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943

국시호래이~

어릴적 늘 듣던 말이다. 국시호래이~ 즉 국수호랭이! 국수킬러라는 야그~ 아침점심저녁을 온통 국수만 먹어도 좋다하는 그런 아이였고 밥보다도 국수 만두 수제비 부치개 빵을 더 좋아했었다. 커서도 삼시세끼 중 적어도 한 끼는 꼭 밀가루음식을 먹어야하는… 국수공장으로 시집보내야겠다고 늘 그러셨는데… 참 기맥히게도 정작 산녀가 시집간 집은 밀가루음식을 참 나쁜음식이라고 천대하는 집이었더라… 소화기관이 안 좋아 밀가루음식을 안 좋아하는 건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밀가루 자체를 뭐라할 건 아닌디… 해서 그 좋아하는 밀가루 음식을 몰래 해먹어야 했고 그조차도 눈치보여 안해먹게 되는 세월을 좀 살았더랬다. 천만다행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밀가루음식을 잘먹어 든든한 산녀편이 생긴 뒤로는 몰래 먹는 것에서 벗어나 맘 놓고 먹게..

산골통신 2024.10.11

정구지가 너무 많아서…

정구지 즉 부추는 키우기가 너무나도 쉽다. 얘는 그냥 풀이다. 만약 인간이 안 먹는다면 징글징글 잡초로 전락했을 수도 있었다. 베어내도 즉시 쑥쑥 자라는 그리고 번식은 얼마나 잘돠는지 원… 풀 속에서도 새끼치며 살아남는 강한 아이다. 이십여 년 전 뒷산밑에 밭 한뙈기가 있었는데 그간 부치던 분이 당신네 집에서 너무 멀다고 안 부친다했던가… 우리도 밭이 남아돌아가는데 우짜나… 그래서 이것저것 심는 와중에 텃밭에서 퇴출된 정구지 뿌리들도 거기다가 귀양보낸 적이 있었다. 엄니가 정구지 뿌리는 이년마다 캐서 교통정리해줘야 잘 자란다고 그러시면서 반을 캐서 버리는걸 아깝다고 주섬주섬 주워다가 산밑에 갖다 심었었다. 그땐 몰랐지!!! 정구지란 놈이 잡초보다 더 징한 놈이라는 걸… 산에서 살면서 자란 그 정구지는 비..

산골통신 2024.10.10

은둔을 즐기는가…

라고 물으면 냉큼 그렇다! 라고 말한다. 천상 처박혀 사는걸 좋아하고 혼자 노는걸 즐긴다. 이건 타고난 성정이다. 어려서 책이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았던 집에서 사랑방이나 다락방으로 숨어들어 책하고 놀던 시간들이 가장 편했으니까… 어느해 지붕 기와를 올리던 일꾼들이 이 집엔 아이가 없는 집 같소~ 라고 했다나… 밖에서 일꾼들이 소란스럽게 일을 하던 말던 그 아이는 조용히 처박혀 책만 들이팠으니까… 그 어린아이는 뭘 그리 봤을까? 그 시절에 아이가 읽을만한 책이 흔하지는 않았고 이 산골짝에 뭐가 새로운 문물이 있을 턱이 없었는데… 아마도 동화책은 아니었지 싶고 어른들이 보던 옛책들이지 싶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책들을 살펴보면 그렇다. 시내 문화원 등에서 몇번 쓸어갔다고 하는데 그래도 남아있는 옛책들은 이제 ..

