낡아간다… 눈 딱감고 수도고 난방이고 다 꺼놓으면 살필 일이 없겠지만 나중에 그 수리비며 새로 설치하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최소한도로 유지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닭집 물은 꽁꽁 얼었다. 뜨거운 물..

산골통신 2023.12.17

잦은 비 그리고…

결론적으로 청국장은 잘 띄워졌다. 한 2년 묵은 콩인데다 아랫채 황토방이 두해 연속 청국장과 메주가 안 띄워지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었기 때문에 은근 걱정이 되었더랬다. 묵은콩이야 덜 띄워진다는 것만 빼고 그다지 큰 걱정은 안 했는데 이 아랫채 방이 문제여… 이번에 한번 해보고 안되면 아주 이 방은 포기하는 걸로… 근데?! 잘 됐다!!! 이야~ 우어어~ 잘 띄워졌고 맛도 달달하니 고소하니 좋네!!!매일 아침마다 장작 댓개씩 땠다. 이 방은 한번 달구기가 힘들지 그 다음부턴 절절 끓는다.이 방에서 청국장을 띄우면 좋은게 냄새가 안 난다. 특유의 청국장 콤콤한 냄새가 안 나고 달큰한 구수한 냄새가 아주 좋다. 또 청국장을 끓여놓으면 마치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이 난다.다행이다. 두해 연속 청국장이고 메주고 안 ..

산골통신 2023.12.14

봄비 온 뒤의 그 느낌…

마치 봄비처럼 비가 내렸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런 어리둥절한 날씨… 어제는 하루종일 아궁이 앞에서 노닥거렸다. 정짓간 문밖 비 오는 걸 내다보며 비멍도 하고 불멍도 하고~ 며칠 후 또 비가 온 뒤 급추위가 온단다. 일기예보가 그러하니 그럴 것이다. 요즘은 대충 잘 맞더라고… 그러면 내일까지밖에는 바깥 일을 못 할겨… 주섬주섬 일어나 무슨 일을 할지 한 바퀴 돌았다. 그동안 농사일 끝나고 겨울 한가할 때 하지 뭐~ 이러면서 미뤄둔 숙제들이 꽤 있거든! 오늘 돌아댕기다 눈에 띈 장독대… 덮개가 다 낡고 삭아 너덜거린다. 우리집 장독대가 이 지경이면 엄니집 장독대는 어찌되었을라나… 걱정이 되어 서둘러 가보니 아이구야… 여기는 더하구만… 뚜껑을 열어보니 고추장도 된장도 바싹 말라붙어있네… 돌아가신 엄니 장독..

산골통신 2023.12.12

노느니 염불한다나~

나무꾼이 잘 쓰는 말 중 하나다. 오늘 군불땐 방 아랫목이 아까와서 여그다 청국장 띄우면 참 좋겠다 싶었으. 비도 하루종일 온다하고 다른 일 없으니 오늘은 노느니 염불한다고 콩이나 삶으면서 불멍이나 합세~ 그제 배추 크고작은 오십여 포기 절여서 어제 씻어 건져 차에 실어 보냈다. 고춧가루 한봉지랑 대파 한아름~ 무 스무개 정도~ 거기에 수세미 만든 것은 덤으로 얹어주고! 올해는 날씨가 한부주해줘서 일을 참 수월하게 했다. 작년까지 하도 고생을 해서 하늘이 좀 봐준듯하다. 마당 물도 안 얼고 햇살도 간간이 비춰주고 거기에 나무꾼 일손까지 보태어졌으니 이건 힘든 일이 아니라 놀면서 하는 호사였다. 배추도 알이 덜차서 걱정을 했는데 그럭저럭 알찬 배추들이 오십여 포기 되더라구~ 남은 알 안 찬 배추들은 비닐하..

산골통신 2023.12.11

갈비긁자!

이 골짝엔 솔잎 낙엽을 갈비라 한다. 이유는 모른다. 물어도 어르신들이 답을 안 해주신다. 아궁이 불 땔때 불쏘시개로 최고다. 동미산길에 갈비가 소복소복~ 아이구 저거 긁어다 땠으면 좋겠다. 가을걷이 일이 바빠 끝나고 하자 그랬지. 며칠 후 가보니 하나도 없어!!! 누가 다 긁어갔냐?! 발을 굴렀더니~ 저 아래 아지매가 답삭 긁어가셨다네! 이웃 아지매도 그 솔갈비 긁기 좋았는데 하시며 아쉬워 입을 다시네! 산녀도 속으로 아이구 저거 해마다 내거였는데 놓쳤네 뭐 그러고 있었고… 그래 산길 올라가는 길목에 소나무 여나무 그루 있는 곳에서 한푸대 긁어와서 아쉬운대로 불쏘시개로 쓰고 있었지. 물론 산에 가면 갈비 많아~ 많지 많기는 한데 풀이며 잡목 까시덤불이 우거져서 긁기가 참 거시기햐… 그래서 산길에 쌓여있..

