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늘 듣던 말이다.
국시호래이~
즉 국수호랭이! 국수킬러라는 야그~
아침점심저녁을 온통 국수만 먹어도 좋다하는 그런 아이였고 밥보다도 국수 만두 수제비 부치개 빵을 더 좋아했었다.
커서도 삼시세끼 중 적어도 한 끼는 꼭 밀가루음식을 먹어야하는…
국수공장으로 시집보내야겠다고 늘 그러셨는데…
참 기맥히게도 정작 산녀가 시집간 집은 밀가루음식을 참 나쁜음식이라고 천대하는 집이었더라…
소화기관이 안 좋아 밀가루음식을 안 좋아하는 건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밀가루 자체를 뭐라할 건 아닌디…
해서 그 좋아하는 밀가루 음식을 몰래 해먹어야 했고 그조차도 눈치보여 안해먹게 되는 세월을 좀 살았더랬다.
천만다행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밀가루음식을 잘먹어 든든한 산녀편이 생긴 뒤로는 몰래 먹는 것에서 벗어나 맘 놓고 먹게 되긴 했었지…
지금도 나무꾼은 밀가루음식을 잘 안 먹는다. 애써 해주지도 않고~ 해줄 생각도 안 한다.
칼국수는 해먹기 번거롭고 틀국수를 사다가 칼국수처럼 해먹기도 하고 김치국수 잔치국수를 해먹는다.
국수를 삶아 씻어건져 해먹는 것도 좋지만 산녀가 제일 좋아하는 국수는 그냥 뜨거운 국수다.
국수를 삶다가 거진 익었을 무렵 김치나 배추나 열무 등등 푸성귀들을 넣어 숨을 죽여 끓인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산녀는 한 끼를 이렇게 때웠다.
나무꾼은 쳐다도 안 본다. 쌀국수나 해주면 모를까…
거기에 간장양념장 한숟갈 얹어 먹으면 제일 맛있다. 후후~ 불어가며 훌훌 먹는 맛이란…
요즘같이 쌀쌀할 때 몸 뎁혀주기 최고다.
멸치육수를 맛나게 내어 끓여도 좋지만 이렇게 담백하게 먹는 게 제일 좋더라고…
콩나물국이 좀 남았으면 그 국물에 끓여도 맛있고 김칫국에 끓여먹어도 최고다! 언젠가 미역국이 남았길래 넣어 끓였더니 부드럽고 좋더라. 사골국물도 좋고!!! 하여튼 산녀맘대로 해묵는다.
손칼국수를 하게 되면 콩가루를 좀 섞어 반죽을 하는데 엔반에 놓고 홍두깨로 쓱쓱 밀어 칼로 썰어낸다.
생전 엄니가 쓰시던 소나무로 만든 엔반과 홍두깨가 있다.
어릴적 국수 반죽 밀던 엄니 옆에 앉아 국수 썰고 남는 끄트머리 꽁다리 하나 얻어서 아궁이 잿불에 궈먹으면 그게 그리 맛있더라고…
그 국수를 끓는 물에 넣고 익을 즈음 배추나 삼동추 열무나 정구지 등등을 넣고 끓여내면 소금 좀 넣는 것 말고는 다른 아무 간을 안 해도 맛이 참 좋았다.
국수물이 좀 남으면 소 여물통에 부어주는데 후루룩 후루룩~ 금새 사라진다.
얼른 달라고 고개를 막 디밀어 뺏아간다.
사람만 국수 좋아하는 건 아닌가벼.
다행히 아이들이 산녀 식성을 닮아 뭐든지 잘 먹는다.
요즘들어 나물 타령이다.
내일은 밭 한바퀴 돌아서 이것저것 챙겨봐야겠다.
아이들마저 밀가루음식 안 좋아했으면 산녀는 평생 몰래몰래 숨어서 해먹었어야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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