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물으면 냉큼 그렇다! 라고 말한다.
천상 처박혀 사는걸 좋아하고 혼자 노는걸 즐긴다.
이건 타고난 성정이다.
어려서 책이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았던 집에서 사랑방이나 다락방으로 숨어들어 책하고 놀던 시간들이 가장 편했으니까…
어느해 지붕 기와를 올리던 일꾼들이 이 집엔 아이가 없는 집 같소~ 라고 했다나…
밖에서 일꾼들이 소란스럽게 일을 하던 말던 그 아이는 조용히 처박혀 책만 들이팠으니까…
그 어린아이는 뭘 그리 봤을까? 그 시절에 아이가 읽을만한 책이 흔하지는 않았고 이 산골짝에 뭐가 새로운 문물이 있을 턱이 없었는데…
아마도 동화책은 아니었지 싶고 어른들이 보던 옛책들이지 싶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책들을 살펴보면 그렇다.
시내 문화원 등에서 몇번 쓸어갔다고 하는데 그래도 남아있는 옛책들은 이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씩 사랑방에 들러 그 흔적들을 바라본다.
이제는 모두 아궁이로 들어가도 뉘 아쉬워하지 않을 흔적들이다.
오늘 지난번 초상치른 금동할매네에서 마을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식사 대접을 한다고 오라해서 갔다왔다.
예전엔 집에서 음식을 차려서 대접했었고 그 이후엔 마을회관을 빌려 대접을 했었지.
우리도 부모님 가신뒤 마을회관에서 음식장만해서 인사치레를 했었다.
이젠 다들 집에서 음식장만할 일손이 없으니 식당을 빌려서 한다.
결혼식 후 인사도 장례식 후 인사도 다 근처 식당에서 한다.
장례식장에서 장례치르고 식당에서 간소하게 인사치르니 세상 간편해서 좋다.
특히 음식차리고 치우고해야하는 아낙네들의 고생이 사라져서 참 좋다.
산녀네도 엄니 가신뒤 사십여 명 되는 산골마을사람들 식사를 장만해서 대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밤 뻗었더랬다.
옛날같으면 일손이 많아서 척척 해냈겠지만 또 그런 문화였고…
이젠 사라지는 문화다. 아쉬울건 없다.
오늘 오리백숙 자알 먹고 왔다!
오늘 오신분 한나두이 세어보니 서른분이 안된다. 점점더 줄어드는구나…
산녀를 너무나도 오랜만에 만나는 마을사람들이 악수나 좀 하자고 붙들더라.
어찌그리 안 뵈냐고…
양달말 사람들은 밭에 오가는 산녀를 볼 기회가 좀 있지마는
저짝 응달말 사람들은 당췌 산녀를 볼 기회가 없으니 무척 궁금해한다.
도데체 뭐하고 사느냐고 ㅎㅎㅎ 안 심심하냐고~ ㅎㅎ
좀 나오라고~ 마을회관에 놀러오라고~
산녀는 뭐하고 사는지 가장 궁금한 인간 1위인 모냥이다!
모두 까맣게 염색한 청청한 젊은 할매할배들 사이에 히끗히끗한 반백머리를 하고 척 나타나니 다들 웃는다.
산녀만 유일하게 염색을 안했더라.
가장 나이어린 축에 속하는 산녀가 가장 머리가 허여니 그것도 참 우스운 노릇이로고…
모처럼 수다 왕창 떨고오니 재미있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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