산골통신 2024.10.09

마당이 있어…

작지만 마당이 있어 참 좋다. 원래는 울도 담도 없는 집이었는데 황매화로 울타리를 둘러치고 작은 중문을 달으니 제법 아늑해졌다. 궁벽한 산골이라 평지가 별로 없다. 밭일하노라면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 숨이 가쁘다. 특히 산밭에라도 가는 날이면 지팡이 짚고 등산을 해야하지. 논은 냇가 주변으로 보뜰논이라해서 평지가 좀 있고 나머진 다락논 정도는 아니고 그럭저럭 비탈논쯤 되겠다. 여기 말로 삐알밭 삐알논이라 하더라. 그래서 드높고 가파른 밭둑 논둑 풀 깎는 일이 큰일거리다. 산자락에 의지해서 사는 인간들… 별 수 없지 뭐… 요즘같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이면 마당에 나와 앉아있기 참 좋다. 어제오늘 낮부터 해거름까지 밖에서 놀았다. 아침엔 겨울옷을 껴입어도 추워서 안 되고 해가 지고나면 어느새 써늘해져서 집구..

산골통신 2024.10.08

간만의 시내 나드리

너무나도 오랜만의 시내 나드리… 돈 팡팡 쓰고 왔다. 시방 산골로 들어가는 버스터미널에 앉아 버스 떠나기를 기다리며 글 톡톡 두들기고 있다. 몇달간 아낀 돈~ 하루에 싹 날라간 그런 느낌?! 그래도 그래 아껴놨으니 더 나가진 않은거 아녀~ 뭐 이카면서 합리화를 억수로 하고 앉았다. 정신건강을 위해… 지난주에 안경테를 뿌사묵어 한 며칠을 책도 못 보고 폰도 못 딜다보고 아주 일상이 엉망이 됐다. 큰 돋보기를 들고 아쉬운대로 급한 불은 껐으나 이기 뭐꼬?! 기맥혀 돋보기를 냅다 던져버렸다.백내장 수술을 한뒤로 가까운 건 까막눈이 되어버리니 이거야 원 소경도 아니고 여엉 불편하기 짝이 없노라… 큰 돈 들어가더라도 노안수술을 해서 안경을 벗었어야 했어!!! 후회막심이로다!!! 그노무 보험이 안된다는 말에… ㅠㅠ..

산골통신 2024.10.07

콩콩찌개

막둥이가 왔다. 추석에도 못 오고 그 다음주에도 못 오고 발만 동동구르다가 기어이 왔다갔다. 그래 콩찌개를 만들어 대령했지비… 잔치국수하고~ 그게 그리 먹고 싶었다네!묵도 좋아하니 한솥 쑤어내고정구지콩가루찜하고 열무김치 얼가리김치 쪽파김치 등등 그냥저냥 산골밥상을 차려냈다. 제육볶음을 하려다가 그냥 볶음도 내놓고 잔치국수는 두 그릇 뚝딱~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우더라. 밀가루음식 안 좋아하는 나무꾼까지 더 없느냐고 하는 걸 봐서는 이번 국물이 잘 나왔나보네. 무슨 흑백?! 요리대회에 나가라고까지 ㅎㅎㅎ 올해 배추농사 기맥혔다. 일단 저 애들이 잘 살아남아야하는데… 다섯포기 정도가 무름병에 걸려서 골로 갔고… 앞으로 더는 손실이 없어야 되는데 걱정이다.무농사는 요꼬라지다. 크기가 들쭉날쭉~ 3번에 걸쳐 ..

산골통신 2024.10.01

끝물고추따고 이제 슬슬~

마지막 고추 따고 내일 고춧대 뽑을거다. 한로 무렵 뽑으면 되는데 한가할때 일 치우려고 오늘 고추 다 땄다. 이제 남아있는 푸른 고추들은 찜고추용이나 고추부각용으로 따로 따면 된다. 고춧잎은 아깝지만 그냥 둘라고… 장아찌 만들면 좋긴한데 먹을 입이 없다. 금동할매네는 집안팍 청소가 한창이다. 한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 그 흔적을 치우는 일이 많다. 이제 그 집엔 누가 살려나… 또 하나 빈집이 생기려나…조롱박이 잘 달려있다가 벌레가 먹었는지 좀 션찮아서 하나 따왔다. 줄톱으로 흥부네처럼 쓱쓱 톱질해서 반 갈라 속을 파냈다. 아직 덜 익었지만 한번 시험삼아 해보려고…톱질 솜씨가 어설퍼서 딱 반으로 안 쪼개졌다. 그래도 뭐… 들통에 물 끓여 삶아내 말리는 중이다. 이거 잘 말라지면 봉덕이랑 냥이들 밥주걱으로..

