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내린다는 비가 아침부터 시작했다.
덕분에 어제부터 캐기 시작한 고구마밭은 일시정지 상태가 되어버렸네.
이렇게되면 오늘내일은 밭일 못한다.
들깨는 베어낼 수 있으려나? 들깨도 물기가 좀 말라야겠지? 온몸이 다 젖지 않으려면 말이야.
저 아래 보뜰논에 추수하러 콤바인이 들어갔다가 서둘러 철수하는 것이 보였다. 이런날 농부들은 강제 휴일이 된다.
잠깐 오고 말줄 알았던 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비 핑계삼아 정구지적 두 판 꾸어먹고~
오늘 식전에 나물 바구니를 채워놓은게 천만다행일세~ 어쩐지 하고 싶더라니…
쪽파가 실하게 자라서 두 바구니~
얼가리배추 두 바구니 솎아내고
열무도 두 바구니 솎았다.
고구마 한바구니 고구마줄기 한 바구니 단감 두 바구니 천연수세미 말려둔것 한봉다리
그득그득 나무꾼 차 트렁크에 처실어보냈네…
나무꾼 일터엔 일할 군사들이 많으니 수다 한바탕 하면서 다듬어내면 일도 아닐겨~
같이 식사하는 분들이 적으면 대여섯 많으면 스물이 넘는다니 저 나물들 가져가도 금방 없어질겨!
아참! 호박잎 두 바구니랑 풋고추 한 바구니 애호박 두개 막판에 더 들어갔다.
식전 비 안 올때 나물 바구니 장만한게 진짜 다행이었어… 아침밥 먹을때부터 오기 시작한 비가 하루죙일이네…
텃밭엔 적갓이랑 시금치가 잘 자라고 있다. 아직 어려서 솎아내긴 그렇더라.
알타리무도 힘받아 자라고 있고 늦게 뿌린 상추들도 곧 자라겠지.
밭에는 우리네 먹을 나물들 대부분이 있다.
뭐든 필요하면 마트에 가기 보다 텃밭으로 바구니 들고 가면 된다.
정구지를 낫으로 싹 베어냈다.
어제 주말에 다니러 온 친구들 차에 실어주려고 좋게 자란 놈들로 베어담고 나머지 꽃대 올라오고 씨맺힌 애들은 싹 베어눞혔다.
그러면 이 가을비 맞고 또 연한 새 잎이 돋아날거다. 그러면 초겨울 서리 내리기 전까지 베어먹을 수 있겠다.
한 친구는 어머님이 연세가 높으신데 나물 다듬는 일거리 왕창 마련해드렸다.
한 친구는 맞벌이라 도통 집에서 밥을 안 해먹는다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로만 가져갔다.
곧 햅쌀 나올거니 묵은쌀 방아찧어서 한 푸대씩 실어주고~
햅쌀 푸대 들어올 자리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묵은쌀 어여어여 갈데 가게 하라고 나무꾼을 닥달했다.
도시 무료급식소에도 갖다줘야하는데 도무지 시간이 없어 못 갔다. 이번에 더 늦기 전에 방아를 찧어서 실어 보내라했다.
나무꾼이 이래저래 바쁘다. 몸은 하나인데… 일은 수십 수백 수천가지가 그 몸에 달려있다.
단감을 친구들이 반을 따줬다. 높은 가지에 달린 감은 이웃 갑장친구하고 같이 따서 반띵하기로 할거다.
닭집 닭을 한 열마리 잡기로 했다.
닭을 같이 잡아주는 조건으로 반띵하기로 하고 닭똥집 나오면 그거 볶아서 술 한 잔 걸치기로!!!
혼자 열마리 잡자면 잡는데… 혼자 하려니 재미없잖여…
그래 그제 이웃 오래비랑 한잔 하는 김에 으쌰으쌰 우리 같이 잡아서 반띵합세! 의기투합했다.
그 오래비 산녀 술 잘 하는 걸 보고 놀래서 술친구 생겼다고 무쟈게 좋아하시네…
그제 그집 술 좀 바닥을 내고 왔걸랑~
장닭 다섯마리 암탉 다섯마리를 잡자구! 그러면 남은 알 낳는 젊은 암탉 3마리하고 중닭 7마리 키우면 될겨~
이제 닭을 더 안 늘릴라고…
알 품겠다고 한 며칠 산녀한테 덜미잡혀서 둥지밖으로 내쫓기던 암탉이 오늘에사 둥지를 포기했더라…
니가 이기냐? 내가 이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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