산골통신 2023.12.09

봄인가?

일하다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이 머선일이고?! 12월에? 동짓달이 곧인데 그리고 오늘이 대설인데?!?! 비닐하우스 안 작물들에 물을 흠뻑 뿌려줬다. 주는 김에 월동시키는 화분들에게도 주고 아직 뽑지않은 김장배추들에게도 훌훌 뿌려주고~ 이번주말에 먼데 보낼 김장배추 마흔다섯포기 절일거다. 다행히 날이 봄날인가 착각할 정도로 따시니 얼었던 마당 수도도 녹았고 일이 좀 수월해질듯하다. 그간 산녀 고생했다고 올해는 봐주는 건가? 몇가지 일만 해놓고 아궁이 그득 장작 처넣고 앉아 노닥거리고 있다. 아침에 땠어야 했는데 다른 일 하느라고 놓쳤다. 아랫채 툇마루 앞을 막아서 만든 썬룸?! 뭐 거시기는 참 좋다. 햇살이 들어오면 막 뜨겁다. 챙모자라도 쓰고 앉아있어야 할 지경이다. 책 한 권 펼쳐놓고 겨울 햇살..

산골통신 2023.12.07

이런날엔 불멍!

겨울비 추적추적~ 서글프고 우중충한 그렇고 그런 날씨… 문득 군불땐 방이 고팠다. 이럴때 구들장 지져야되는겨!!! 장작 두 아름 그득 갖고오고 솔갈비 한줌 꺼내서 불을 지폈다. 비오기 전에 솔갈비 더해다놨어야 했는데 아쉽다! 이 비 그치고 좀 마르걸랑 왕겨푸대로 두어 개 더 긁어와야지. 상당 산길에 수북하더만~ 이 겨울에 난방비도 아끼고 땔나무야 지천이니 운동삼아 해다 나르고 불멍해가며 때다보면 이 겨울 다 가겠지… 몇달을 마음이 가라앉고 처져있는 상태로 보냈나보다. 이런걸 우울증이라 하는가본데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한가보다… 오늘 해거름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비가 온다더니 진짜 오네! 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뭔가가 같이 내리듯이 씻기듯이 스러진다. 아침나절 우중충했던 기분이 개운해졌다. 갑..

산골통신 2023.12.06

뭐라도 해야…

봉덕이는 가끔 저런다. 왜인지는 모른다. 등짝이 가려워서?! 라고 그냥 그려려니 할 뿐…아이가 말하길 동물뼈가 있으면 그 곳에서 저러더라고… 히익?!너 뭐냐?! 어제도 같은 장소에서 저러더라… 봉덕이 취향을 내 어찌 알랴! 냅둬~늘 같이 산책하는 삼색이와 까망이가 아니라 노랭이가 따라붙었다. 아이가 패딩옷을 입혔는데 저것도 냅다 산에 벗어던지고 올까 싶어 한번 입히고 안 입힌다. 날이 우중충하다! 아침부터 몸이 찌뿌둥 무겁더니 만사 귀찮아서 일하려다가 다시 겨들어오고 다시 나가서 일 좀 하려다가 겨들어고를 반복하다가 큰맘!!! 먹고 겨나가서 밀린 일 한 가지를 하고 들어왔다. 닭집엔 모이를 안 주고 김장배추 겉잎 우거지 모아둔 걸 두어 소쿠리 갖다 부어줬다. 니들 오늘은 이거 먹어! 밥통에 남은거 말끔히..

산골통신 2023.12.06

춥다!

가장 햇살이 좋은 낮에 길을 나섰다. 옷을 단디 입어 춥지는 않았으나 얼굴이 추웠네.. 목도리로 칭칭 감아 싸고 바람을 맞으며 한참 걸어갔다왔다. 어제그제 들은 소식으로 맘이 어수선하던 중 찬바람 쐬면서 추스렸다. 사람이 그리 갈 수도 있구나 싶어 허허~ 웃었다. 공식적인 발표와 비공식적인 내막 둘 다 전해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죽은 것은 변함없으니 되었다… 악연도 그런 악연이 없었으므로… 나무꾼의 말대로 사필귀정 인과응보라 하고 말자… 무간지옥에 갔을 것이므로…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면서 뭐 그리 온갖 죄는 다 짓고 살았을꼬… 이제 뒷처리는 그 남은 떡고물 얻어먹을 종자들이 다 하고 나눠먹고 취하겠지… 공식적인 발표도 비공식적인 진실도 다 부질없다… 질나쁜 미친놈 하나 설치다 갔으니 어찌하던 수습은 ..

산골통신 202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