산골통신 2024.09.28

정구지콩가루찜무침과 콩찌개

정구지콩가루찜무침~ 참 이름도 길다~ 날콩가루 즉 생콩가루가 있어야한다. 도시같으면 마트에 가서 후딱 사오면 되지만 여그는 산골이다. 농사지은 콩이 있고 방앗간에서 빻아주니 굳이 멀리 나가서 살 필요는 없지… 그리고 날콩가루가 쓰자면 은근 헤프다~ 많이 해놓아야햐!!! 어느날 막둥이가 회사 생활에 지쳐서 집밥 엄마밥이 고프다고 하소연~ 추석에도 근무가 잡히고 추석 근무 보상으로 잡힌 휴무도 난데없이 윗선의 갑질로 홀라당 날라가 이놈 머리꼭데기까지 분노가 치밀어 방방 뜨더라… “ 내 집밥~ 어쩔겨~ 내 콩찌개 누가 보상해줄겨?!?!?!” 막 이러면서… 여기서 콩찌개는 울엄니가 전수해주신 건데 아주 맛있다! 울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먹어온지라 그게 그렇게 먹고 싶더라나… 일단 갖은재료 넉넉히 넣어 돼지고기김치찌..

산골통신 2024.09.27

아침나절에 한 일~

1. 닭집에 들러 모이랑 물이랑 챙겨주기 저놈들 언제 잡아묵어야할낀데~ 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2. 언덕을 내려오면서 고수 씨앗 갈무리해둔 것 가져다가 알타리무밭골 옆에 호미로 쓱쓱 골을 기려서 씨앗 흩뿌려 흙덮기 3. 무밭 꼬라지 홀겨보면서 뿌리가 쑥 자라있는 애들 몇 흙북돋아주기 4. 배추밭에서 잎 열심히 갉아먹고 무더기무더기 똥싸놓고 있는 배추흰나비 애벌레 몇 족치기~ 5. 매실액 항아리 열어서 매실 병 네 개 담아두기 나무꾼이 가져간다해서~ 6. 호박잎도 잘 먹는다해서 바구니 그득 뜯어담기 하는 김에 우리 먹을 것도 한 줌 뜯기 그리고나서 연장 등등 제 자리에 갖다놓고 손씻고 들어와 평상 그늘에 앉아 이 글을 토도독 치고 있다. 어제 나무꾼이 마당에서 새끼 유혈목이를 봤으나 놓쳐서 그만 예초기로..

산골통신 2024.09.23

비오는 하루…

닭집 올라가서 밥주고 물 챙겨주고 알 꺼내오는 일 외엔 딱히 할 일이 없다. 닭대가리 한 마리가 브로크 틈새에 대가리가 끼어 도리질을 하는걸 꺼내주고~ 그놈 그 담담날인가 또 문틈에 끼어 대롱거리는 걸 빼내주고~ 그 뒤로는 얌전하더라. 어제도 비 오늘도 비~ 내일도 비라는데 사흘연속!!! 매일 무 배추밭에 물 주는 일을 안 해도 된다. 저 산 아래 냇가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보뚝을 진작 넘겼다. 여기서 더 오면 거친 물살에 바윗덩이 휩쓸려가는 소리가 우릉구릉~ 우두두두~ 들리기도 했는데 그정도의 비는 아닌듯하다. 옛날 어린시절 징검다리와 돌다리를 마을 장정들이 애써 만들어두면 꼭 장마나 태풍에 떠내려가곤 했었다. 비 오기 전엔 안 보이던 모래사장과 돌무더기들 바윗덩이가 군데군데 생겨나있기도 했고…..

산골통신 202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